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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별발레컴퍼니 대표 윤별
안무가 김유찬
서로를 믿는 마음으로
‘우주’와 ‘우리’를 춤추며,
젊은 발레단이 자신만의 색깔을 찾아나가는 방법

윤별

김유찬 ©YOON6PHOTO
신예 발레단의 행보가 거침없다. 2022년 활동을 시작해 2024년 6월 창단 공연으로 선보인 창작발레 ‘갓’은 2025년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흥행과 맞물려 재조명됐고, 고잉홈프로젝트·서울시합창단 등 중대형 예술단체와의 협업까지 이뤘다. 발레 무용수 윤별(1994~)이 자신의 이름을 따서 지은 ‘윤별발레컴퍼니’ 이야기다.
이 젊은 발레단이 11월, 영등포문화재단과의 협업으로 또 다른 신작을 준비한다. 2년 전 ‘갓’이 주목받을 당시, ‘발레계의 사자보이즈’ 중 한 명으로 이름을 알린 발레 무용수 김유찬(2001~)이 첫 장편 안무작 ‘The Earth : Us’(이하 ‘어스’)를 선보이는 것이다. 발레 무용수로서 이미 충분한 실력을 입증받은 두 사람에게 새로 주어진 발레단 대표와 안무가라는 역할, 그리고 윤별발레컴퍼니라는 단체는 그들의 삶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고 있을까? 하반기 공연과 신작 발표 준비에 여념이 없는 윤별과 김유찬을 윤별발레컴퍼니(이하 컴퍼니) 연습실에서 만났다.
대표는 판을 깔아주는 사람
9월 26일과 27일, 홍콩에서 ‘갓’의 두 번째 해외 공연을 마치고 돌아온 이들은 공연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10월의 ‘카르멘’ 공연 준비에 열중이었다.
무척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소감이 어떤가요?
윤별 올해 초 스케줄표가 꽉 차 있었는데, 하나하나 지우고 나니 이제 다섯 개의 공연만 남았네요. 팬데믹 시기에 오직 ‘공연을 하고 싶어서’ 만든 발레단으로서, 처음의 목표를 잘 이루어 나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무용수라기보다는 행정가의 모습이 돋보입니다.
윤별 저는 ‘예술감독’보다는 ‘대표’라는 명칭을 좋아해요. 최상위권에 있는 사람이라는 뜻이 아니라 ‘총대 메는 사람’이죠. 안무가와 무용수들을 믿고 책임져 주는 역할을 하면서, 그들을 대신해 회의를 진행하고 사업체를 꾸리는 역할에 집중하고 있어요.
무용을 가장 잘 아는 사람으로서 ‘판을 깔아주는’ 느낌이군요.
윤별 그렇죠. 무용을 전공했다 보니 어떤 판이 깔릴지, 깔리지 않을지는 더 명확하게 보이는 것 같아요. 제가 가장 믿는 안무가이자, 무용수들의 안무부터 마음까지 ‘헤아려주는’ 상임안무가 박소연의 도움을 늘 많이 받기도 하고요.
이번 11월 ‘어스’에서는 오래 호흡을 맞춰 온 김유찬이 안무합니다. 무용수 출신인 그의 안무는 어떤 스타일인가요?
윤별 한국에서 보기 드문 스타일이죠. 동작과 음악을 사용하는 방식부터 메이크업·의상·캐스팅·무대와 안무 구성까지, 모든 면에서 섬세해요. 김유찬 안무가가 이번 ‘어스’에서 구체적으로 그리는 것들을 실현할 수 있도록 저도 기술적으로 돕고 싶어요.

윤별

김유찬
인간이라는 하나의 우주 안에서
김유찬은 2024년 엠넷(Mnet)에서 방영된 무용 서바이벌 프로그램 ‘스테이지 파이터’에 출연했고, 방영 중에도 안무가로서의 역량을 꾸준히 드러냈다. 이후 ‘랩소디 인 블루’ ‘월하정인’ 등 컴퍼니의 갈라 프로그램을 안무해 온 그가 이번에는 장편 창작발레의 안무를 처음으로 맡았다.
어린 시절 발레는 어떻게 시작했나요?
김유찬 항상 예술적으로 무언가를 표현하는 일이 자연스러웠던 아이였던 것 같아요. 그림 그리는 것도 좋아했고, TV를 보면서 춤을 따라 추거나 피아노·뮤지컬 영재 프로그램에 참여해보기도 했고요. 그러다 6학년 때, 예술중학교를 가기 위해 진로를 고민하다가 춤추는 게 좋아서 발레를 전공으로 선택했어요.
미국 조프리 발레 정단원으로도 활동했었죠. 컴퍼니와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소개한다면?
김유찬 조프리 발레도 창시자인 로버트 조프리(1930~1988)의 이름을 따서 지었고, 계급이 없는 발레단이에요. 다른 점이 있다면, 지금 컴퍼니에서는 미리 정해놓은 계획을 제시하기보다는 제 현재와 미래의 역량을 고려해 그에 맞는 환경을 마련해줘서, 보다 자유롭고 마음 편하게 춤출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어스’는 어떻게 탄생하게 됐나요?
김유찬 윤별 대표님이 긴 작품을 맡아보겠냐고 제안을 주셨어요. 지금까지는 짧은 길이의 작품만 안무해 왔기 때문에 처음에는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만 들었죠. 하지만 대표님은 저의 능력에 확신을 갖고 제가 안무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주셨고, 저도 상상하고 있던 것들을 빠르게 실현에 옮길 수 있게 됐어요.
작품의 주제와 의도에 관해 설명한다면?
김유찬 구스타브 홀스트(1874~1934)의 ‘행성’을 바탕으로 만들었어요. 행성별 성격이 뚜렷하게 표현된 작품 속에 ‘지구’라는 행성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 독특하다고 느꼈죠. 작품 제목에 쓰인 ‘Earth’와 ‘Us’, 즉 한글로는 모두 ‘어스’라고 표기하지만 영어에서는 발음과 의미가 다른 두 단어처럼 관객과 무용수 모두 이 지구 위에서 같은 감정을 느끼며 살아가는 존재라는 점을 엮어보고자 했습니다. 또, 우주가 계속해서 팽창해 나가는 것처럼 무용수들의 몸과 움직임의 영역도 확장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동작을 짜고 있어요.
콜린 매튜(1946~)의 음악 ‘명왕성, 새롭게 하는 자’(이하 ‘명왕성’)도 함께 사용되지만, 프로그램에는 언급되어 있지 않은 점이 흥미롭습니다. 무언가 비밀스러운 장치가 있는 걸까요?
김유찬 홀스트가 ‘행성’을 작곡할 당시(1914~1916)에는 명왕성이 발견되기 전이라, 과학적인 면에서도 이름을 밝히지 않는 것이 맞겠다고 생각했어요. 또, ‘명왕성’은 화성적인 느낌이 거의 없이 굉장히 불명 확한 음악인데, 2006년 명왕성이 행성에서 왜행성(소행성과 행성의 중간 지위에 있는 천체)으로 재분류된 사실과도 연결되면 재미있겠다고 생각했죠. 곡의 뒷부분에는 첫 번째 행성인 ‘수성’의 멜로디가 흘러나와서, ‘명왕성’을 무대의 막이 열리고 우주가 탄생하는 배경을 표현하는 데에 활용했습니다.
관객들이 이번 공연을 통해 어떤 점을 발견하길 원하나요?
명확한 이야기가 존재하는 작품은 아니다 보니, 정해진 답을 드리고 싶지는 않은 것 같아요. 찰나의 한 장면이라도 무용수들이 하고 있는 이야기를 알아채실 수 있다면 저는 만족할 것 같습니다.

윤별발레컴퍼니
남다른 조화로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다
11월에는 파리에서 ‘갓’을 다시 무대에 올릴 예정이죠. 해외 공연을 할 때의 마음가짐은 어떤가요?
김유찬 해외에서 작품을 보여드릴 때는 오히려 좀 더 편해요. 해외 관객들은 갓에 대한 지식도, 기대도 없으니까 더 냉정하게 무대만 봐주면서도 작품을 신선하게 느끼죠. 그러니 저희도 2024년 ‘갓’을 초연했을 때처럼 설레는 마음으로 무대를 준비하게 됩니다.
그간의 ‘윤별발레컴퍼니’를 떠올렸을 때, 가장 기억에 남는 공연이 있다면?
김유찬 딱 하나의 작품이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모든 공연이 늘 최고의 기억으로 남아요. 지금은 직전 공연인 ‘월하정인’이 기억에 남아요. 새로운 레퍼토리를 만날 때마다 매번 성장하는 포인트가 다르고, 예술가로서의 스펙트럼을 넓혀 주는 ‘영양제’를 맞는 것 같습니다.
윤별 저는 대표로서 ‘하루하루가 위기다’라는 생각으로 지냅니다. 어떤 공연이든 110%를 준비하지 않으면 원하는 무대를 얻어낼 수가 없다고 생각하고요. 그런 점에서, 모든 면에서 최선을 다했던 ‘갓’은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것 같아요. ‘갓’ 덕분에 무용수들도 이 컴퍼니가 잘 되겠다는 확신을 가지게 됐고요.
앞으로 추구할 예술적 방향을 짚어준다면?
윤별 저희는 아직 색깔을 만들어 나가고 있는 발레단이라고 생각해요. 다른 단체와 협업하며 카멜레온처럼 색깔을 바꿔보기도 하고, 한계를 두지 않고 저희가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아나가는 과정인 것 같습니다. 세상은 넓고 콘텐츠는 많으니, 앞으로 저희가 새로 만들어 나갈 것은 넘쳐나지 않을까요?(웃음)
그의 ‘갓’ 사랑은 연습실 곳곳에 달린 갓 모양의 조명에서도 느껴졌다. 예술감독이라는 직함보다 대표로서의 책임을 앞세우며 무용수들을 있는 그대로 믿어주는 윤별, 그리고 그 신뢰의 힘 위에서 탄생할 11월의 신작, 안무가 김유찬의 ‘어스’를 기대해 볼 만하다.
글 장지현 기자 사진 영등포문화재단
윤별(1994~)
선화예중·고를 거쳐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실기과를 졸업했고, 우루과이 국립발레단에서 활동했다. 헬싱키 발레 콩쿠르 남자 시니어 부문·잭스 발레 콩쿠르에서 각각 2위에 수상했으며, 현재 윤별발레컴퍼니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김유찬(2001~)
선화예중·미국 키로프 발레 아카데미를 거쳐 미국 조프리 발레 정단원으로 활동했다. 2021년 유스 아메리카 그랑프리 북미 결선에서 시니어 남자 부문 1위를 수상했고, 2024년 Mnet ‘스테이지 파이터’에 출연해 최종 8위에 올랐다. 현재 윤별발레컴퍼니 단원·안무가로 활동 중이다.
PERFORMANCE INFORMATION
‘트래드 나우’ 더블빌
11월 3~5일 주프랑스한국문화원
이선아(안무)/김주홍(음악)/윤별발레컴퍼니 ‘갓’
윤별발레컴퍼니 ‘The Earth : Us’(신작)
11월 28·29일 영등포아트홀
윤별(예술감독)/김유찬(연출·안무)/박소연·강경호·정성욱 외
윤별발레컴퍼니 ‘그랜드 갈라’
12월 12일 오후 5시 용인포은아트홀
박소연·윤별(안무·출연)/강경호·김유찬·정성욱 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