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리니스트 파트리샤 코파친스카야 첼리스트 솔 가베타, 우정과 음악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26년 10월 19일 1:0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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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리니스트 파트리샤 코파친스카야
첼리스트 솔 가베타

우정과 음악

18세기 르클레르부터 20세기 크세나키스까지, 시대를 가로지르는 두 현의 대화

©Julia Wesely

 

 

 

 

 

 

 

첼리스트 솔 가베타(1981~)와 바이올리니스트 파트리샤 코파친스카야(1977~)는 20년 넘게 우정을 이어온 둘도 없는 친구 사이다. 인연은 2003년 스위스에서 시작됐다. 당시, 피아니스트 헨리 시그프리드손과 연주하던 가베타가 피아노 3중주를 함께할 바이올리니스트를 찾던 중 코파친스카야를 소개받으면서부터다. 처음 활을 맞춘 순간부터 강렬한 음악적 교감을 나눈 세 사람은 자연스럽게 하나의 팀이 되어 여러 무대를 누볐다.

각각 바젤과 베른에 자리를 잡은 뒤 함께 연주하며 낯선 곳에서 서로에게 ‘음악적 가족’이 되어주었고, 코파친스카야는 가베타와의 무대를 “대화를 계속 이어가는 공간”이라 칭한다. 각자의 길을 걸어온 시간이 길어진 지금도, 두 사람은 다시 만나 악기를 들면 마치 어제 나누던 이야기를 잇듯 자연스러운 선율의 대화가 흐른다.

이번 무대에서 이들의 대화는 음악사를 아우르며 자유롭게 오간다. 르클레르와 C.P.E. 바흐부터 라벨과 코다이, 20세기의 크세나키스와 리게티, 그리고 코파친스카야의 자작곡에 이르기까지. 양식의 경계를 넘나드는 프로그램 위로 두 사람이 함께 지나온 시간과 오랜 신뢰를 더해 음악의 역사와 우정의 서사가 한 무대에 펼쳐진다. 내한을 앞둔 솔 가베타와 파트리샤 코파친스카야를 만났다.

 

우리는 서로의 다음 호흡을 아는 사이

둘 사이에 서로는 어떤 의미입니까?

코파친스카야 우리의 경력은 얼추 비슷한 시기에 시작됐다고 볼 수 있어요. 둘 다 어렸고, 음악에 대해 몹시 갈급했던 시절이었죠. 음악을 중심으로 일어난 동행의 에너지는 함께 연주하는 무대에서 피어났어요. 우리는 이제 말없이도 서로를 이해하는 관계예요. 때로는 솔이 저조차도 몰랐던 제 다음 찰나를 알아맞히기도 합니다. 마치 두 곡예사가 텔레파시로 서로의 움직임을 예측하며 몸을 던지는 것처럼요. 함께한 수많은 시간 속에서 굳건해진 이해와 신뢰는 제게 소중한 자산입니다.

가베타 우리는 사적인 삶에서도, 무대 위에서도 수많은 중요한 순간을 함께 해왔어요. 파트리샤는 언제나 창의적이고, 새로운 영감을 건네는 음악가입니다. 무엇보다 우리의 오랜 우정이 이번 듀오 무대를 움직이는 가장 중요한 힘이 될 것이라 생각해요.

 

이번 연주에서는 2021년 발매한 음반 ‘솔&팻(Sol & Pat)’에도 수록된 라벨의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소나타, 코다이의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2중주, 그리고 코파친스카야의 자작곡 ‘기리비치(Ghiribizzi)’가 연주될 예정이지요?

코파친스카야 ‘기리비치’는 본래 니콜로 파가니니가 만든 제목입니다. 스케치처럼 별나고 변덕스러운 음악에 이 이탈리아 단어를 붙였죠. 이 제목부터가 저에게 자유를 줍니다. 바이올린과 첼로, 오직 두 연주자를 위해 쓴 곡이라는 점도요. 삶은 결국 대화의 연속이며, 저는 이 곡에서 끝없는 대화를 탐험하는 비옥한 땅을 발견했습니다.

 

나아가 이번 무대는 이 곡을 비롯해 18세기의 르클레르와 바흐, 20세기의 라벨, 21세기의 비트만까지 서로 다른 시대를 오가는 여정이기도 합니다.

코파친스카야 네. 이번 연주는 여러 시대와 스타일, 무드를 통과하는 여정입니다. 바이올린과 첼로, 이 두 악기의 조합이 얼마나 풍부하고 다채로운지 몰라요. 피아노가 필요 없는 조합이지요. 때론 오케스트라처럼 들리기도 하고, 외로운 팬플루트 소리 같기도 하죠. 저희는 어느 작품이나 비슷하게 들리는 프로그램을 원하지 않아요. 색채와 환상의 만화경 같은 프로그램이라 자부합니다.

가베타 한마디로 ‘다양성’이 생명인 프로그램입니다. 구성된 작품 하나하나가 강력한 개성을 품고 있죠. 세월에 따라 음악적 취향은 변하지만, 곡을 해석하고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일은 결국 아티스트의 치열한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음악적 해석에 있어서도 그렇고 프로그램을 정하는 일에서도 그렇죠. 파트리샤와 함께 구상한 이번 무대는 정말 독창적이에요. 모든 작품이 마술적이고 대단한 힘을 가지고 있죠. 작곡가들이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해 쓴 웅대한 작품을 만날 수 있습니다.

런던 로열 오페라 퀸 엘리자베스홀(2021) ©Sophia Evans

 

 

 

 

 

 

 

 

 

오래된 음악으로 자신의 시대를 말하는 법

이번 시즌에는 19세기 초반에 활동한 여성 첼리스트 리사 크리스티아니(Lise Cristiani)를 조망하고 있습니다. 이 작업은 가베타,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가베타 리사 크리스티아니(1825~1853)라는 상징적인 인물의 삶에 다가가기 위해서, 무려 10년 동안의 탐색과 연구가 필요했습니다. 그녀는 여성이 직업적·예술적 자유를 누리기 어려웠던 시대에 살았지만, 강렬한 카리스마와 재능, 흔들림 없는 결단력으로 역사에 남을 독주자의 발자취를 그려냈죠. 첼로라는 악기를 향한 그녀의 뜨거운 열정과 견고한 신념에서 깊은 유대감과 동질감을 느낍니다.

 

직접 이끌고 있는 스위스의 ‘솔스베르크 페스티벌(Solsberg Festival)’ 역시 아티스트로서 빼놓을 수 없는 핵심 프로젝트입니다.
가베타 그럼요. 제게 솔스베르크 페스티벌은 작고 소중한 아이와 같아요. 매해 조금씩 자라서 이제 스물두 번째 생일을 앞두고 있죠. 빌데 프랑, 베르트랑 샤마유, 알렉산드르 캉토로프, 그리고 조성진에 이르기까지 이 시대 최고의 동료들을 초대해 음악적 탁월함을 이어가는 일은 제 삶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커다란 기쁨입니다.

 

코파친스카야 씨는 고음악에서 낭만에 이르는 바이올린 레퍼토리를 두루 연주하면서 동시에, 루카 프란세스코니(1956~), 마르톤 일레시(1975~)의 작품들을 초연하곤 합니다. 이 시대의 음악을 다루게끔 하는 동기는 무엇인가요?

코파친스카야 현시점에서 음악인들은 앞을 바라보고 자신만의 판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믿습니다. 현시대의 감각을 찾아야 하며 그저 과거에 머무르기만 해서는 안 되죠. 동시대의 작곡가들과 함께 일하고 새 음악이 계속 태어나게끔 상황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또한 오늘날은 사색과 깊은 응시의 시간이 눈에 띄게 줄어든 시대입니다. 소셜 미디어의 침범은 우리의 집중력을 지속적으로 방해하는데, 그럼에도 우리는 집중해야 합니다. 우리 자신을 겹겹의 의견과 질문이 얽힌 거미줄 안에 두어야 합니다. 과거의 청중이 당대의 ‘새로운 음악’을 갈망했듯, 지금도 똑같습니다. 우리의 언어로 말하고, 감각을 깨어있게 하는 음악이 절실하죠.

 

깨어 있는지 잠들어 있는지조차 모호한 채 멍하니 소셜 미디어를 보는 데 지친 사람이라면, 바이올린과 첼로라는 클래식의 정수를 품은 두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보자. 박제된 유물이라 생각했던 클래식 음악의 세계 위로, 새로운 눈을 뜨게 할지니.

글 양경원(음악 칼럼니스트) 사진 예술의전당

 

파트리샤 코파친스카야(1977~) 몰도바 키시너우 출생. 빈 국립음대에서 바이올린과 작곡을 공부하고, 베른에서 이고르 오짐에게 바이올린을 배웠다. 2013년 그라모폰 올해의 음반상, 2018년 그래미상을 수상했다. 고전 레퍼토리에서 동시대 작품까지 경계를 넘나들며, 과감한 해석과 실험적인 프로그램으로 독자적인 음악 세계를 구축해왔다.

솔 가베타(1981~) 아르헨티나 코르도바 출생. 마드리드 레이나 소피아 고등음악원에서 공부한 뒤 바젤 음악원에서 이반 모니게티에게 배웠으며, 베를린 한스 아이슬러 음대에서 다비드 게링가스와 수학했다. 2006년 창설한 솔스베르크 페스티벌의 예술감독을 맡고 있다.

 

PERFORMANCE INFORMATION
파트리샤 코파친스카야 & 솔 가베타 듀오 리사이틀
10월 29일 오후 7시 30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리게티 ‘힐딩 로센베리에 대한 오마주’, 크세나키스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디플리 지아(2중주)’ 외

 


둘이 빚는 힘

독주자로 무대를 호령하던 거장들이 서로의 눈빛과 숨소리에 온전한 감각을 세울 때, 무대 위에는 또 다른 시너지가 생겨난다. 바이올린과 첼로로 구성된, 현시대를 대표하는 현악 듀오는 또 누가 있을까?

글 유내리 기자

 

©M.Ribes_A.Vo VanTao_Warner Classics

르노 카퓌송&고티에 카퓌송

프랑스를 대표하는 클래식 음악계 형제이자 바이올린·첼로 듀오다. 첫 음반 ‘대면’(2003)을 비롯해, 누나이자 피아니스트인 오드 카퓌송이 함께 하기도 한 ‘인벤션’(2006), 정명훈 지휘의 브람스 이중 협주곡 음반(2007) 등을 연이어 발표하며 듀오의 유대를 과시했다. 실내악과 협주곡 무대를 오가며 각자의 솔로 활동과 나란히 공동 작업을 이어왔으며, 2024년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 두 사람 모두 성화 봉송 주자로 참여하기도 했다.

 

©Christine Schneider

율리아 피셔&다니엘 뮐러 쇼트

1996년 뮌헨 방송의 한 토론 프로그램 출연자로 서로를 알게 되어, 이후 친분을 쌓았다. 2002년 크리스토프 포펜/밤베르크 심포니와 브람스 이중 협주곡을 연주하며 처음 한 무대에 섰고, 이후 20년 넘게 이 작품을 거듭 연주해왔다. 멘델스존 피아노 3중주 음반(2006)에 이어 코다이·라벨·슐호프 등의 작품을 담은 듀오 음반 ‘Duo Sessions’(2016)를 발표하며 실내악 레퍼토리의 폭도 넓혔다.

 

©Marcus Kaben

크리스티안 테츨라프&탄야 테츨라프

일곱 살 차이의 남매로,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음악을 나눴다. 1994년부터 테츨라프 콰르텟으로 본격적인 활동을 이어왔고, 피아니스트 라르스 포크트와도 오랫동안 피아노 3중주로 호흡을 맞췄다. 브람스 이중 협주곡은 두 사람이 거듭 무대에 올려온 대표 레퍼토리로, 2023년 파보 예르비/베를린 도이치 심포니와 녹음한 음반을 남겼다. 크리스티안이 “남매가 아니었어도 함께 연주했을 것”이라고 언급했을 만큼, 가족을 넘어 독립적인 음악적 동료로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SONY, S80649C

안네 조피 무터&파블로 페란데스

멘토와 제자로 시작해 연주 파트너로 관계를 넓혀왔다. 페란데스가 무터에게 자신의 연주를 들려주며 음악적 조언을 구한 것을 계기로 인연을 맺었고, 2017년 마드리드에서 브람스 이중 협주곡을 처음 함께 연주했다. 이듬해 페란데스는 안네 조피 무터 재단의 장학생이자 ‘무터 비르투오지’의 일원으로 합류해 여러 무대를 함께했다. 2022년에는 피아니스트 램버트 오키스와 클라라 슈만의 피아노 3중주를 담은 첫 공동 음반을 발표하며, 스승과 제자의 관계를 넘은 음악적 파트너십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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