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STIVAL FOCUS
랑데뷰 드 라 무지크 페스티벌 예술감독
피아니스트 김혜진
5년간의 여정을 돌아보며
‘새 작품’으로 ‘새 숨’을 불어넣고,
‘새 길’과 ‘새로운 감상법’까지 제시하는 실내악 축제를 꿈꾸다

“5년이란 시간이 결코 길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한 그루의 묘목이 그늘을 드리울 만큼 자라나기에는 충분한 시간 아닐까 생각합니다.”
2022년 세상에 처음 등장한 랑데뷰 드 라 무지크 페스티벌(이하 랑데뷰)이 올해로 5회를 맞이했다. 처음 랑데뷰를 구상할 당시에는 과연 지속적인 페스티벌로 이어갈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다던 김혜진에게 이번 페스티벌은 최초 개막 이후 첫 번째로 찍은 방점과도 같다.
10여 년간 로스앤젤레스를 중심으로 활동을 이어가는 그는 피아니스트로서 솔리스트보다는 여럿이서 즐길 수 있는 실내악 활동에 더 마음이 갔다고 한다. 그러던 중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을 겪으며 실내악이 더욱 그리움을 느낀 그는 페스티벌을 고안하기로 마음먹게 된다.
“여기서, 실내악이라는 기본적인 방향성 외에도 낯설고 새로운 작품을 선보이는 방식으로 차별화를 꾀하면 어떨까 싶더라고요. 미국에서 활동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현대음악 작품들을 마주했는데, 소개하고 싶은 흥미로운 작품들이 정말 많았거든요.”
비록 미국에서 활동 중이지만 페스티벌만큼은 모국에서 시작하고 싶었다는 그는 앞서 언급했듯, 설렘과 걱정을 함께 안고 이 페스티벌을 열었다고 한다.
“그렇다보니 5년간 페스티벌을 지속할 수 있었다는 사실에 정말로 감사할 뿐입니다. 랑데뷰를 이끌며 느낀 것이 있다면, 페스티벌은 단순히 공연이 아니라, 차곡차곡 쌓이는 ‘시간’과 함께 만들어진다는 점입니다. 시간 속에서 쌓인 기억과 경험, 그리고 저희의 진정성과 고유성을 믿고 매년 함께해 주시는 관객과 연주자들이야말로 페스티벌을 지속하게 하는 가장 큰 자산입니다.”
만남과 만남 속에 빚어진 지난날들
5년이 흐른 지금, 페스티벌 가운데 김혜진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도 랑데뷰를 세상에 처음 선보인 제1회 무대다. “돌이켜보면 가장 적은 연주자들이 참여했지만, 처음으로 내놓는 만큼 무엇보다 잘 해내야겠다는 마음뿐이었죠.”
바쁜 시간을 쪼개 자정이 넘는 시간까지도 연습을 이어 나가며 처음으로 마주했던 연주자들끼리 서로 점차 가까워졌던 그때를 잊지 못한다고.
“공연을 마친 후 연주자들이 ‘이렇게 음악에만 오롯이 집중했던 때가 언제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데, 정말 행복한 순간이었다’라고 건네줬던 말이 아직까지도 가슴 속 깊이 남아 있습니다.“
김혜진은 연주자들과 만나며 음악을 빚어내는 과정은 물론, 무대에서 관객들을 만나며 그간 음악을 위해 고민해 온 시간을 전달하고 함께 느끼는 과정에서 또 다른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아마 랑데뷰를 지속해 올 수 있던 데에는 어떤 특별한 비결이나 노력이 있던 것은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그저 하나의 공연 안에서 연주자와 작품, 그리고 관객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는 방향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그 진심이 전해지고, 결국 그런 일련의 과정이 랑데뷰를 지속할 수 있던 원동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김혜진은 해를 거듭하며 이 ‘만남’의 가치와 중요성을 더욱 깊이 새긴다고 한다.
“사실 매번 ‘만남’이라는 정체성을 의식하지는 않는데도, ‘어떤 작품끼리 만나야 하는가?’ ‘어떤 연주자들이 함께해야 가장 좋은 호흡을 빚을까?’ ‘관객은 이 공연을 통해 무엇을 느끼게 될까?’와 같은 질문을 던지다 보면 자연스레 ‘만남’의 의미로 이어지게 되더라고요.”
김혜진은 정답이 없는 이 질문들 사이의 연결고리를 찾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음악-연주자-관객이 하나의 흐름 안에서 친밀하게 이어지는 공연을 구성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 속에서 ‘만남’이라는 랑데뷰만의 정체성이 견고히 빚어졌다고 생각합니다.”
그간의 시간을 풀어내는 ‘결’
랑데뷰에서는 매년 페스티벌의 주제를 선정하고, 공연마다 그 주제에 따르는 부제를 담는다. “부제가 듣는 이의 상상력을 제한한다는 시선도 있지만, 저는 관객이 공연을 보다 능동적으로 이해하고 사유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관객에게 건네는 ‘첫인상’ 또는 ‘작은 안내문’과 같은 맥락에서 부제를 구상하는 편이에요.”
올해 랑데뷰의 주제는 ‘Passage: 결’이다. 한 지점에서 다음 지점으로 넘어가는 과정의 의미를 담은 ‘Passage(패시지)’와, 그 과정을 지나는 시간동안 랑데뷰 안에 쌓여온 선택과 만남이 이루어낸 흐름을 ‘결’의 의미에 담아 엮어내는 의도다. 올해는 ‘모차르트, 그 너머’(8.9)로 시작해 ‘랑데뷰 살롱-소리의 초상: 영 라이징 아티스트’(8.11), ‘금결(金結)’(8.12), 그리고 폐막 공연인 ‘경이로운 환상: 축제를 닮다’(8.14)로 이어진다.
“모차르트는 지금도 끊임없이 새롭게 해석되는 하나의 ‘아이디어’와 같은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페스티벌의 첫 문을 그에게 맡기며, 그의 존재가 어떤 형태로 변화하고 재해석될 수 있는지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두 번째 공연은 영아티스트를 대상으로 하는 만큼 각 연주자의 강점과 개성을 드러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 해당 공연에는 최근 프라하 국제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한 피아니스트 손세혁(2008~)과 현대차 정몽구 재단 장학생인 바이올리니스트 박서현(2005~)·첼리스트 조유민(2005~)이 출연하는데, 김혜진은 단순히 영아티스트라는 사실보다는 그들과 다양한 세대의 연주자들이 함께 음악을 만들어가는 모습에 주목했으면 한다는 바람을 보탰다.
“그리고… 그다음 공연은 ‘금결’이죠. 금관 5중주는 이 페스티벌에서 처음으로 올리는 편성이에요. 그간 현악과 피아노 중심이었던 프로그램에 새로운 소리의 결을 더해보고자 했습니다. 그 가운데 현악 4중주도 함께 하는데, 서로 다른 질감의 대비를 통해 각자의 매력을 극대화하려는 시도였습니다.”
폐막 공연은 슈베르트 현악 5중주로 시작해 도흐나니 6중주로 끝맺는 구성이다. 김혜진은 “5년을 넘어 다음 여정으로 나아갈 가능성을 열어두고자 했다”는 뜻을 밝혔다. “의도하지는 않았는데, 두 작품 모두 C장조더라고요. 앞선 여정을 한데 모아서 정리한다는 분위기에, 저도 모르게 본능적인 감이 따라간 것 같아요.”
하나의 이정표, 혹은 정거장을 지나며
김혜진은 올해의 랑데뷰를 ‘뜻깊은 이정표’이자, 긴 여정 속 하나의 ‘정거장’에 빗대며, 이 정거장을 지나 오래도록 랑데뷰를 이어가고 싶다는 마음을 표현했다. 더불어, 앞으로도 랑데뷰만의 정체성과 색채가 흐려지지 않도록, 외연을 넓히기보다는 내실을 쌓으며 페스티벌만의 고유한 결을 더욱 선명히 다져가는데 초점을 두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작은 포부가 있다면, 공연 횟수를 늘리기보다는 한국에서 쉽게 만날 수 없는 작품과 음악가들을 꾸준히 소개하는 플랫폼이 되었으면 한다는 것입니다. 또, 지금까지 이어온 국내 초연 작품의 발굴과 신진 아티스트를 위한 무대도 지속하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랑데뷰가 어떤 음악과 사람을 만나며 깊이를 더해갈지 기대해 주셨으면 합니다.”
글 최성혁 기자 사진 스테이지원
김혜진(1987~) 서울예고 재학 중 도독하여 베를린 한스 아이슬러 국립음대로 최고연주자과정을 마친 후 콜번 음대에서 아티스트 디플로마 과정을 마쳤다. 부소니 콩쿠르에서 최연소 3위에 입상했으며, 현재 콜번 음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PERFORMANCE INFORMATION
랑데뷰 드 라 무지크 페스티벌
8월 9일 오후 2시 예술의전당 IBK기업은행챔버홀 ‘모차르트, 그 너머’
8월 11일 오후 7시 30분 거암아트홀 ‘랑데뷰 살롱-소리의 초상: 영 라이징 아티스트’
8월 12일 오후 7시 30분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 ‘금결(金結)’
8월 14일 오후 7시 30분 예술의전당 IBK기업은행챔버홀 ‘경이로운 환상: 축제를 닮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