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리스트 아나스타샤 코베키나, 시대와 시대 사이를 노래하는 첼로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26년 8월 11일 2:09 오후

WELCOME 1 내한하는 화제의 예술가들

 

첼리스트 아나스타샤 코베키나 Anastasia Kobekina

시대와 시대 사이를 노래하는 첼로

중세 성가부터 현대음악까지 아우르며 자신만의 해석을 즐기는 ‘맨발’의 그녀가 내한한다

©JNicolas Hudak_Sony Music Entertainment

 

 

 

 

 

 

 

 

 

 

 

오는 8월 18일부터 23일까지, 전 세계의 음악이 8일 동안 예술의전당(Seoul Arts Center/SAC)에서 모인다. 콘서트홀·IBK기업은행챔버홀·리사이틀홀에서 각종 협연과 리사이틀, 앙상블 공연이 펼쳐질 ‘예술의전당 국제음악제’의 현장이다.

지휘자 이승원이 이끄는 SAC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를 주축으로 피아니스트 신창용과 케빈 첸, 카메라타 안티콰 서울, 현대음악앙상블 소리3.0 등이 출연할 이번 음악제에서 2019년 차이콥스키 콩쿠르 입상자 첼리스트 아나스타샤 코베키나(1994~)는 중책을 맡는다. 22일에는 바흐와 현대곡을 넘나드는 솔로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23일의 SAC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의 폐막 공연에서 쇼스타코비치의 첼로 협주곡을 연주한다.

‘스트라드’ ‘르 피가로’ ‘바흐트랙’ 등의 언론에서 매력과 실력을 모두 갖춘 첼리스트로 평가받으며 기대를 모으고 있는 코베키나를 서면으로 만나보았다.

 

즉흥적으로 만들어내는 무대와 음악

최근 ‘맨발의 첼리스트’라는 별명으로 화제를 모았죠. 언제부터 맨발로 연주했고, 그렇게 연주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맨발로 연주하면 안정감도 느껴지고 동시에 자유로움도 느껴집니다. 그렇게 오래된 일은 아니에요. 지난해 쇼스타코비치 첼로 협주곡 1번을 연주하기 전에 즉흥적으로 내린 결정이었는데, 그 이후 계속 맨발로 연주하고 있습니다. 맨발로 연주하면 기분이 좋아요!

러시아·독일·프랑스까지, 서로 다른 나라에 머물며 그곳 스승들을 수학한 것으로 아는데, 각각의 가르침은 어떻게 달랐나요?
그동안 다양한 나라의 훌륭한 선생님들과 배울 수 있었던 건 큰 행운입니다.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저에게 영향을 주었죠! 그래서인지 제 연주는 어느 하나의 학파만을 반영하지 않아요. 두 선생님을 꼽는다면, 제롬 페르노(1972~)와 크리스틴 폰 데어 골츠(1968~)입니다. 페르노와는 파리에서 공부했는데, 매 레슨이 저에게 정말 큰 영감을 주었어요. 저만의 목소리와 해석을 찾고, 저 자신이 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도록 격려했죠. 골츠는 바로크 첼로의 매력을 발견하도록 도와줬습니다. 바로크 연주자들은 음악을 해석할 때 자유로워요. 실험적이고 창의적이죠. 바로크 시대 음악가들이 즉흥연주를 많이 했고, 악보를 학습하기보다는 초견으로 읽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죠. 그러니 바로크 음악은 정말로 ‘그 순간만의 예술’이었습니다. 음악을 만드는 건 순간의 예술이라는 사실을 저는 바로크 음악을 연주하며 배웠어요.

 

각 시대별 악기에서 찾아낸 개성 있는 첼로 소리

이번 독주회에서 1717년산 스트라디바리우스 ‘보나미 도브레-수지아’ 첼로로 연주할 예정이죠.(악기명은 소유자인 도브레와 수지아에서 유래) 모든 작품이 독주곡인 22일 공연에서 이 악기의 어떤 면을 볼 수 있을까요?
‘보나미 도브레-수지아’는 희귀한 아름다움을 지녔어요. 스트라디바리의 황금기에 만들어진 만큼 멋지고 풍부한 소리를 내죠. 관객과 가까이 마주하는 솔로 리사이틀에 걸맞으면서,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에도 어울릴 만큼 강력합니다. 저는 낯선 언어를 잘 모를 때가 많지만 억양으로 그 뜻을 느낄 수 있다고 믿어요. 또, 사람 목소리의 억양을 음악에서 찾는 것을 좋아하는데, 이 악기는 사람의 목소리가 가진 색채를 표현하는 데에 뛰어납니다. 노래하거나 속삭이고, 큰소리를 내거나 울기도 하죠. 이번 독주회에서 이런 개성을 잘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지난 5월 빈 심포니(페트르 포펠카 지휘, 롯데콘서트홀)와의 내한공연에서는 로버트 브루어 영(1967~)이 제작한 악기를 사용했죠. 1717년산 악기를 연주할 때와 비교해본다면 현대 악기는 어떤 특징이 있나요?
브루어 영은 굉장한 악기 제작자입니다. 그는 현대 악기와 바로크 악기로의 전환이 모두 가능한 개성 있는 악기를 만들죠. 새 악기와 오래된 악기 모두 자기만의 목소리를 갖고 있고, 이 목소리를 발견하는 것은 언제나 흥분되는 일입니다. 예를 들어 제가 가수가 되어 여러 목소리를 내볼 수 있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Johanna Berghorn_Sony Music Entertainment

 

 

 

과거와 오늘의 예술을 교차하며

히에로니무스 보스 ‘바보들의 배’

22일 독주회 프로그램이 궁금합니다. 중세부터 현대까지, 전 시대를 다루는 흐름은 어떤 의미가 있나요?
이번 연주에서는 중세 시대 수녀이자 작곡가인 빙엔(1098~1179)의 작품과 현대 작곡가 그린우드(1971~)의 작품, 그 사이에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1번을 연주합니다. 이어 데스너(1976~), 피니스(1984~)와 같은 동시대 작곡가의 작품을 연주하고 다시 바흐 모음곡 2번으로 돌아가죠. 다음으로는 제 아버지 블라디미르 코베킨(1947~)의 곡을 연주해요. 저는 이러한 선곡의 교차로에서 나오고 느껴지는 대조를 즐깁니다. 한국에서도 그런지 모르겠는데, 유럽에서는 향수 가게에 들어갔을 때 여러 향에 노출된 후각을 다시 회복시키기 위해 커피콩 향을 맡게 하죠. 제게 짧은 현대의 작품들은 이것과 같아요. 바흐의 음악은 이런 대조되는 요소들로 인해서 더욱 새롭게 들리죠.

 

 

아버지인 블라디미르 코베킨의 작품으로 무반주 첼로곡 ‘바보들의 배’는 2019년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연주한 곡이기도 한데요. 어떤 곡인가요?

‘바보들의 배’(코베키나 연주)

이 곡은 15세기 화가 히에로니무스 보스(?~ 1516)의 그림 ‘바보들의 배’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폭풍 속의 배를 묘사하는 음악 속에서 승객들은 높은 파도 속에서 살기 위해 서로들 싸웁니다. 승객을 표현하는 멜로디는 중세음악에서 따왔고, 춤곡 같은 음형은 폭풍을 상징하는 모티브에 의해 방해를 받죠. 자연의 힘과 인간 사이의 싸움이라 볼 수도 있습니다.

 

 

8월 암스테르담 콘세르트헤바우에서 엘가의 첼로 협주곡을, 9월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에서 브라이스 데스너(1976~)의 ‘흔들리는 대지’를 연주하는 등 많은 공연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2026년 하반기와 2027년의 주요 공연을 알려주세요.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오케스트라, 런던 필하모닉, 루체른 심포니와 같은 멋진 오케스트라와 협연하고, 빈 무지크페라인에서의 데뷔도 예정되어 있습니다. 무엇보다 다가오는 예술의전당 국제음악제도 손꼽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누구나 꿈꿀만한 최고의 관객이 바로 한국의 관객이니까요.

양경원(음악 칼럼니스트) 사진 아나스타샤 코베키나 공식 홈페이지

 

아나스타샤 코베키나(1994~)
러시아 출신 첼리스트. 모스크바 음악원·프랑크푸르트 국립음대·크론베르크 아카데미 등에서 수학했으며 2016년 에네스쿠 콩쿠르에서 2위를, 2019년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3위를 수상하며 주목을 받았다. 2018년부터 2021년까지 BBC 뉴 제너레이션 아티스트로 활동했으며 2024년 레너드 번스타인 상을 받았다.

 

PERFORMANCE INFORMATION
예술의전당 국제음악제(8.18~23)
아나스타샤 코베키나 첼로 독주회
8월 22일 오후 2시 예술의전당 IBK기업은행챔버홀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1~3번, 빙엔 ‘오 잎이 무성한 가지여’,
코베킨 ‘바보들의 배’ 외
이승원/SAC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협연 아나스타샤 코베키나)
8월 23일 오후 7시 30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쇼스타코비치 첼로 협주곡 1번·교향곡 5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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