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O THE PLATFORM | 히어위아 이다지오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26년 8월 27일 12:12 오후

INTO THE PLATFORM | ➊ HERE WE ARE

예술가·공연·관객을 연결하는 네트워크 ‘히어위아’

히어위아(HereWeAre)는 국제 공연예술 데이터베이스(ITDb)를 중심으로
전 세계 공연예술인을 연결하는 창작자 중심글로벌 커뮤니티입니다.

 

3년마다 돌아오는 파격의 예술축제,

루르트리엔날레(Ruhrtriennale)

루르트리엔날레는 매년 늦여름 독일 루르 지역에서 약 한 달간 열리는 국제예술축제다. 과거 제철 산업의 중심지였던 이곳에서 세계 각국의 예술가들이 옛 탄광과 제철소, 코크스 공장 등 산업 유산을 무대로 음악극·연극·무용·퍼포먼스·시각예술 등 다양한 작품을 선보인다. 축제의 가장 큰 특징은 이 산업 공간을 위해 새롭게 제작된 작품들로 프로그램이 구성된다는 점이다. 특히 음악극은 새로운 오페라 형식부터 혁신적인 음악 프로덕션까지 폭넓은 스펙트럼을 아우르며 축제의 핵심을 이룬다.

 

루르에서의 3년을 보낸 예술감독의 마지막 편지

© Thomas Burns

루르트리엔날레 예술감독으로 보낸 3년은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음악극과 무용, 영화, 오페라, 음악에 대한 관심을 루르에서 마음껏 펼칠 수 있었고, 그 과정에서 온전한 예술적 자유와 지역사회의 아낌없는 지지를 경험했습니다. 또한 개인적으로는 예술적 근원을 되찾는 여정이었죠. 신진 연출가 시절부터 저는 정형화된 극장에서 작업하기를 거부했습니다. 첫 작품 ‘루머스’(소문)는 버려진 세탁소에서 공연했고, 이후 ‘디지즈 점스’(병균)는 안트베르펜 항구의 빈 창고에서 선보였습니다. 철강 산업이 남긴 거대한 산업 유산 역시, 이를 필요로 하는 곳이에요.
더불어 아시아 관객들에게 깊이 감사드립니다. 저희는 암스테르담과 파리에서 제작한 여러 작품을 서울, 홍콩 등 아시아 곳곳의 무대에 올릴 수 있었어요. 그 과정에서 소중한 친구들을 얻었고, 때로는 4시간에 달하는 긴 공연에도 자리를 지켜주신 관객들을 만났습니다.
머지않아 아시아를 찾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어쩌면 새로운 작품을 그곳에서 만들게 될지도 모르죠. 미래는 아무도 모르는 법이니까요!
사랑을 담아, 이보 반 호퍼

 

루르트리엔날레의 2026년 화제작 ‘독일의 가을’

©Urban Zintel

1946년 가을, 스웨덴 문단을 대표하는 작가 스티그 다게르만(1923~1954)은 폐허가 된 전후 독일을 여행했다. 그 여정의 기록인 ‘독일의 가을’에서 패전 직후 독일 사회의 상처와 불안을 날카로우면서도 시적인 시선으로 담아냈다. 당시 다게르만의 여정에는 루르 지역도 포함되어 있어, 이번 세계 초연에 특별한 의미를 더한다. 굶주림과 피로가 드리운 도시들을 거닐며 그는 한 가지 질문을 남겼다. “이 나라는 정말로 자유를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그로부터 80년이 지난 오늘, 연출가 크리스토퍼 뤼핑은 이 질문을 다시 루르의 무대로 불러온다. 이 작품은 루르트리엔날레와 도이체스 테아터 베를린의 공동 제작으로, 9월 17일 루르트리엔날레에서 세계 초연된 뒤 9월 26일부터 도이체스 테아터 베를린 무대로 이어진다. 뤼핑은 다게르만의 여행기를 출발점으로 독일이라는 국가 정체성의 균열을 탐색하며, 1946년과 1977년, 그리고 현재를 관통하는 역사적 메아리를 치밀한 연극적 직조로 엮어낸다.

 

히어위아가 추천하는 올해 하반기 주목작

‘맥베스’ |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메트의 2026/27 시즌 문을 여는 작품은 베르디의 ‘맥베스’ 신작 프로덕션(9.22~10.20). 무엇보다 이번 공연은 현존 최고 드라마틱 소프라노 가운데 한 명인 리세 다비드센이 생애 처음으로 레이디 맥베스를 맡는 배역 데뷔 무대라는 점에서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메트는 이 중요한 개막 무대를 젊은 신예 연출가 루이자 프로스케에게 맡기는 과감한 선택을 했다. 그의 메트 데뷔 무대이기도 한 이번 작품에서 프로스케는 셰익스피어 비극을 뚜렷한 여성적 시선으로 재해석하며, 권력과 야망에 대한 참신하고 섬세한 질문을 던질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프로스케의 행보는 파리에서도 이어진다. 2027년 초 파리 오페라에서 대형 호텔을 배경으로 한 새로운 ‘돈 조반니’를 선보이며 파리 오페라에 데뷔한다. 한편 이보 반 호베의 ‘돈 조반니’는 이미 2023년 메트에서 초연되어 레퍼토리로 자리 잡았다. 뉴욕과 파리를 오가며 서로 다른 세대의 연출가들이 모차르트와 베르디의 고전을 새롭게 해석하는 가운데, 다비드센의 배역 데뷔가 더해진 ‘맥베스’는 메트 새 시즌의 가장 강력한 화제작으로 꼽힌다.

 

‘토스카’ | 베를린 슈타츠오퍼
오늘날 드라마틱 소프라노의 양대 축이 리세 다비드센(1987~)과 아스미크 그리고리안(1981~)이라면, 테너 진영에서는 벤자민 베른하임(1985~)이 그에 가장 가까운 이름으로 꼽힌다. 오는 10월과 11월 그는 베를린 국립오페라에서 푸치니 ‘토스카’의 마리오 카바라도시로 주역을 맡는다. 푸치니 특유의 밀도 높은 오케스트레이션을 상대로 자신의 가능성을 시험하는 이번 선택은, 성공 여부를 떠나 베를린의 ‘토스카’를 올가을 지켜봐야 할 화제작으로 만든다.

 

‘라 보엠’ | 멜버른 오페라 오스트레일리아
차세대 테너를 이야기할 때 강 왕(1988~)의 이름을 빼놓을 수 없다. 호주와 중국을 배경으로 성장한 그는 벤자민 베른하임 이후 등장한 흥미로운 신예다. 팬데믹 이후 그는 드레스덴에서 구노의 ‘로미오와 줄리엣’의 로미오 역에 막판 대타로 투입되어 큰 주목을 받았다. 젊은 시절의 프랑코 코렐리를 연상시키는 강렬한 카리스마와 안정적인 성량으로 순식간에 관객을 사로잡았다.
2017년 모스크바 신년 갈라에서 카우프만을 대신해 긴급 투입되기도 했던 그는 이후 빈 슈타츠오퍼, 바이에른 슈타츠오퍼, 산 카를로 극장,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까지 세계 주요 오페라 극장 데뷔를 잇달아 성공시키며 빠르게 성장 중이다. 앞서 샌프란시스코 오페라에서는 황뤄의 오페라 ‘손오공(The Monkey King)’ 초연을 이끌며 국제적인 주목을 받았다. 호주의 국립오페라단 격으로, 창단 70주년을 맞아 15년 만에 새로운 프로덕션으로 선보이는 오페라 오스트레일리아의 ‘라 보엠’. 자국이 배출한 라이징 스타 강 왕이 로돌포로 나서는 이번 무대는 그 자체로 가장 강력한 관전 포인트다.

 


 

➋ IDAGIO 

음악과 청취자가 하나 되는 순간 ‘이다지오’

‘IDAGIO – 클래식 음악의 고향’

2015년 베를린에서 설립된 클래식 음악 전문 스트리밍 플랫폼. 전 세계 190개국 이상에서 서비스 중인 이다지오는 세계 유수의 오케스트라, 앙상블, 독주자들의 고음질 음원과 기획 콘텐츠를 한데 모아 클래식 음악을 한층 더 쉽게 탐색할 수 있도록 돕는다. 무엇보다 작곡가·작품·연주자·악장·시대 등 클래식 음악의 특성에 최적화된 검색 기능과 250만 개 이상의 맞춤형 음원 컬렉션을 제공한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 다양한 콘텐츠는 물론, 무손실 FLAC(16-bit/44.1 kHz) 포맷의 스트리밍을 통해 음악의 디테일과 다이내믹을 충실하게 전달해, 청취자들이 더욱 깊이 있게 음악을 발견하고 감상할 수 있도록 돕는다. 전체 재생 횟수를 기준으로 일괄 분배하는 일반적인 공동 풀(pool) 방식과 달리, 개별 이용자의 실제 감상 내역을 반영해 권리자와 아티스트에게 배분하는 방식을 지향하며 건강한 스트리밍 생태계를 이끌기 위해 노력한다.

 


 

INTERVIEW

피아노와 함께 하는, 내면의 탐험

이다지오가 추천한 16세 피아니스트 아이히혼의 음악 세계

월간객석은 8월호부터 ‘이다지오’의 월간 기획 콘텐츠를 매월 소개할 예정이다. 이번 호에 소개될 주인공은 독일 출신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유스투스 프리드리히 아이히혼(2009~). 독일 바이마르에서 태어나 바이마르 리스트 음대·벨베데레 음악학교에서 수학한 아이히혼은 올해 16세의 나이로 도이치 그라모폰과 전속 계약을 맺어 화제를 모았다.

9월 11일, 레이블 데뷔 음반 ‘더 소스(The Source)’를 CD와 LP 및 디지털 음원으로 발표할 예정이며, 음반에는 바흐·리스트·멘델스존·힌데미트·슈베르트·R. 슈트라우스 등의 작품과 함께 아이히혼의 자작곡 세 곡, 체르니의 연습곡을 재해석한 작품과 비발디 작품의 피아노 편곡이 수록된다. 2023년 예술의전당에서 한국 데뷔 무대를 가진 이후 2025년까지 매년 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와의 협연 무대에 오르며 한국과도 인연을 맺어 온 그가 쌓아온 음악 세계는 어떤 모습일까. 아래는 이다지오가 주목한 피아니스트 아이히혼과의 일문일답이다.

 

나의 근원인 바이마르로부터

열 살 때부터 국제 무대에 서기 시작했고, 인생의 많은 부분이 관객들 앞에서 펼쳐졌습니다. 무대 위에서 성장했다는 점이 무대 밖에서 자신을 이해하는 방식에 변화를 주었나요?

연주는 아주 어릴 때부터 제 삶의 일부였습니다. 무대에 서는 것을 일상과 분리해서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그래서 음악 밖에서 저를 바라보는 관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학교와 피아노를 벗어나면 또래들처럼 친구들과 축구나 스키, 수영을 즐기고, 그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을 좋아합니다. 자연을 좋아하기도 해서 시간이 날 때마다 하이킹을 즐기곤 해요.

 

데뷔 음반의 제목은 ‘더 소스(The Source)’이고, 당신이 자란 도시인 바이마르에서 그 구상이 시작됩니다. 첫 음반의 시작점이 반드시 그곳이어야 한다고 깨닫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제가 태어나고 자란 바이마르는 여러 의미에서 제 기원이 되는 곳입니다. 괴테와 실러의 활동지역으로 유명할 뿐만 아니라 바흐, 리스트 등 이곳에서 살며 활동했던 수많은 위대한 음악가들의 도시이기도 하죠. 저에게 그 예술적 연결고리는 추상적인 것이 아니라 늘 아주 가깝게 느껴지는 것이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거의 매일 자전거를 타고 리스트의 생가 앞을 지나다녔고, 바흐가 살던 집터는 시장광장 바로 옆에 있었죠. 이 위대한 작곡가들은 일상에 늘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졌고, 음악 여정의 첫발을 바이마르에서 내딛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었습니다.

 

데뷔 음반을 위해 어떤 곡이든 녹음할 수 있었을 텐데요. 고향과 연결된 작곡가들과의 전통을 되돌아보는 음악으로 첫 음반을 펴내기로 결심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바이마르와 깊은 연관이 있는 바흐와 리스트는 제가 처음 피아노를 시작했을 때부터 늘 제 곁에 머물렀던, 제가 가장 사랑하는 작곡가들입니다. 그들의 음악을 선택하는 것은 고향과의 뜻깊은 연결고리를 만들어줄 뿐만 아니라, 저의 지극히 개인적인 면모까지 반영할 수 있죠. 그 외에도 음반에는 오랜 세월 동안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해 온 곡들을 골랐습니다. 제 음악적 성장에 중심적인 역할을 한 또 다른 작곡가는 체르니(1791~1857)입니다. 그의 연습곡(에튀드)은 제가 오랫동안 매일 하는 제 연습 루틴 중 중요한 일부였죠. 많은 피아니스트가 체르니의 작품을 단순한 기술 훈련을 위한 연습곡으로만 여긴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만의 음악적 성격과 표현이 가득한, 빛나는 비르투오소 작품으로 접근하려고 노력해 왔습니다. 그 연습곡들을 바탕으로 변주를 만드는 것도 좋아하고요. 체르니가 프란츠 리스트의 스승이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그의 음악을 음반에 포함하는 것은 아름다운 음악적 연결고리를 완성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마음에 귀를 기울여 마주하는 음악

작곡가로서, 어떤 작품이 수년간 연주해 온 음악이 아니라 비로소 ‘나만의 음악’처럼 들리는 순간을 어떻게 알 수 있나요?

제 음악을 쓸 때는 다른 작품이나 작곡가에 대해 생각하지 않습니다. 화가에 빗댄다면, 시작하기 전에 ‘오늘은 흑백으로만 그려야지’ 혹은 ‘오늘은 수채화로 그려야지’라고 미리 정해두지 않는 식이죠. 대신 온전히 자유를 느끼며, 상상력이 이끄는 대로 몸을 맡깁니다. 창작의 과정이 결국 저를 어디로 이끌지 기대하며 그 과정을 마주합니다.

 

이번 앨범에 수록된 세 곡의 자작곡은 모두 즉흥 연주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런 순간에 당신은 마음속으로 어떤 소리에 귀를 기울이나요?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표현하고자 하는 특정한 감정을 자아내는 화성과 선율의 연결고리를 탐색합니다. 요즘은 특히 기억이나 꿈을 떠올리게 하는, 우울하고 애잔한 음악을 쓰는 것에 이끌립니다. 하지만 격정적이고 불꽃 같은 에너지가 넘치는 곡들을 쓰기도 했어요.

 

콘서트홀은 완벽한 침묵과 집중을 요구하는 반면, 소셜 미디어는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데 단 몇 초밖에 주어지지 않습니다. 이 두 세계가 예술적으로 상충한다고 고민하기도 하나요? (아이히혼은 인스타그램 27만 팔로워를 보유한 ‘인플루언서’다.)

물론 두 공간은 완전히 다른 세계입니다. 무엇보다 ‘시간을 느끼는 감각’이 다르죠. 콘서트홀에서는 침묵과 쉼, 그리고 관객과 함께 숨을 쉬는 행위 자체가 음악의 마법 같은 부분으로 녹아듭니다. 그런 경험은 오직 음악을 공연장에서 직접 마주하거나, 온전한 집중을 기울여 음반을 들을 때만 진정으로 가능하죠. 반면 온라인에서의 ‘스파크’는 대개 시선을 즉각적으로 사로잡는 움직임이나 행동, 혹은 예상치 못한 무언가에서 비롯됩니다. 두 세계 모두 나름의 매력이 있지만,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방식은 전혀 다르죠.

 

새로운 감정으로의 초대

데뷔 음반을 만드는 것은 큰 이정표인 동시에 훨씬 더 긴 여정의 시작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당신의 다음 행보는 무엇인가요?

다음 녹음 프로젝트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당장은 다가오는 공연들을 무척 기대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4번을 연습하고 있어요. 저는 이 곡이 서정성과 음색의 아름다움 측면에서 베토벤이 이룩한 가장 위대한 성취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올가을 이 곡의 연주로 마무리할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사이클 또한 저에게 커다란 이정표가 되겠죠. 나아가 쇼팽의 음악에도 훨씬 더 깊이 몰입해 보고 싶고, 2027년에는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을 처음으로 무대에서 선보일 예정입니다.

 

누군가 ‘더 소스’를 처음 들었을 때, 당신의 프로필이나 배경이 아니라 ‘음악적 목소리’에 대해 어떤 점을 이해해 주기를 바라나요?

이 음반에 담긴 모든 작품은 제 일부가 되었습니다. 저는 이 곡들과 함께 살아왔고, 오랜 시간에 걸쳐 저만의 해석을 발전시켜 왔어요. 저에게 있어 음악의 본질은 작품을 연구하며 느낀 감정과 상상을 피아노를 통해 실제로 들을 수 있는 소리로 바꾸는 데 있습니다. 음악의 가장 매혹적인 점 중 하나는 똑같은 구절이 사람마다 완전히 다른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경이로울 정도로 폭넓은 감정의 세계를 열어준다는 것이죠. 저는 이런 음악이 가진 커다란 수수께끼이자 기적을 소리를 통해 들려주고, 관객들이 각자의 내면세계를 탐험하도록 하고 싶습니다.

인터뷰 이다지오 정리 장지현 기자 사진 도이치 그라모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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