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IS NOW
테너 김효종
로시니를 부르는 즐거움
작품의 발굴과 공유도 성악가의 몫이니, 그로 인해 로시니의 작품 세계는 더욱 풍성해진다
김효종(1982~) 베를린 한스 아이슬러, 뤼베크 음대를 졸업하고, 하노버 음대에서 최고연주자과정을 졸업했다. 스페인 비냐스 콩쿠르 3위·관객상, 독일 보칼 게니알 콩쿠르, 독일 코부르크 알렉산더 지라디 콩쿠르 등에 입상했고 브레멘 극장의 전속 가수로 활동했다.
Performance information
테너 김효종 리사이틀
3월 8일 오후 7시 30분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김효종(테너), 토마조 레포레(피아노) 로시니 가곡 ‘숲의 요정’, 가곡 모음 ‘음악의 밤’(12곡),
오페라 아리아(라 체네렌톨라·알제리의 이탈리아 여인·세비야의 이발사) 외
로시니는 도니체티·벨리니와 함께 19세기 초 이탈리아 오페라의 흥행을 이끌었다. ‘세비야의 이발사’부터 ‘윌리엄 텔’까지, 그의 오페라들은 유려한 벨칸토의 대명사다. 흔히 ‘로시니 스페셜리스트’로 불리는 테너들, 이를 테면 로렌스 브라운리·후안 디에고 플로레스 등은 가볍고 부드러운 목소리를 가졌다.
그러나 김효종이 추구하는 바는 조금 다르다. 리릭 테너에 가까운 그는, 더 넓고 서정적인 로시니에 특화되어 있다. ‘김효종표 로시니’에는 10년간의 오페라 극장 전속 가수로서 겪은 시간이 묻어있다. “내 목소리에 가장 잘 맞는 작곡가”로 로시니를 뽑은 김효종이 오는 3월, 자신의 첫 한국 리사이틀에서 이를 증명한다.
공연의 부제가 ‘이것이 바로 로시니다!’이다. 레퍼토리에 대한 자신감이 보인다.
로시니의 작품으로만 구성한 첫 리사이틀이라 부담감도 크다. 그래도 일반적으로 ‘로시니 테너’를 떠올렸을 때 생각나는 목소리보다는 힘 있는 목소리를 가졌기에, 그동안 들어보지 못한 색다른 로시니를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공연에 로시니의 가곡과 오페라 아리아들을 포함하고 있어 구성이 색다르게 다가온다.
오페라 극장에서 오래 일해오다 보니 오페라 레퍼토리는 많이 쌓이는데 가곡 쪽은 그렇지 못했다. 로시니로만 리사이틀을 꾸리겠다고 결심한 이후, 그의 가곡 중 좋은 곡이 많다는 것을 발견했다. 관객이 아는 곡도 있지만, 잘 불리지 않은 곡들도 있다. 이런 곡들을 하나씩 꺼내 선보이는 것도 성악가들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에서의 첫 리사이틀인데, 관객에게 ‘테너 김효종’에 대해 어떤 기억을 남기고 싶나?
형용사로 말하자면 ‘반짝반짝’이다. 물론 내 머리도 반짝반짝 빛나긴 하지만(웃음), 외형보다는 소리가 빛나는 성악가로 기억되고 싶다는 말이다. ‘이런 반짝이는 소리를 내는 것이 바로 테너구나!’ 하는 것이 느껴지길 바란다.
무대는 큰 스승이다
공연에서 선보이는 아리아는 ‘라 체네렌톨라’ ‘알제리의 이탈리아 여인’ ‘세비야의 이발사’에서 각 한 곡씩을 골랐다. 모두 전막 공연 경험이 있는 작품인가?
‘알제리의 이탈리아 여인’과 ‘세비야의 이발사’는 전막 공연을 했었다. ‘라 체네렌톨라’는 대학생 때부터 꾸준히 연습하곤 했는데, 당시에는 잘 되지 않았다. 유학 후에 극장에 취직하면서 이 작품의 아리아를 다시 불러보았다. 학생 때보다는 테크닉도 쌓였고, 어떻게든 불러내기 위해 발버둥 치며 연구하다보니 그 때부터 로시니 작품의 발성법을 터득했던 것 같다. 로시니의 노래는 그 특유의 음을 잘 표현할 때, 그 소리가 극장 벽을 ‘탁’ 치고 내게 다시 돌아오는 게 느껴진다. 그럴 때면 관객도 그 에너지를 느끼는 것 같아 로시니를 부르는 게 참 재밌다.
로시니의 작품을 잘 부르려면 벨칸토 창법을 통달해야 하지 않나.
결국, 호흡이다. 느린 프레이징이든, 빠른 프레이징이든 그 길이에 맞춰 숨을 조절할 수 있는 훈련이 필요하다. 숨이 남아도, 모자라도 안 된다.
그 발성법을 깨달은 순간은 언제쯤인가?
서른 중반 즈음인 것 같다. 오페라 극장 전속 가수 생활을 하다보면, 나한테 꼭 맞는 곡만 부를 순 없다. 한계를 마주하고, 또 그걸 어떻게든 소화하기 위해 훈련하고 연구한다. 공교롭게 로시니의 오페라 무대에 오르면서 그 방법을 많이 찾았다. 이번 리사이틀에서도 부를 아리아 ‘더 이상의 반항은 그만’(세비야의 이발사)은 오페라의 제일 마지막에 나오는 고난도의 노래다. 전막 오페라를 올렸을 때 ‘아, 이 정도면 에너지를 잘 채웠다!’라고 생각한 날은 관객이 큰 반응이 없었는데, ‘오늘은 겨우, 정말 간신히 해냈다’고 느낀 날의 공연에 사람들의 반응이 뜨거운 것 아닌가. 내가 만족하는 노래와 관객들이 좋아하는 노래가 다르다는 것을 그때 깨달았다. 그래서 무대는, 내게 많은 것을 가르쳐준 큰 스승이다.
마음을 전달하는 음악
전속 가수(2012~2022)로 활동한 독일 브레멘 극장에 대해 조금 더 듣고 싶다. 극장 소속 성악가를 버리고 솔리스트로 선언한 이유는 무엇인가.
브레멘은 오페라 경험이 없던 내게 기회를 준 매우 고마운 도시다. 지금의 나를 만들어준 밑거름 같은 극장이기도 하다. 그러나 극장 생활이 계속 되면서, 최선을 다해서 음악을 하기보단 ‘적당히’에 익숙해졌다. 음악적 발전을 바라며 솔리스트로서의 길을 걷고자 했다.
브레멘 극장을 떠난 후, 어떤 활동들에 집중하고 있나.
한국 무대에 여러 번 올랐다. 작년에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에서 한국 초연한 도니체티 ‘로베르토 데 브뢰’(라벨라오페라단)에 올랐다. 멘델스존 ‘사도 바울’이나 로시니의 ‘스타바트 마테르’ 등 오라토리오 공연에 선 것도 새로웠다. 4월에는 국립오페라단 ‘한여름밤의 꿈’에 라이샌더 역으로 출연한다. 첫 리사이틀을 이 오페라와 동시에 준비하느라 분주하다. 만약 다음에 또 리사이틀 기회가 생긴다면 하고 싶은 작품들도 많다. 슈베르트의 연가곡도, 로시니를 포함한 여러 벨칸토 작곡가의 작품도 기획해보고 싶다.
성악가로서의 삶에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
몇 년 전에 삶에 희망을 잃은 청소년들을 위한 공연에서 노래를 한 적이 있다. 공연 후 ‘노래를 듣고 다시 살아갈 힘을 얻었다’는 피드백을 들었다. 그때, 노래를 한다는 것이 정말 대단한 일이라는 걸, 그리고 음악이 큰 힘을 가졌다는 걸 느꼈다.
마지막으로, 40주년을 맞이한 ‘객석’에게 보내는 한 마디.
창간 4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대한민국 예술계의 발자취에 함께해준 그동안의 노고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 앞으로 10년, 100년 계속해서 이어지길 기원한다.
MINI INTERVIEW
피아니스트 토마조 레포레
빈 슈타츠오퍼의 오페라 코치가 만드는 성악과의 앙상블
유럽의 오페라 극장들에는 오페라 코치가 여러 명 상주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오페라 전용 극장이 없어 상주하는 오페라 코치가 없다. 따라서 오페라 코치의 역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독일의 용례를 살펴보는 것이 빠르다.
독일의 오페라 극장에는 ‘레페티토어(Repetitior, 여성의 경우 레페티토어린)’가 여럿 상주한다. 극장 규모에 따라 2~8명 정도다. 이들은 오페라가 올라가기 전부터, 성악가들의 아리아 및 앙상블 음악 연습에 함께 한다. 오케스트라 총보를 피아노로 연주할 수 있는 실력도 갖춰야 한다.
성악가들의 딕션을 말 그대로 ‘코치’해야 하기 때문에 언어적 역량도 뛰어나야 한다. 그중에서 주조역 성악가들의 연습을 담당하는 이는 솔로 레페티토어라고 불린다. 2022년 5월호 특집 기사를 위해 만났던 가진이(린츠 극장 수석 오페라 코치)는 “어느 정도의 언어 구사 능력이 필요한지 궁금하다”는 기자의 질문에 “오페라 작품에 사용되는 모든 언어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때문에 오페라로 정평난 로시니의 작품을 다루는 이번 공연에서는, 피아니스트의 ‘언어 이해도’가 무척 중요하다. 오페라 전문가이자 피아니스트인 그와 공연을 앞두고 메일을 주고받았다.
브레멘 극장·린츠 극장을 거쳐 빈 슈타츠오퍼의 솔로 레페티토어(솔로 성악가를 담당하는 오페라 코치)로 일하고 있다. 극장 별 차이가 있나.
브레멘에서는 연간 10~12개의 작품을 했고, 세 명의 피아니스트와 두 명의 수석지휘자가 함께 있었다. 린츠 극장에선 비교적 대중 친화적인 작품들을 배웠다. 빈으로 옮긴 후에는 큰 변화가 있다. 연간 50개의 작품을 올리고, 열 명의 피아니스트가 함께 일한다.
‘훌륭한’ 오페라 가수들과 작업하며 느끼는 그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다양한 특징들이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무대 뒤 보이지 않는 준비 과정에서 노력하는 성악가들을 높이 평가한다. 관객의 박수를 받기 위해 열정을 다하고, 확신을 가지고 무대를 이끌어나가는 그들을 보며 큰 감동을 받는다. 테크닉적인 면에서 생각해본다면, 오케스트라 피트에 몇 명의 연주자가 있든, 혹은 얼마나 작은 악상으로 노래를 부르든, 좋은 오페라 가수의 노래는 대중에게 명확하게 들린다는 점이다.
솔로 레페티토어에 도전해보고 싶은 이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조언을 해달라.
나는 피아노를 전공했지만, 오페라와 늘 함께 해왔다. 오페라 코치가 되기 위한 학교는 분명 있지만, 분명한 것은 지금도 내가 일을 배우는 과정 중에 있다는 것이다. 성악가와 소통하고, 지휘자와 관계를 맺고, 무대 리허설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등은 현장에서만 배울 수 있다. 만약 레페티토어에 도전해보고 싶다면 많은 성악가들과 작업하고, 그들이 원하는 것을 이해하려고 노력해봐야 한다. 또한 그들에게는 내가 연주를 ‘잘’ 하는가가 중요하지 않음을 알아야 한다. 오히려 벨리니 오페라에 필요한 단순한 아르페지오 연주를 정확히 해낼 수 있게 된다면, 리스트의 화려하고 빠른 독주 작품도 더 잘 연주하게 될 수 있음을 느낄 것이다.
김효종과의 공연으로 한국에서의 첫 공연을 앞두고 있다. 기대하는 점이 있다면?
브레멘 극장에서 그를 처음 만났을 때가 기억난다. 방 밖으로 살짝 흘러나오고 있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무척 좋았다. 이후 극장에서 일하면서 그 주인공이 김효종이란 것을 알았다. 브레멘 극장에서 그가 여러 벨칸토 작품들을 부를 때 함께 작업했던 것도 기억에 오래 남는다. 같이 작업한 것이 꽤 예전이라, 우리가 한국이라는 새로운 곳에서 함께 공연을 한다는 사실이 무척 설렌다.
글 허서현 기자 사진 더브릿지컴퍼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