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준 1월 29일 타계 장례식은 그의 살아생전과 다름없이 유쾌하고 멋진 행사였다. 조문객들의 연설 역시 백남준과의 황당 어록 향연이라 해도 좋을 만큼, 장례식장은 웃음 바다였다. 장례식 마지막에 조카 켄 하쿠다가 넥타이를 자르자 제안했고, 존 레논의 부인 오노 요코가 그의 넥타이를 자르자 400여 명의 조문객 모두가 준비된 가위로 옆 사람의 넥타이를 자르는 것으로 백남준의 예술혼을 기렸다. 영결식 또한 백남준이 관 속에서 벌떡 일어나 “나 안 죽었다!” 하며 다시 걸어나올 것 같은 분위기다. 장례식과 영결식, 이 또한 백남준 예술의 한 대목이 아니었을까.
알렉상드르 타로 파리 현지 인터뷰 최근 이곳 유럽 음악계는 ‘알렉상드르 타로 현상’이라는 순풍에 기꺼이 몸을 실었다. 2001년 라모의 ‘새로운 모음곡’, 2005년 바흐 ‘이탈리아 협주곡’, 그리고 올해 쇼팽 왈츠 전곡 음반을 낸 알렉상드르 타로는 신동 현상으로 식상해진 1990년대의 데카당스를 잊게 하는 이상적인 연주자다. “초콜릿을 좋아해요. 바바라의 샹송도. 성글게 짠 나의 오래된 스웨터도 좋아합니다.” 그는 38세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감상적인 청년이었다. 게다가 눈빛은 얼음처럼 투명해서 보는 이를 당혹스럽게 만들 정도였다.
죄르지 리게티 6월 12일 타계 파란만장했던 20세기가 역사의 뒤안길로 접어들면서 치열하게 그 시대를 살았던 작곡가들도 이제 하나 둘씩 우리 곁을 떠나간다. 죄르지 리게티. ‘현대음악’이라는 다소 낯설고 부담스러운 존재를 흥미롭고 들을 만한 영역으로 여기게 만든 인물. 반권위적 태도를 지녔지만 작품에 관해선 가차없이 비판하는 철저한 장인정신의 소유자. 도달한 지점에 머무르지 않고 횡단과 접속을 계속하며 끊임없이 자신의 창작 세계를 변모시켜나간 예술가. 그는 분명 ‘현대음악’이라는 좁은 울타리를 넘어 20세기 예술사의 흐름에 커다란 족적을 남긴 거장이었다.
엘리자베트 슈바르츠코프 8월 3일 타계 20세기를 대표하는 소프라노였던 엘리자비트 슈바르츠코프가 오스트리아의 작은 마을 슈룬스에서 90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슈바르츠코프는 ‘피가로의 결혼’ 백작 부인ㆍ‘장미의 기사’ 마르샬린으로 극도의 성악적 기품을 발휘하며 ‘성악계의 백작부인’이라 불렸다. 또한 바리톤 디트리히 피셔 디스카우와 더불어 독일 리트의 위상을 한껏 끌어올린 최대의 공로자이기도 했다.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모차르트 22’ 신년 벽두부터 ‘모차르트 탄생 250주년’이라는 구호가 떠들썩했다. 전 세계적으로 올린 수많은 기념 공연과 행사들의 클라이맥스는 단연 모차르트의 고향 잘츠부르크의 여름이었다. 85년째를 맞이한 올해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이 지난 7월 31일 화려한 막을 올렸다. 잘츠부르크는 예년엔 볼 수 없었던 특별하고 놀라운 프로젝트를 내놓았다. 모차르트의 오페라 전 작품 22곡을 모두 무대에 올리는 프로젝트였다. 이에 맞춰 잘츠부르크에는 새로운 극장 모차르트 하우스가 들어섰다.
인스브루크 페스티벌 ‘돈 조반니’에서 날아오른 임선혜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 고음악 페스티벌이 30회를 맞았다. 예술감독 르네 야콥스는 페스티벌 30주년과 모차르트 해를 기념할 ‘돈 조반니’(8월 12~18일)와 ‘양치기 임금님’의 새 프로덕션을 ‘겹초연’하기로 마음먹었다. 주관이 뚜렷하고 고집 세기로 소문난 야콥스는 자기 마음에 꼭 드는 연출가 뱅상 부사르에게 ‘돈 조반니’를 맡겼다. 무슨 이런 연출이 있느냐 되묻고 싶을 만큼 이 무대에서 체를리나의 비중은 압도적이었다. 레포렐로와의 이중창이 더해진 빈 버전 1ㆍ2막, 체를리나를 연기한 임선혜는 혼자 뛰고 구르며 일부 장면의 플롯을 리드해갔다.
루르트리엔날레의 치머만 ‘병사들’ 1970년 자살한 작곡가 베른트 알로이스 치머만의 오페라 ‘병사들’이 루르트리엔날레에서 10월 5일부터 13일까지 공연됐다. 연출가 데이비드 파운트니는 치머만의 시간성에 가장 효과적인 내레이션 방법으로 긴 포디움을 구상했다. 이는 치머만이 원했던 동시적 사건의 유발을 연출하는 데 적격이었다. 마지막인 3장은 씁쓸했다. 창녀가 된 마리는 거리를 방황하다 아버지를 만난다. 그러나 아버지는 딸을 알아보지 못하고 더럽다며 뿌리친다. 신부는 “신이여”라고 외치고, 테이프로 녹음된 군인들의 행진 소리가 점점 커진다. 곧 눈에 덮인 병사들의 시체가 수레에 실려 나온다. 1차 대전의 발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