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에서 만난 페터 무스바흐 베를린의 세 오페라하우스(도이치 오퍼ㆍ슈타츠오퍼ㆍ코미셰 오퍼)는 한계에 이른 재정 적자 문제로 시끄럽다. 여기에 슈타츠오퍼 건물의 전체 보수 공사 문제 또한 시급한데, 1억 5천만 유로에 이르는 비용을 군말 없이 수락한 정치가는 드물 것이다. 급기야 베를린 시장 클라우스 보베라이트는 “향후 도이치 오퍼와 코미셰 오퍼는 베를린 시에서 재정 문제를 부담하겠으나, 슈타츠오퍼는 말 그대로 ‘국립오페라’이니 독일 연방이 책임지라”고 폭탄선언을 해버렸고, 이에 발끈한 슈타츠오퍼 극장장 페터 무스바흐는 시장과 서슬 퍼런 험한 논쟁을 벌였다. 문제는 독일 연방조차 이 문제에 묵묵부담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점이다.
영국 클래펌에서 만난 메트 시네마 캐스트 나는 영화로 만들어진 오페라조차 좋아하지 않는다. 이번 경우에는 저명한 브로드웨이 연출가 잭 오브라이언이 푸치니 3부작의 신연출을 올린다기에 혹했을 뿐이다. 메트 시네마 캐스트 푸치니 3부작은 영국으로 건너와 총 15개 영화관에서 상영됐는데, 런던 내 5개 극장의 티켓은 완전히 매진됐다. 왜 그리 인기가 좋은가? 호기심이 생겼다. 영화 한 편 보는 값으로는 대단히 비싼 가격인 50달러를 지불하고 한 자리를 얻었다. 영화관에 들어선 후에야 클래펌이란 도시에서 200장의 티켓을 구한 사람들은 내가 코벤트 가든에 갈 때마다 마주치던 오페라광들이었음을 알게 됐다.
진은숙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세계 초연 6월 30일 뮌헨 바이에른 슈타츠오퍼에서 진은숙의 오페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세계 초연됐다. 아힘 프라이어가 연출하고 켄트 나가노가 지휘봉을 잡았다. 다양한 선율의 팔레트가 맞물려 작동하는 장면은 진은숙의 그토록 큰 스케일의 작품을 이끌어가는 데 있어 전체적인 제어 능력과 완벽한 준비성을 가지고 임했음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수많은 성악 파트 역시 절묘하게 어우러졌다. 특히 돼지로 변하는 아기에게 들려주는 자장가는 짧은 길이에도 불구하고 그 어떤 장대하고 거대한 오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숭고하고 고상한 아리아였다.
루치아노 파바로티 9월 6일 타계 파바로티가 예상보다 일찍 세상을 떠났다. 세상에 죽음을 피할 길은 없지만, 게다가 파바로티가 췌장암 수술을 받았다는 것은 공개적으로 알려진 사실이었지만, 말기암이 아닌 한 웬만큼 생명을 연장시키는 현대 의료기술을 믿었기에, 또 언제까지나 영원할 것 같았던 파바로티의 미소를 믿었기에 막 72세를 채우지 못하고 맞이한 죽음은 너무 이른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파바로티가 타계했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다시 놀란 것은 그 뉴스를 보도하는 국내외 언론의 태도다. 클래식 음악계의 부음으로는 이례적으로 신속하고 비중 있게 보도되었으며 장례식 장면과 유산 문제를 비롯하여 갖가지 애프터서비스가 이어졌다. 그만큼 파바로티의 성가가 높았다는 것이고, 그의 예술을 제대로 이해했건 아니건 간에 누구나 파바로티를, 그의 음악을 사랑했다는 증거다.
한스 베르너 헨체의 ‘페드라’ 세계 초연 헨체의 열네 번째 오페라 ‘페드라’는 사실상 그의 마지막 오페라로 예상되고 있다. 올해 81세의 헨체는 이미 스스로 기보를 할 수 없을 정도로 건강이 악화됐다고 알려졌다. 본인 스스로도 더 이상 오페라를 작곡하지 않겠다고 천명했다. 2003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초연된 ‘후투티 새와 효의 승리’ 공연 당시에도 ‘후투티…’가 헨체의 마지막 오페라가 될 것이란 추측이 마치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졌다. 다행히도 헨체는 자신의 악상을 조수들에게 구술하는 방식으로 오페라 ‘페드라’를 완성했고, 이 작품의 의뢰자인 베를린 슈타츠오퍼 극장장 페터 무스바흐의 연출로 세계 초연이 성사됐다. (이 기사가 실린 후 2년이 지난 2010년, 헨체의 진정한 마지막 오페라 ‘기젤라(Gisela)’가 루르트리엔날레에서 초연됐다. 헨체는 2012년 10월 27일 향년 96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자샤 발츠 신작 ‘로미오와 줄리엣’ 원작 셰익스피어ㆍ음악 베를리오즈ㆍ안무 자샤 발츠. 발레리 게르기예프 지휘에 주역 무용수 오렐리 뒤퐁과 에르베 모로, 거기에 테너 얀 뵈롱ㆍ메조소프라노 예카테리나 구바노바ㆍ베이스 미하일 페트렌코까지. 작품에 참가한 사람들의 이름만 나열해도 머리가 아찔한 무대는 10월 파리 오페라 발레가 공연한 ‘로미오와 줄리엣’이다. 자샤 발츠의 바스티유 오페라 입성은 꽤나 성공적이었다. 그녀는 발레단의 클래시컬한 전통을 무시하지 않으면서도 전작 ‘게아이텐’에서 보여준 것과 같은 전형적인 자신의 안무 스타일을 살려내면서, 추상적이며 동시에 감동적인 무대를 선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