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5
아도니스의 30년 세월
1983년 바이올리니스트 강동석은 국제 무대에서의 업적을 인정받아 오랜 병역 문제를 해결하고 첫 내한 공연을 가졌고, 1985년 10월 ‘객석’은 그를 표지 인물로 선정했다. 이후 세계무대와 국내를 오가며 활동하면서 30여 차례 ‘객석’과 인터뷰를 가진 강동석에게 창간 30주년을 맞아 오래된 질문들을 다시 꺼내 물었다
1985년 10월호 강동석의 첫 ‘객석’ 커버 스토리에서
13세 어린 나이로 세계 정상을 향한 고행의 길을 택한 강동석이 겪어야 했던 수많은 고통은 외로움·그리움·고달픔 등 온갖 신파조의 단어들을 늘어놓아도 어느 것 하나 걸맞지 않는 게 없다. 미국 이민국 여권을 갖고 베트남 난민과 같은 천대를 받으며 연주 여행을 다니던 것, 또 연습할 때 뼛속까지 파고들던 외로움 등은 그래도 참을 수 있었다. 가장 참기 어려운 것은 고국에 계신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이었다. 그러나 병역기피자라는 낙인이 찍힌 몸으로는 어쩔 수 없는 일. 그는 조국에 빚을 진 것이다. 그러나 자신은 그 빚을 머지않아 몇 배, 아니 몇 십 배 몇 백 배로 갚을 수 있으리라는 점을 알고 있었다.
지난 1983년 가을, 16년 만에 귀국하여 독주회를 갖고 열광하는 청중 앞에서 그는 소리 없이 흐느꼈다. 정작 이 모습을 지켜보셔야 할 아버지께서 지하에 누워계신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찢어지는 듯했다. 이제 시련은 끝났다. 현재 파리에서 피아니스트인 부인과 아들 나일이와 단란한 가정을 꾸미고 있는 강동석. 나일이 동생에 관해서는 “하나 정도 추가할 것”이라고 말하며, 이번 여름은 니스에서 휴가를 보내며 그곳의 여름학교에서 가르치는 시간을 보냈다고 덧붙였다.
무대 밖 바이올리니스트 강동석의 삶은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1991년 12월호 커버 스토리에서)
1991년 아이들이 벌써 일곱 살(나일)·다섯 살(인아)인데, 제가 집에서 떨어져 있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가족들과 함께 지내는 것을 최대한 즐기려고 해요. 아이들이 그 나이엔 모습이 하루하루 변하고, 그때마다 색다른 재미가 많아요. 그 기회를 놓치면 다시는 똑같은 모습을 찾아볼 수 없지요. 아이를 기르는 것이 참 어렵지만, 인간으로서 한번 겪어볼 만한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2014년 제 아이들은 이제 모두 성인이 되었고요. 저는 2000년부터 연세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는 것을 비롯해 국내에서 여러 활동을 하면서 한국에서 보내는 시간이 점차 늘어났습니다. 이제 삶의 활동 범위를 제게 의미 있으면서도 동시에 즐거운 곳에 조금 더 초점을 두고자 합니다. 제 삶에 더욱 집중하고 명확한 방향성을 갖고 있게 된 것 같습니다.
올해 전국 순회공연을 갖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1999년 10월호, 8개 도시 순회공연을 앞두고)
1999년 일본만 해도 외국 아티스트들이 오면 10회 내지 20회의 지방 순회공연을 가집니다. 그만큼 지방의 경제적·문화적 수준이 수도권과 균형을 이루고 있죠. 조그만 도시에 가도 훌륭한 홀이 두세 개쯤 갖춰져 있는 것은 물론이고요.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내한 공연’이라는 것이 서울에서의 일회성 공연에 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국가 발전은 전체 지역이 동등한 수준을 이룰 때 진정한 의미가 있지 않겠습니까.
2014년 서울 이외 지역의 관객들을 만나고 한국의 여러 다른 도시에서 문화생활을 발전시키는 공연에 참여하는 건 언제나 흥미로운 일입니다. 개인적으로는 한국의 여러 지역들을 방문하며 그곳에 대해 알아가는 것 자체도 매우 좋아합니다.
30년 전 강동석은 어떤 사람이었으며, 무엇을 하고 있었습니까?
그때 저는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아이들과 아내가 있는 유부남으로 삶이 확연하게 변화되었죠. 동시에 음악가로서 가능한 많은 활동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습니다. 여러 흥미로운 일들과 모험들, 실험적인 일들이 가득했던 시기였습니다.
지난 30년간의 음악인생에서 가장 기뻤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그동안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나 희망콘서트와 같이 제가 발족한 프로젝트나 참여했던 공연들로 큰 즐거움과 만족을 느껴왔습니다. 이 프로젝트들을 진행하면서 성취감과 더불어 의무와 책임에 대한 감각도 많이 생겼죠. 지난 30년을 돌아보면 특별히 힘들었던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아마도 그보다 더 전에 어려웠던 때가 있었던 것 같네요.
그해의 화제와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