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이 함께한 대한민국 공연예술사 30년 1999

‘독립 경영’에 나선 극장과 둥지를 떠난 국립단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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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4년 3월 1일 12:00 오전

1999
‘독립 경영’에 나선 극장과 둥지를 떠난 국립단체들

1999년의 뜨거운 감자는 민간 독립법인으로 새 출범한 세종문회화관과 국립극장 소속 국립발레단
국립오페라단·국립합창단 3개 단체의 독립법인화였다

2014년, 우리나라에서 소속 단체를 통해 자체 제작이 가능한 곳으로 국립극장과 세종문화회관을 꼽을 수 있다. 그중 세종문화회관은 1978년 지금의 건물을 세웠지만, 극장이 만들어지고 그 안에 전속단체가 생길 때 그 단체를 통해서 무엇을 해야 할지는 진지하게 고려되지 않은 듯하다. 다만 대부분의 서양 극장 안에 여러 단체가 있는 것과 비슷한 방식을 취했을 것으로 유추해볼 따름이다.
서울의 큰 극장들이 그런 방식을 취하다 보니 우리나라 각 지방 문예회관들도 전속예술단체를 보유하게 됐다. 그런데 문제는 협업이 가능한 단체들이 모였는가 하는 부분에서 발생했다. 한 극장 안에 무용단·관현악단·오페라단·합창단이 있지만, 특정 장르를 떠올렸을 때 전속단체만으로 작품을 올릴 수 있는 극장은 실제로 없는 셈이다. 단체를 보유한 극장 스스로가 ‘제작 극장’이라는 임무를 부여해왔는지도 의문이다.
결국 소속 예술단체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작품이 불가능하니 단체는 단체대로 서로가 하나 되기 어렵고, 극장은 콘텐츠의 주체가 될 수 없어 구속력마저 떨어졌다. 결국 극장 예술가들과 극장이 분리되는 결과가 1999년을 기점으로 발생했다.
먼저 세종문화회관이 7월, 서울시 산하기관에서 준독립 재단법인으로 새 출범했다. 이로써 9개 시립예술단체의 통·폐합과 더불어 공연기획·인사·회관의 독립법인화에 관한 모든 부분을 새로 출범하는 재단법인이 맡게 됐다. 다만 예산은 서울시가 지원하는 형태가 계속 유지되고, 각종 시설과 터에 관한 소유권을 시에서 행사하는 부분은 그대로다.
재단법인으로 새로 출범하는 세종문화회관 초대 관장에는 이종덕 씨가 임명됐다. 이전 해까지 3년간 예술의전당 사장으로 재직하며 재정자립도를 39퍼센트에서 64퍼센트까지 끌어올린 그가 막대한 적자의 늪에 빠져 있는 세종문화회관의 구원투수가 될지 귀추가 주목되는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이와 함께 세종문화회관이 상주 오페라 단체 대신 민간 오페라단 연합회 등과 공동제작 형식의 프로덕션제로 방향을 정하면서, 서울시오페라단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국립극장 산하의 국립발레단·국립오페라단·국립합창단이 독립법인화를 추진하면서 이듬해 1월 1일자로 국립극장에서 예술의전당으로 둥지를 옮긴 것도 큰 이슈였다. 예술의전당은 이들 단체에게 연간 일정 기간의 공연장 대관 및 연습실 무료 사용, 공동기획 공연을 보장하기로 했다. 세 개 단체들은 ‘국립’ 명칭이 그대로 유지되고 국가에서 지원받는 예산도 동일하지만, 독립법인에 걸 맞는 재정 자립과 그를 위한 프로그램 개발 및 관객 유치에 대한 부담감을 안게 됐다.
한편 국립극장은 국립창극단·국립국악관현악단·국립무용단·국립극단 4개 단체도 단계적으로 독립법인화하여 전통공연 중심의 극장으로 자리 잡는 방향이 설정됐다.
12월 7일자로 개정된 문화예술진흥법 개정안에 따라 예술의전당은 이듬해 7월부터 재단법인에서 특별법인화됐다. 이로 인해 문예진흥원과 문화관광부 소유의 토지와 건물에 대한 소유권을 획득하게 됐고, 후원금에 대한 면세 혜택으로 기부금 조성을 위한 새로운 방안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

그해의 화제와 인물

1999년 도쿄에서 1월에 열린 국립국악원의 궁중음악과 전통춤 공연은 그간 문화교류 차원으로 국악원이 해외 공연에서 출연료를 받지 않는 관행을 깬 공연이었다. 객석 600석이 매진되어 한국 전통예술의 위상을 높였다.

5월 통영시민문화회관에서 윤이상 가곡의 밤 행사가 열렸다. 행사 후 통영을 윤이상의 음악 도시로 키우기 위한 여러 의견이 나왔으며, 이후 통영국제음악제를 마련하는 계기가 됐다.


▲ 우리나라 최초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의 주연이자 한국 오페라계의 대모였던 김자경이 11월 별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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