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이 함께한 대한민국 공연예술사 30년 2004

새 시대의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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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4년 3월 1일 12:00 오전

2004
새 시대의 등장

‘한예종 음악원 출신’ ‘유수 국제 콩쿠르 수상’. 이제는 익숙해진 신예들의 타이틀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1986년생 손열음이 ‘객석’의 표지에 처음으로 등장했을 때, 우리나이로 열아홉이었다

2004년 10월호 손열음의 첫 ‘객석’ 표지에서
그녀는 무척 이른 나이에 세상의 쓴맛을 보았다. 집안 경제가 한순간에 무너져 내렸던 어린 시절, 그녀는 분신과도 같은 피아노를 빼앗길까 봐 두려움에 떨었더랬다. 차이콥스키 청소년 콩쿠르 최연소 2위(1997), 비오티 콩쿠르 최연소 우승(2002) 등 그녀를 유명하게 만들어준 화려한 커리어는 콩쿠르에 열 번 나가면 아홉 번 떨어졌던 암울한 3년의 슬럼프를 겪은 뒤 찾아온 것이다. 이런 일련의 짧지만 굴곡 심한 사건들을 거치며 손열음은 위축되는 대신 더욱 대범해졌다.
“콩쿠르는 계속 도전하려고요. 어떤 경력이나 명예를 바란다기보다는 나의 음악이 청중과 얼마만큼 교감할 수 있는지, 나의 음악이 얼마만큼 호소력 있는지 계속 검증을 해야 하거든요. 테크닉을 앞세우거나 스스로를 과시하는 피아니스트가 되지 않으려고 무척 조심해요.”

10년 전 인터뷰를 다시 읽어보니, 그때 그 소녀는 어떤 심정이었던 것 같나요?
제 장점이자 단점 중 하나가 언제든 일희일비하지 않는 것인데, 어릴 때는 오히려 더 심했거든요. 이 때도 자기 앞에 다가오는 대단한 일들에 크게 흥분하지도, 또 방심하지도 않는 것 같아 기특하기는 하지만, 다시 저 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좀 더 신 나게 하고, 되도 않는 자아도취에 빠져보고 싶기도 하네요.

20004년의 답변에서 여전히 유효한 부분이 있다면 어떤 것입니까?
저 때부터 “테크닉을 앞세우거나 스스로를 과시하는 피아니스트가 되지 않으려고 조심했다”니 꽤나 고무적입니다. 음악을 제일 앞에 두고 싶은 마음은 지금과 같은 것 같습니다.

당시 “계속 콩쿠르에 도전할 텐가?” 혹은 “콩쿠르가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을 듯합니다. 돌이켜보면 10년 전 손열음에게 콩쿠르는 ‘정말로, 진심으로’ 어떤 의미였습니까?
당시에도 콩쿠르를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생각했던 건 정말, 정말 아니에요. 저는 다만 콩쿠르가 정말로… ‘시장’에 진출하는 유일한 길인 줄 알았어요. 한마디로 좋은 실력의 교향악단과 연주를 할 수 있고, 내 이름을 내건 독주회를 열었을 때 사람이 찾아오고, 내 음악을 담은 음반을 출반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인 줄 알았죠. 그것이 수십 가지의 길 중 그저 하나라는 걸 알게 된 나중에는, 사실 좀 배신감이 들었어요. 누군가 나에게 그 사실을 조금만 더 빨리 알려줬더라면 어땠을까. 그런 생각도 좀 했고요. 물론 콩쿠르를 통해 인생에서 배워야 할 여러 가지를 참 많이 배운 것도 사실이에요.

피아니스트 손열음의 지난 음악인생에서 가장 기뻤던 순간과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가장 기뻤던 순간은 잘 모르겠지만, 가장 기억하고 싶은 순간은 있어요. 2011년 차이콥스키 콩쿠르 결선에서 차이콥스키 협주곡을 연주하던 때요. 1악장이 끝났을 때는 이대로 시간이 멈춰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행복한 시간이었거든요.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비밀이에요.

그해의 화제와 인물


▲ 세종문화회관이 개보수 공사 시작 14개월 만인 2004년 2월 다시 문을 열었다. 그간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음향시설을 총 46억 원의 예산을 들여 보수했다.


▲ 서울문화재단이 유인촌을 초대 대표이사로 임명하고 5월 18일 출범식을 가졌다. 설립 첫 해 무대지원기금과 문예지원기금 사업이 시작됐다.

예술의전당 사장으로 김용배 씨가 임명됐다. 연주가 출신 최초로 예술의전당 사장에 선임된 그는 시즌제 고수·재정 자립도 유지·청소년 음악회 수준 향상·연주가 처우 개선을 위해 다양한 시도를 펼쳤다.

제1회 대관령국제음악제가 ‘자연의 영감’을 주제로 7월 24일부터 8월 8일까지 평창군 용평리조트에서 열렸다. 초대 예술감독으로 바이올리니스트 강효가 위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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