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이 함께한 대한민국 공연예술사 30년 2005

우리 시대의 메세나, 박성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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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4년 3월 1일 12:00 오전

2005
우리 시대의 메세나, 박성용

이 땅의 ‘젊은 연주가’와 ‘메세나’를 심고 가꿔온 고(故) 박성용. 2005년에 들려온 그의 별세 소식은 국내외 음악가와 문화예술계 인사들뿐 아니라 그를 기억하는 모든 이들에게 눈물과 아쉬움을 남겼다

2005년 7월호, 고(故) 박성용 명예회장에게 띄운
‘금호’ 영재 1기 피아니스트 손열음의 편지에서
연주 전 무대 리허설에 불쑥 나타나신 회장님은 열세 살짜리 꼬마의 음악을 다 듣고 나시더니 아이스크림을 사주겠다고 데리고 나가셨습니다. 그날의 첫 만남 이후로 회장님과 나는 서로의 팬이 되었습니다. 하긴 회장님은 누구라도 당신을 만나본 사람을 모두 팬으로 만드는 마력을 가지신 분이거든요.
당신의 홀에서 하는 음악회에 꼬박꼬박 표를 사들고 입장하시고, 구두 소리가 시끄러울까 봐 입고 있던 재킷을 벗어 바닥에 깐 후에야 안심하고 연주를 듣고, 피곤에 지친 몸으로 오셔서 졸음에 쫓기다 깨어나 소년처럼 미안한 얼굴로 어쩔 줄 몰라 하는, 연주될 곡을 여러 종의 음반으로 수집하시고 틈날 때마다 들으며 예습을 하고 오시는 분. 누가 그분보다 더 음악을 사랑했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또렷이 대답해내기 힘들 것 같습니다.
일흔이 넘은 연세에도 틈만 나면 휴대전화로 문자 메시지를 보내시던 회장님. “밥은 잘 먹고 있니” “다음 공연에는 무슨 곡을 연주하니” “연습은 잘 되니” “요즘 무슨 책을 읽고 있니”. 제때 확인을 못 하면 어김없이 전화를 하셔서는 “바빠서 문자 메시지 볼 시간도 없을 텐데 방해해서 미안하구나. 바쁠수록 건강 조심하렴” 하시던 회장님은 로또를 열심히 사셨습니다. 더 많이 돈을 만들어서 영재들 좋은 악기 많이 사줘야 하는데 당첨이 안 된다고 투덜대던 익살맞은 회장님이 어느 날 우리 아버지에게 “열음이 나에게 파십시오” 하시던 게 생각납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박성용 명예회장이 2005년 5월 23일 별세했다. 1996년 금호문화재단(현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이사장에 취임한 이래 기업인으로는 처음으로 1997년 예술의전당 이사장직을 역임하면서 국내 공연예술 현장을 살폈다. 젊은 화가들이 중앙으로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이 된 금호미술관 건립 역시 그가 주도한 것이었고, 1990년에 금호 현악4중주단을 창단해 60개국을 순회하며 연주 활동을 벌이도록 지원하기도 했다. 또 젊은 음악가들에게는 금호 영재 육성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장학금 지급·항공권 제공·악기 무상 대여를 통해 손열음·권혁주·이유라·김소옥 등의 연주자를 길러냈다. 그 외에도 금호문화재단을 통해 금호학술상과 예술상을 제정했다.
2003년 한국메세나협회 발족과 함께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메세나 활동의 사회적 의미를 새롭게 인식시키며 ‘1기업 1문화운동’으로 기업이 문화예술 지원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기초를 닦아놓았다.
이듬해 그가 전국 5천여 초등학교를 비롯한 기업·언론사·공공기관·대학교 등 7,700여 곳에 메세나 활동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를 촉구하는 편지를 손수 작성해 보낸 것은 당시 사회적으로 큰 이슈를 모으며, 메세나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과 참여 확산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메세나 운동이란 “기업이 직접 주도하기보다 일반 국민들이 문화예술을 사랑하도록 계기를 만들어주는 것”이라는 생각으로 다양한 사업을 만들었다. 그중 2005년부터 전국 아동복지시설 어린이를 대상으로 시작된 예술교육 프로그램 ‘아트 포 칠드런(Arts For Chidren)’이 대표적인 예다.
현재 한국메세나협회는 200여 개의 기업 및 문화예술단체가 소속되어 기업과 예술의 지속적인 만남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지난 2월 문화예술후원활동의 지원에 관한 법률안(메세나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앞으로 기업의 예술지원이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이제 고(故) 박성용 명예회장이 뿌려놓은 문화의 씨앗은 이제 대한민국 곳곳에 깊이 뿌리내려, 사시사철 푸르른 나무로 성장하고 있다.

그해의 화제와 인물


▲ 중구문화재단이 2005년 3월 대극장(809석)·소극장(327석)·갤러리를 갖춘 충무아트홀을 건립했다.


▲ 서울시립교향악단이 세종문화회관 소속 단체에서 독립해 재단법인화됐으며, 이후 상임지휘자로 정명훈을 영입해 취임식을 가졌다.


▲ 제1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가 ‘물 만난 영화 바람난 음악’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8월 10일부터 닷새간의 일정으로 막을 올렸다.


▲ 성남아트센터가 10월 14일 개관했다. 이로써 경기 분당권 거주자를 비롯해 서울 강남권 관객들까지 수용할 수 있는 복합 문화 공간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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