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이 함께한 대한민국 공연예술사 30년 2013

우리 것의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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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4년 3월 1일 12:00 오전

2013
우리 것의 가능성

국립창극단 ‘메디아’와 국립오페라단 ‘처용’이 초여름의 무대를 달궜다.
모두가 ‘국립’이라는 이름을 걸고,
‘우리’를 내세웠다는 점에서
‘객석’은 두 작품을 집중 조명했다

2013년 5월과 6월, 뜨거운 두 ‘창작’이 국립극장 해오름극장ㆍ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 나란히 올라 화제를 모았다. 국립창극단 ‘메디아’와 국립오페라단 ‘처용’은 각각 서양 고전과 우리 음악의 만남, 우리 설화와 서양음악 양식의 만남이라는 엇갈린 공통점을 지니고 있었다. 그리고 또 하나의 공통점. 모두가 ‘국립’이라는 이름을 걸고, ‘우리’를 내세웠다는 점이었다.
국립창극단의 ‘메디아’는 에우리피데스의 원작을 바탕으로 했다. 극본 및 작사 한아름, 연출 서재형, 작사 및 작창 황호준, 지휘 진성수, 무대 디자인 여신동, 안무는 이경은이 맡았다. 창극의 역사는 100년이 조금 넘는데, 국립극장 내 국립창극단이 최근 제시해온 서사는 ‘비극’에 가까웠다. ‘장화홍련’ ‘서편제’를 필두로 현대의 서사를 비롯해 희랍 비극까지 창극으로 풀어내는 시도는 또 100년 창극사에 크게 기록될 일이었다.
‘메디아’를 작곡한 황호준은 “기존의 창극은 판소리 바탕에 맞춰 곡이 만들어지는 형식이었으나 ‘메디아’는 정해진 곡조가 없으니 좀더 자유로울 수 있었다. 철저하게 드라마에 몰두했다. 음악이 극에 봉사하는 현대음악극 양식에 집중했다고 볼 수 있다”라며 기존 창극과의 차이를 설명했다. 공연이 끝나자 음악계에서는 긍정과 부정의 많은 담론이 형성됐다. ‘창극의 본질’부터 시작해 최근 성행하고 있는 뮤지컬의 대세에 따라 ‘넘버가 없다, 있다’ ‘송스루(song-through)의 형식이 적절했다, 아니다’ ‘파격적이다’ ‘감동적이다’… 호불호를 넘어 창극 역사상 유례없는 연극ㆍ음악계 전반에 걸친 회자였다.
‘메디아’가 뜨겁게 달궈놓은 ‘창작적인’ 분위기를 바로 이어받은 주인공은 ‘처용’이었다. 국립오페라단은 1987년 국립극장에서 스스로 초연했던 이영조의 오페라 ‘처용’을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올렸다. 연출가 양정웅이 소환한 처용은 신라를 떠나 서울 강남의 환락을 배경으로 우리 앞에 나타났다. 시대불문ㆍ국적불문의 오페라 연출이 대세인 오늘날, 전통의상을 입지 않은 처용과 가실의 모습, 신라 서라벌이 청담동으로 바뀐 점은 그리 놀랍지 않았다.
26년 전 초연 당시나 지금이나 ‘처용’이 우리에게 남긴 건 ‘한국적 오페라’에 대한 고민이었다. 국가 주도의 대형 오페라를 만들어 올릴 수밖에 없는 우리 현실에서 ‘한국적 오페라’가 요구된다면, 여기서 ‘한국적’이어야 하는 것은 연출이 아닌 반드시 음악이어야 한다는 결론. 더불어 오페라의 ‘음악’은 영구한 원재료이고 ‘연출’은 무한히 열린 가능성을 지닌 재해석이라는 점이 이번 재연을 통해서도 다시금 증명됐다.
국립단체의 두 작품을 통해 ‘우리 것의 가능성’을 찾아 나선 2013년. 국적(國籍)이 아닌 ‘한국적(韓國的)을 경쟁력으로 삼아야 하는 세대에게 끝으로 ‘객석’은 물었다. 독도를 다케시마라 부르면 광분하면서, 우리의 머리와 가슴에 담긴 정체성을 잃어가는 것은 경계하지 못하는 오늘. 언젠가 그 ‘정신’마저 도둑 당했을 때, 우리는 무엇을 도둑맞았는지 인식할 수 있을까.

그해의 화제와 인물


▲ 롯데홀 대표 김주호가 2013년 5월 타계했다. 우리나라 예술경영 1세대를 대표하는 그의 갑작스런 타계 소식에 많은 이들이 안타까워했다.


▲ 14년간 쾰른 오페라를 비롯한 유럽 전역에서 활약해온 사무엘 윤이 2012·2013년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에서 ‘방황하는 네덜란드인’의 주역을 맡아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 국립오페라단이 바그너 ‘파르지팔’을 초연했다. 이번 공연은 한국 초연이라는 이력뿐 아니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공연 사상 가장 긴 공연(4시간)으로 기록됐다.


▲ 통영국제음악당이 11월 준공 기념식을 가졌다. 1,300석의 음악 전용홀과 300석 규모의 다목적 공연장을 갖췄으며, 이듬해 3월 통영국제음악제를 개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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