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주목을 받으며 독일 가곡의 아름다움을 전하는 마티아스 괴르네가 말하는 슈만과 슈베르트 가곡의 진정한 매력
2005년 성남아트센터 개관 페스티벌에 초청되어 첫 내한했던 바리톤 마티아스 괴르네(Matthias Goerne). 따뜻하고 부드러운 음색과 뛰어난 음악성으로 한국 팬들을 사로잡았던 그가 이번에는 성남아트센터 10주년 개관 연주를 기념하기 위해 다시 한국을 찾는다. 2005년, 2006년, 2009년에 이어 한국에서의 네 번째 공연이다. 독일가곡의 정통 해석으로 정평이 나 있는 그는 최근 더 존재감이 커지고 있는 음악가 중 하나다. ‘파르지팔’ ‘피델리오’ ‘탄호이저’ 등 독일 오페라의 출연 경험을 바탕으로 더욱 드라마틱한 표현을 강조하며 독일 가곡의 지평을 넓히고 있다. 저음과 고음을 넘나드는 폭넓은 음역과 속이 꽉 찬 발성은 부드러우면서도 에너지가 넘친다.
특히 슈베르트 가곡 연주에서 세계 음악 애호가를 매료시키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음반 작업에서도 영국의 클래식 음반 레이블 하이페리온에서 1987년부터 약 10년에 걸쳐 녹음한 슈베르트 성악곡 전곡 앨범 ‘슈베르트 에디션’을 완성해 큰 호평을 받았다.
그는 이 앨범으로 1997년 타임지 ‘올해의 베스트 음반상’을 수상하며 성악계의 신성으로 부각되었다. 이번 무대는 그의 가장 대표적인 레퍼토리인 정통 독일 가곡의 아름다움을 맛볼 수 있는 자리여서 더욱 기대를 모은다. 요제프 폰 아이헨도르프의 시에 의한 슈만의 연가곡 ‘리더크라이스’ Op.39, 슈베르트의 가곡 ‘하프주자의 노래’ 등 독일 낭만주의 가곡의 정수를 감상할 수 있는 기회다. 반주는 뛰어난 피아니즘으로 세계적인 음악가들과 호흡을 맞춰온 피아니스트 알렉산드르트 슈말크츠(Alexander Schmalcz)가 맡는다. 10년 만에 한국을 다시 찾는 그와 나눈 음악과 인생, 그리고 아름답고 따뜻한 독일 가곡 예술의 세계를 만나보자.
연주할 레퍼토리에 슈만과 슈베르트의 가곡이 포함되었는데, 근본적으로 두 작곡가의 작품은 어떻게 다른가? 그리고 이 레퍼토리를 연주할 때 어디에 가장 초점을 두나?
슈베르트와 슈만은 동시대 사람이지만(슈만이 13년 후에 태어남) 이 두 사람 간의 음악적 차이는 엄청나다. 슈만은 정신적인 문제가 있었고 건강 역시 좋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천재 작곡가 중 한 사람이다. 슈만의 불완전한 정신세계는 그의 음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이것이 슈베르트와 슈만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다. 슈베르트는 일상생활을 하는 데 신체적·정신적인 면에서 모두 건강했고 자신의 음악에만 열중할 수 있었다. 슈베르트가 작곡한 작품 대해 얘기하자면 그는 가곡 ‘겨울 나그네’ 같은 비극적인 이야기를 할 때조차 삶의 긍정적인 면을 믿었고, 음악 속에 낙관적인 주제를 적극 반영했다. 반면 슈만은 음악을 내면의 두려움을 회피하는 피난처로 삼았다. 가곡 ‘시인의 사랑’을 작곡하면서 끊임없이 삶의 돌파구를 찾았다.
가곡(리트)을 특별히 많이 부르는 이유가 있나?
오페라나 가곡이나 장르의 차이일 뿐 특별한 이유는 없다. 결국 노래는 노래일 뿐이다. 성악가는 작품 자체에 매력을 느껴 노래를 부르기 때문이다. 오페라든 가곡이든 접근하는 방식은 비슷하다. 다만 노래를 약간 크게 불러야 할 때가 있고 약간 작게, 또는 어둡게 불러야 할 때를 잘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한다. 오페라를 부를 때 가곡보다는 좀 더 크고 강하게 부른다. 피아노보다 강한 소리를 내는 오케스트라의 반주에 맞춰 노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 밖에 다른 큰 차이는 없다.
뛰어난 작곡가이자 문학가이기도 했던 슈만의 곡을 노래하려면 가사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필요할 텐데, 가곡을 잘 부르기 위해서는 어떤 연습이 필요한가?
슈만은 훌륭한 문학가였기 때문에 더욱 중요하겠지만 모든 가곡을 부를 때 그 노랫말에 온전히 빠져야 한다. 단지 작품 속의 음악과 시를 단순히 결합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 이전에 시를 충분히 배우고 이해해야 한다. 그러려면 책 읽는 습관을 길러야 하고, 늘 아름다운 글을 읽는 것에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음악과 글은 표현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진다. 그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역시 공부가 필요하다.
슈베르트가 유독 가곡을 많이 작곡한 특별한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이 질문은 누구도 대답하기 어렵겠지만 내 생각에는 슈베르트가 가곡에 특히 흥미가 있었던 것 같다. 슈베르트는 인간에 대한 이해가 깊었기 때문에 그의 음악은 인간의 모든 감정과 깊은 느낌까지 표현할 수 있었다. 기품 있고 단아한 것이 슈베르트 가곡의 매력인 것 같다. 그의 음악은 단순히 즐거움을 주는 아름다운 멜로디 그 이상의 것이다.
가곡이 지금도 계속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가곡은 전 세계를 통틀어 문화의 한 분야를 이루고 있는 장르다. 독일 가곡뿐 아니라 샹송, 팝송, 다른 수많은 종류의 노래도 마찬가지다. TV도, 라디오도, 인터넷도 없었던 시절엔 감정과 영감을 교류하는 데 가곡은 중요한 구실을 했다. 노래는 언제나 유행이 있게 마련이다. 그런데 슈만의 ‘시인의 사랑’을 들어보면 과거나 지금이나 인간이 늘 고민하는 소재가 곡 안에 담겨 있다. 그 보편성이 가곡을 지속시키는 힘이라고 생각한다.
오페라 작품에도 많이 출연하고 있는데, 오페라의 매력도 특별할 것 같다.
오페라의 특징은 작품과 조화를 이루면서 연기를 하는 것에 있는데, 탄탄한 스토리가 있고 무대에는 파트너가 되어 연기하는 대여섯 명의 가수가 있다. 오페라는 무대에서 종합적으로 발현되는 예술이기 때문에 연기적인 면이 돋보인다. 현대적 감각을 표현하기에는 뮤지컬이나 다른 종합예술 장르보다 오페라 무대가 아직까지 보수적인 면이 많아서 대중적인 인기를 끌기에는 힘든 면이 있다. 하지만 오페라에 출연하는 가수는 음악가이면서도 연기자가 되어야 하기 때문에 오페라는 가곡과는 다른 재미와 매력이 있는 것 같다.
특별히 좋아하는 음악가가 있나?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이다. 가령 땅콩도 좋아하고, 시금치도 좋아하고, 파스타도 좋아하는데 거기서 하나만 고르라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곁에는 살아서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내는 대단한 작곡가가 무척 많다. 그렇게 많은 사람 중 누가 더 좋다고 나는 도저히 골라낼 수가 없다.(웃음) 그들의 음악을 사랑하고 아끼고 또 노래할 뿐이다.
피아니스트와의 호흡이 굉장히 중요한데, 이번에 함께 연주할 피아니스트 알렉산드르트 슈말크츠와는 여러 해 동안 함께 해 왔다. 그와 같이 음악적으로 호흡을 맞추는 것에 대해 어떤 느낌이 드나?
우리는 무엇보다 서로에 대해 잘 알고 또 이해하고 있다. 우리는 수없이 다양한 레퍼토리를 함께 공연해왔고, 그러면서 곡 해석에 대한 공통점을 찾게 되었다.
한국과 한국 팬에 대해 어떤 느낌과 인상을 갖고 있나?
한국 관객은 음악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고, 음악을 즐길 줄 아는 것 같다. 공연 분위기가 언제나 좋았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 뛰어난 성악가가 많은 한국에 머문다는 것 자체가 내겐 큰 기쁨이다.
언제 가장 행복을 느끼나?
물론 노래 부를 때 가장 행복하다. 하지만 나는 노래 부를 때뿐 아니라 언제나 행복하다.
20대의 나이에 성악가로 성공했고, 다른 성악가들은 서서히 은퇴 준비를 하는 나이인 50세가 다된 지금도 음악 애호가들에게 인기가 많은데 목소리를 유지하는 비결이라도 있나? 앞으로 목표가 궁금하다.
내 목표는 과거 20년 동안 그래왔듯이 앞으로 20년도 성공적으로 계속 무대에 서는 것이다. 건강을 유지하고 좋은 목소리를 내기 위해 나는 무대에서 부를 레퍼토리를 신중하게 고른 후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연습한다. 이것이 내 노래의 비결이라면 비결이다.
사진 성남아트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