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리네티스트 자비네 마이어

가족과 함께 만드는 행복한 ‘앙상블’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5년 9월 1일 12:00 오전

첫 실내악 무대로 만나는 마이어 가(家)의 클라리넷 향연

‘클라리넷의 여제’ 자비네 마이어(Sabine Meyer)가 작년에 이어 다시 한 번 한국을 찾는다. 이번 무대는 2008년과 2014년에 이은 그녀의 세 번째 내한. 지난해 쾰른 필하모닉과의 협연 무대에서 선보인 모차르트 클라리넷 협주곡 K.622는 국내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모차르트 시대의 악기 바셋 클라리넷 연주로 많은 이에게 색다른 감동을 선사했다.

자비네 마이어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베를린 필하모닉과 관련된 이야기다. 1982년 지휘자로 있던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이 베를린 필 최초의 여성 단원으로 그녀를 선발한 것. 하지만 그녀는 단원들과의 불화로 9개월 만에 오케스트라를 떠나게 된다. 그녀는 남성 단원으로만 구성됐던 보수적인 성향의 베를린 필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2008년 첫 내한 당시 본지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그녀는 ‘여성 솔리스트로서 활동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활동하면서 여성으로서 겪은 어려움이라면 솔로에서보다는 오케스트라 안에서 더 많았다’고 답하기도 했다.

베를린 필을 떠난 후, 자비네 마이어는 솔로 활동에 전념하여 클라리넷 솔리스트로서 많은 명성을 얻는 한편, 독주 악기로서 클라리넷의 위상도 함께 높였다. 실내악 역시 그녀의 주요 활동 분야 중 하나다. 1983년에는 클라리넷 연주자인 오빠 볼프강 마이어(Wolfgang Meyer), 남편 라이너 벨레(Reiner Wehle)와 함께 트리오 디 클라로네(Trio di Clarone)를 구성, 클라리넷 족 악기인 바셋 호른의 레퍼토리를 발굴하며 클라리넷의 지평을 넓혀오고 있다.

이번 내한 공연은, 독주자로서 무대에 섰던 지난 두 차례 내한과는 달리 실내악 무대다. 본래 계획했던 것은 트리오 디 클라로네의 공연. 하지만 볼프강 마이어가 병환으로 함께하지 못하여, 피아니스트 칼레 란달루(Kalle Randalu)와 함께 ‘자비네 마이어 트리오’라는 이름으로 무대에 오른다. 평소 접하기 어려운 바셋 호른의 매력을 선사할 이번 공연에서는 멘델스존의 클라리넷과 바셋 호른, 피아노를 위한 작은 협주곡 1·2번을 비롯하여 슈만과 브루흐 등의 작품을 선보인다. 이번 공연에 앞서 자비네 마이어를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다음은 그녀와의 일문일답.

이번 공연은 당신의 세 번째 내한입니다. 그동안의 내한을 통해 받은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궁금합니다.

한국은 아름다운 전통과 고도의 산업이 잘 조화된 나라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친절한 사람들과 훌륭한 음식들이 인상 깊었죠. 조금 맵긴 했지만, 정말로 맛있었습니다.

지난 두 차례 내한 공연에서 모두 모차르트 협주곡 작품을 선보였습니다. 이번 공연은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선보이는 실내악 무대인데요. 독주 무대와는 다른 실내악 무대만의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저에게 실내악 무대는 음악을 만드는 더없이 좋은 방법입니다. 오랜 시간 동안 친한 연주자들과 함께하면서 모든 감정과 경험을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죠. 투어를 다닐 때 혼자 여행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도 좋은 것 같아요.

당신과 남편 라이너 벨레, 오빠 볼프강 마이어는 모두 클라리넷 연주자이자 오랜 시간 동안 함께해온 트리오 디 클라로네의 멤버이기도 한데요.

‘가족’과 함께 음악을 연주한다는 것은 정말 특별한 일입니다. 리허설이나 의견의 교환 없이도 음악적으로 많은 것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에 편하죠. 하지만 한편으로는 여느 실내악 단체와 마찬가지로 각각의 연주자를 ‘가족’에 앞서 하나의 ‘개인’으로 받아들여야 한답니다.

지난해 쾰른 필하모닉과의 내한 공연에서 모차르트 시대의 악기인 바셋 클라리넷으로 모차르트 협주곡을 연주했습니다. 이번 공연에서는 함께 내한하는 라이너 벨레가 바셋 호른을 연주할 예정이고요. 시대악기의 레퍼토리를 발굴하고 연주하는 것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솔로 연주자라면 어떤 경우든 간에 모차르트 클라리넷 협주곡은 바셋 클라리넷으로 연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반적인 클라리넷으로 연주하기 위해서는 모차르트의 원본 악보에서 많은 부분을 편곡해야 하기 때문이죠. 그것은 더 이상 모차르트의 작품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아름답고 부드러우며 다양한 음색을 지닌 바셋 호른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악기 중 하나입니다. 모차르트도 바셋 호른을 좋아했고요. 클라리넷과 바셋 호른을 함께 연주하면 음색도 훨씬 더 풍부해지고, 두 악기의 궁합도 환상적입니다. 다른 관악기와는 비교할 수 없는 소리를 들려주죠.

이번 공연 프로그램은 어떻게 구성했나요?

멘델스존이 클라리넷과 바셋 호른, 피아노를 위해 작곡한 아름다운 두 작품이 공연의 처음과 마지막을 장식하고, 그 중간에 슈만과 브루흐의 감성적인 작품을 연주합니다. 낭만 시대 작곡가들이 가장 선호하는 악기 중 하나였던 클라리넷이 지니고 있는 매력과 그 가능성의 범위를 보여줄 수 있는 곡들이죠.

요즘 당신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요?

지난해 모차르트 아리아를 편곡한 음반을 발매했는데, 그 음반에 수록한 작품들을 즐겨 연주하고 있습니다. 음악 이외의 것으로는 승마와 요리를 좋아합니다. 날씨 좋은 날, 교외로 나가 좋은 책을 읽는 것도 요즘 가장 즐기는 일 중 하나입니다.

사진 LG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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