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무대에서 살아 숨 쉬는 ‘우리 시대’의 바로크 음악을 위해
바이올리니스트 사토 스케를 처음 알게 된 것은 그의 파가니니 24개 카프리스 음반을 통해서였다. 바로크 바이올린으로 연주한 최초의 파가니니 카프리스 전곡 음반으로, 감성보다는 날카로운 지성이 부각되는 이지적인 연주와 음반 전체를 감싸는 생동감이 인상적이었다. 오는 2월 4일, 금호아트홀에서 그의 내한 공연이 펼쳐진다.
1984년 도쿄에서 태어난 사토 스케는 두 살이 되던 해에 처음으로 바이올린을 시작해 2년 후 미국 줄리아드 음악원 프리 컬리지에서 수학했다. 2003년 파리로 건너가 에콜 노르말 음악원에서 제라르 풀레를 사사했다. 바로크 바이올린을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위해 2009년 뮌헨으로 거처를 옮겼고, 이듬해 라이프치히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 콩쿠르에서 2위와 청중상을 거머쥐며 주목을 받았다. 현재 시대악기 앙상블인 콘체르토 쾰른과 네덜란드 바흐 소사이어티의 악장을 맡고 있으며, 2013년부터 암스테르담 음악원에서 바로크 음악을 가르치고 있다.
이번 내한은 그의 두 번째 한국 무대다. 첫 내한은 지난 2010년 앙상블 디토와 함께한 공연이었다. ‘보헤미안’을 주제로 낭만 시대의 작품을 선보인 지난 공연과는 달리, 이번 무대에서는 바로크 바이올린으로 바흐의 하프시코드와 바이올린을 위한 소나타 전곡을 선보인다. 여기에 국내 1세대 하프시코드 연주자인 오주희가 함께해 더욱 기대를 모은다. 내한 공연을 앞두고 그와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지난 2010년 디토 페스티벌에서 처음으로 한국 관객과 마주했던 소감이 궁금하다.
한국 관객의 열정적인 모습이 인상 깊었다. 디토 앙상블과 함께 무대에 올랐을 때, 무대에 등장한 것만으로도 환호성이 가득해 귀가 떨어져나갈 듯했다.(웃음) 유럽과 일본에 비해 청중이 젊었던 것도 기억에 남는다.
어릴 적 일본을 떠나 미국·프랑스·독일을 거쳐 현재 네덜란드에서 살고 있다. 다양한 문화를 접한 점은 당신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가?
여러 문화의 독특한 시각이나 감성을 경험하면서 사물을 보는 다양한 관점을 얻어 사고가 유연해졌다. 프랑스어·독일어·영어를 익힘으로써 작곡가가 남긴 글을 원어로 이해할 수 있다는 점도 음악적으로 큰 도움이 됐다.
당신에게 바이올린은 언제, 어떻게 다가왔는가?
어머니가 피아니스트였기에 집안에는 항상 음악이 흘렀다. 어머니는 내가 바이올린의 음색에 특별히 반응한다는 것을 깨닫고 집 근처 음악 학원으로 데리고 갔다.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다른 아이들의 모습을 뚫어져라 관찰하는 내 모습을 보고, 집중력에 놀란 선생님이 곧바로 레슨을 권유했다. 바이올린과 처음 만나던 이 장면은 지금도 선명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바로크 바이올린을 공부하기로 결심한 계기는 무엇인가?
바로크 바이올린에 대한 관심은 어려서부터 있었지만, 당대연주를 본격적으로 추구하게 된 것은 미국에서 파리로 거처를 옮겼을 때부터다. 미국에 비해 유럽은 바로크 음악 공연을 관람할 기회가 많았고, 악기점에 가면 바로크 바이올린을 연주해볼 수도 있었다. 한편, 줄리아드 음악원에서 사사한 도로시 딜레이는 어떤 곡이든 작품의 구조와 배경, 작곡가의 생애에 대해 반드시 조사하게 했다. 이 두 가지 요소가 조화를 이루어 바로크 음악이란 무엇이고 어떤 식으로 연주하는 것이 좋을지에 대해 여러 가지 의문을 갖게 됐다. 지금도 그러한 의문의 길을 걷는 중이다.
이번 공연에서는 바흐 바이올린과 하프시코드를 위한 소나타 전곡을 바로크 바이올린으로 연주한다. 모던 바이올린으로 바흐를 연주했을 때와는 어떤 차이가 있는가?
바로크 바이올린과 모던 바이올린의 가장 큰 차이점은 음의 원점이 되는 ‘현’과 ‘활’이다. 바로크 시대에는 양의 창자를 꼬아 만든 거트현을 사용한 반면, 현재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현은 스틸이나 나일론 등 인공 소재로 만든 것이다. 거트현은 음색에 깊이와 따뜻함이 있고 복잡한 배음을 갖지만, 스틸현은 소재 자체의 습성이 한결같기에 음색이 평균적이다. 거트현의 풍부한 음색을 이끌어내는 것이 ‘활’이다. 바로크 활은 모던 활보다 가볍고 화사하며 더욱 섬세한 뉘앙스 표현이 가능하다. 바흐의 음악은 이러한 ‘발음(發音)’이 매우 중요하며 말하듯이 연주해야 한다. 모던 활은 길고 끊어지지 않는 선율을 연주하는 데는 뛰어나지만, 바흐의 작품을 이러한 활로 연주하면 악보에서 드러나는 요철이 평탄하고 밋밋해진다.
바흐의 음악을 해석함에 있어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나?
내게 바흐를 비롯한 모든 작곡가의 작품을 이해하는 방법은 동일하다. 작품의 스타일, 화성과 선율의 분단, 작품의 배경, 어떤 청중을 염두에 두고 쓴 것인가 등 작품에 대한 모든 것을 아는 것이다. 바로크 음악의 경우, 당시 연주자가 악보에 기입되어 있지 않은 장식을 즉흥적으로 더하는 것이 보편적이었다는 사실도 매우 중요하다. 작품에 대한 이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당시의 음악을 정확하게 연주하는 것을 넘어 과거의 음악을 현재의 것으로 승화시키는, 오늘날 무대에서 ‘살아 있는’ 연주를 추구한다.
이러한 당신의 음악적 견해에 영향을 준 연주자가 있는가?
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다. 그의 존재는 내 안에서 상당히 크게 자리하고 있다.
어린 시절과 현재 느끼는 바흐는 어떻게 달라졌나? 30년 후의 바흐 해석은 어떻게 변화될 것 같은가?
구성과 논리가 뛰어나다고 불리는 바흐의 음악이지만, 나는 예전부터 바흐의 뜨거운 정열에 귀를 기울이는 편이었다. 이를 표현하는 방법은 바로크 음악을 연주하는 법을 배우면서 변하게 됐지만, 예나 지금이나 바흐의 ‘뜨거운’ 부분은 마음속에 강하게 각인되어 그의 음악을 연주할 때는 항상 이를 전달하고자 한다. 30년 후 나의 바흐 해석에 대해서는 아직 아무것도 예상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