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꾼 권송희, 변화의 옷을 입은 국악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25년 4월 21일 9:00 오전

NEW TRADITION

 

소리꾼·21c한국음악프로젝트 음악감독 권송희

변화의 옷을 입은 국악

 

21c한국음악프로젝트를 통해 창작국악의 흐름을 살피다

 

 

신진 국악인들의 등용문으로 여겨지는 국악방송의 ‘21c한국음악프로젝트’(이하 21세기 프로젝트)는 그야말로 창작국악의 산실이라 할 만하다. 2007년 시작된 창작국악 경연대회로, 경합 과정에서 사진 촬영·음반 제작·방송 출연 등의 멘토링을 통해 참가자들이 음악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법을 배우기도 한다. 올해로 19회를 맞이한 이 대회는 긴 역사만큼 억스(2010), 고영열(2016), 서도밴드(2018) 등 많은 국악인을 배출했다.

참가자들의 멘토링과 음악적인 역량을 높이기 위해 해마다 예술감독이 있는 것도 21세기 프로젝트만의 특징이다. 소리꾼 권송희는 2011년 ‘타니모션’으로 이 프로젝트에 참가해 은상을 수상했다. 이후 이날치의 원년 멤버로 활동하며 세상을 들썩이게 했던 그는 지난해부터 이 대회의 음악감독을 맡고 있다.

“전통국악과 창작국악이 분리 되어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전통을 공부하고 자신만의 음악을 만들어 가는 과정은 함께 이루어지거든요. 지금의 창작 음악도 훗 날 또 다른 전통 음악이 되겠죠. 이제는 전통과 창작이 공존해 나간다는 걸 모두 알고 있습니다.”

본선 진출 팀이 발표된 지 사흘째 되던 날, 권송희를 만났다. 진솔한 말투와 소탈한 웃음 속에는 자신이 몸담은 국악과 창작이라는 세계에 대한 깊은 애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창작국악을 현대적으로 녹여내는 법

과거와 비교했을 때, 최근 경연 무대에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요?

제가 참가했을 때가 2011년이니 벌써 10년이 훌쩍 지났네요. 당시에는 음악 자체에 집중하는 분위기였다면, 이제는 연주뿐만 아니라 기획과 연출, 퍼포먼스까지 고민하며 무대를 준비하는 참가자들이 많아졌습니다. 특히 지금은 ‘듣는 음악’뿐만 아니라 ‘보여주는 음악’이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는 걸 실감합니다.

올해 경연에서 음악감독으로서 특별히 중점을 둔 부분이 있나요?

작년에는 박지혜 감독님과 공동으로 음악감독을 맡았지만, 올해는 단독으로 진행하고 있어요. 책임감이 더 커진 만큼 참가자들과 더 긴밀하게 소통하고, 멘토링 시간을 늘리고, 중간 점검을 추가해 참가자들이 작품을 충분히 발전시키도록 조정했습니다.

음악감독으로서 생각하는 창작국악곡의 경향이 궁금합니다.

음악 트렌드가 변하듯 창작국악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전자음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거나, 가사 역시 개인적인 서사를 솔직하게 풀어내거나, 미니멀한 리듬을 사용하는 등 일상에서 듣는 대중음악의 영향을 받아 창작하는 접근이 늘어났습니다.

창작국악에서 전통성·현대성·대중성을 조화롭게 녹여내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이 부분에는 정답이 없습니다. 각각이 충돌하는 지점도 있지만, 이런 고민 자체가 이 대회의 정체성이라고 생각해요. 가사를 새롭게 쓰거나, 익숙한 민요의 후렴을 재해석하는 방식, 악기의 텍스처를 변형하거나 국악기 외의 악기를 도입하는 등 창작 방식은 무궁무진하죠. 그래서 더 흥미롭고 매력적인 무대가 탄생하는 것 같아요.

5월 공연에 앞서 3~4월에 멘토링 과정이 진행됩니다.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지도하나요?

참가자들은 실용음악 전공자, 전통악기 연주자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지고 있고, 그만큼 작품의 특징도 다릅니다. 그래서 각 팀이 원하는 방향을 잘 살릴 수 있도록 음악적 해석뿐만 아니라 무대 연출까지 함께 고민해요. 퍼포먼스 구성이나 악기 배치만으로도 곡의 의도가 달라질 수 있거든요. 팀별 의도를 충분히 듣고, 영상도 함께 보면서 필요한 조언을 주지만, 최종 선택은 참가자들이 하도록 존중합니다.

 

음악가들의 성장을 위한 선물

2025 21c한국음악프로젝트(예선)

기억에 남는 멘토링 사례가 있다면요?

작년 대상팀이었던 구이임의 ‘생(生)’이 떠오릅니다. 백남준의 비디오아트 ‘TV 물고기’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이었어요. 이 아이디어를 관객이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물고기와 어항을 무대 요소로 활용해 보자고 조언했고, 구이임은 이를 반영하고 물방울 영상도 활용하면서 메시지를 더 분명하게 만들었어요. 실제 경연에서 좋은 반응을 얻어 개인적으로도 뿌듯했습니다.

음악감독이자 선배 국악인으로서 대회를 통해 참가자들이 얻어갔으면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이 대회 자체가 참가자들에게 큰 선물이 되었으면 해요. 창작과 기획을 고민하고, 심사를 거치며 실현해 나가는 과정 자체가 배움이 되거든요. 연습량도 늘고, 멘토링을 통해 도움이 되는 방향을 찾을 수도 있어요. 무대 연출과 콘셉트, 음반 녹음까지 고민하면서 자신을 표현하는 법을 배우는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

국악을 잘 모르는 관객도 21세기 프로젝트를 즐길 수 있을까요?

좋은 음악은 장르를 떠나 누구나 공감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경연이다 보니 관객들도 자연스럽게 마음속으로 순위를 예상하는 재미가 있고, ‘국악이 이렇게 독창적으로 변할 수도 있구나, 다른 장르와 만나면 이런 색깔이 나오는구나!’하는 새로운 발견도 있을 거예요. 열린 마음으로 즐겨주시면 더 재미있을 겁니다.

‘권송희의 소리 인생’에서 가장 의미 있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모든 순간이 소중하지만, 21세기 프로젝트의 음악감독으로 활동하는 지금이 가장 의미 있지 않을까요? 과거에는 참가자였던 제가 이제 후배들을 돕고 있다는 것이 뜻깊고, 전통과 창작을 꾸준히 이어온 제 경험을 믿어주신 것 같아 감사한 마음입니다.

김강민 기자 사진 국악방송

 

권송희(1987~) 한양대에서 학·석사과정을 마치고 서울대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국악뮤지컬 집단 타루, 타니모션, 이날치에서 활동했다. 전통 판소리를 기반으로 현대적 시도를 통해 국악의 가능성을 확장하고 있다.

 

PERFORMANCE INFORMATION

21c한국음악프로젝트

5월 15일 오후 7시 국립국악원 예악당

JOYY, 차잔밴드, 판도라, METALISM, 무던MU:DERN, 창작민속악그룹 ‘화온’, 삼산, 프로젝트 금, 오름새 프로젝트, 비랑(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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