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리스트 최하영·바이올리니스트 최송하, 세계를 한 바퀴 돌고 만난 자매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25년 4월 21일 9:00 오전

TOGETHER

 

첼리스트 최하영 & 바이올리니스트 최송하

세계를 한 바퀴 돌고 만난 자매

 

솔리스트로 빛나던 두 연주자가 한 무대에서 들려줄 이야기

 

 

우리나라 청중에게 익숙한 정 트리오부터, 유센 형제, 카퓌송 형제, 카네 메이슨 패밀리까지. 클래식 음악계의 혈연관계는 익숙해질 듯하면서도, 새로 등장할 때면 매번 흥미롭다. 이는 각 연주자가 따로 존재할 때 뚜렷한 개성을 가지고 있다가도, 만나기만 하면 그 누구보다 찰떡같은 호흡을 자랑하기 때문일까?

그리고 여기, 자매가 줄줄이 음악가라는 사실은 널리 퍼졌지만, 아직 그 호흡은 검증되지 않은 듀오가 있다. 한 명의 아티스트로 거듭나기에 바빴던 2022년 퀸 엘리자베스 우승자 첼리스트 최하영(1998~), 그리고 2023년 몬트리올 콩쿠르 2위 바이올리니스트 최송하(2000~)가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각자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몇 번의 협연과 리사이틀을 마치니, 데뷔 공연 이후 몇 년이 지난 올해에서야 드디어 자매의 듀오 무대 준비를 마쳤다. 벨기에에서 현지 공연을 준비하며 오랜만에 함께 지내고 있다는 자매를 영상으로 만나 보았다.

 

자매의 돈독한 관계가 꽤 알려져 있습니다. 이미 이탈리아에서는 함께 공연하기도 했는데, 다른 리사이틀과 비교했을 때 실제로 부담이 적었나요?

최송하 워낙 친하다 보니 무대 올라가기 직전까지도 긴장할 순간이 전혀 없었어요. 평소처럼 지내다가 ‘이제 가서 연주하자!’라고 하면서, 더 편하고 재미있게 할 수 있었죠.

최하영 저희가 가진 음악적 해석이나, 즉흥성, 순간적인 경향도 유사하다 보니, 무대에서 어떤 방향으로 튀어도 잘 맞아요. 최송하 ‘이런 소리도 받아 줄 수 있을까?’하고 던지면 언니는 이미 받고 있는 거죠.(웃음)

국내에서 듀오 공연은 처음입니다. 한국 무대에 함께 오르는 것은 또 다른 감상을 주나요?

최하영 항상 저희가 꿈꾸던 무대입니다. 저희는 자매지만, 초·중·고 시절을 거의 다른 나라에서 지냈어요. 저는 거의 독일에 있었고, 송하는 거의 영국에서 자랐거든요. 최근에 베를린에서 4년을 함께 지내며 오래 붙어 있기도 했지만, 그때도 서로 워낙 바빠서 함께 연주할 기회가 없었어요.

최송하 그러나 저희 둘 다 한국에서 악기를 시작했고, 한국 관객분들이 매번 기쁘게 반겨주셔서, 이번 무대가 정말 기대됩니다. 소중한 무대예요.

10대 시절을 따로 보내고, 성인이 되어서야 4년이란 시간을 함께 보냈는데, 음악 취향은 유사한 편인가요?

최하영 물론 모든 점에서 똑같지는 않지만, 전반적으로 좋아하는 작곡가나 취향은 분명 비슷한 편이에요. 자매이기도 하지만 서로 정말 잘 맞는 음악의 동반자라는 생각이 듭니다.

 

영감을 나누는 동반자

최하영 ©Andreij Grilc

올해 롯데콘서트홀의 ‘인 하우스 아티스트’로 선정된 최하영은 5월과 11월 두 번의 리사이틀을 선보인다. 이달 마지막에 예정된 첫 번째 공연은 다소 색다른 기획을 짰다. 1부에서는 최하영의 독주가, 2부에서는 최하영과 최송하의 듀오가 펼쳐진다. 공연 전체는 현대 작품과 바로크 작품이 교차하는 구조이며, 첼로하면 먼저 떠오르는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부터 최하영의 특기인 펜데레츠키의 작품도 만나 볼 수 있다. 함께 무대에 오르는 2부의 프로그램은 두 자매가 함께 결정했다.

두 분이 연주하는 작품은 모차르트 2중주 G장조와 코다이의 2중주 Op.7입니다. 프로그램은 어떻게 선택했나요?

최송하 어렸을 적부터 언니가 연주하는 코다이의 첼로 소나타를 자주 듣고 자랐더니, 코다이 작품은 꼭 함께하고 싶더라고요. 이 작품은 상의할 필요도 없이 바로 결정됐어요. 그리고 상반된 매력을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을 고르다 보니 시대가 다른 모차르트 작품을 선택하게 됐죠.

최하영 다만 모차르트 작품은 바이올린과 비올라를 위한 작품이에요. 그래서 첼로로 편곡된 작품을 찾아서 연주하게 됐죠.

편곡 이야기가 나오니 떠올랐는데, 협주곡을 연주할 때 카덴차를 직접 작곡한다고 들었습니다. 작곡이나 즉흥 연주에 관심이 많나요?

최하영 저희 둘 다 중학교를 영국에서 다녔는데, 학교에서 작곡 수업과 즉흥 연주 수업을 들을 수 있었어요.

최송하 음악에 관한 전반적인 교육을 폭넓게 받았죠. 연주자란 사실 이미 창작된 작품을 연주하다 보니, 창의성을 발휘할 기회가 많지 않잖아요. 그래서 카덴차만이라도 제가 가진 해석과 제 개인이 가장 잘하는 기교를 보여주고 싶어서 직접 창작하게 됐어요.

최하영 그래서 같은 작품을 연주하더라도 연주 때마다 카덴차도 바뀌어요. 새로운 아이디어가 있으면 반영하고, 수정하니까요.

서로의 카덴차에 대한 평도 주고받는 편인가요?

최송하 물론이에요! 또 다른 의견이 필요하다 보니 언니에게 언제나 연주 녹음을 엄청 보내죠.

최하영 음악에 관한 내용을 넘어 연주자로서 노력하는 모습만 봐도 많은 자극을 얻게 돼요. 송하의 연주를 관객으로서 지켜보면 청중을 사로잡는 힘에 놀라게 됩니다. 송하는 음악으로 스토리텔링을 하는 능력이 정말 대단해요.

최송하 안타깝게도 저는 언니의 공연 때 오히려 제가 더 긴장을 해서 실황으로는 잘 못 보는 편인데 말이죠.(웃음) 다 지켜보고도 너무 떨려서 기억이 안 나요.

최송하 ©Sylvain Barrès

두 분이 이번 공연에 사용하는 악기도 궁금합니다. 첼로의 경우 1707년 제작된 괴르네리우스를 사용하는 것 외에 고악기, 바로크활, 거트현을 활용한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최하영 지난 1년간 바로크 음악을 공부하면서 그 매력에 깊게 빠지게 됐거든요. 그 당시의 연주 방식과 역사를 익혀서 그 시대를 현대에 재현한다는 건 멋진 일이에요.

최송하 제 악기는 반대로 2005년생이에요. 언니의 악기와 거의 300년 차이가 나죠. 현대 바이올린 제조자로 알려진 그라이너에게 받은 악기인데, 과르네리를 모델로 한 악기치고는 무척 힘이 좋죠. 고악기는 그 악기가 가진 고유한 성격에 맞춰야 한다면, 현대 악기는 제가 직접 백지의 캔버스에 원하는 색을 입히는 것 같아서 정말 매력적입니다.

마지막으로, 두 분이 함께하는 음반도 언젠가는 만나게 될지 궁금하네요.

최하영 함께 녹음할 수 있는 시간을 계속 맞추고 있어요. 하고 싶은 곡도 너무 많아서 아직 작품을 정하지는 못했지만, 하게 된다면 코다이 2중주는 꼭 넣고 싶어요. 또 저희는 현대곡에 관심이 많아서 살아 있는 작곡가에게 작품 위촉을 하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머지않은 날에 만나 볼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의정 기자 사진 롯데문화재단

 

최하영(1998~) 한국예술영재교육원에서 정명화와 장형원을 사사했다. 영국 퍼셀 음악학교, 독일 크론베르크 아카데미와 베를린 예술대학을 거쳐, 현재 스페인 마드리드 소피아 왕립음악원의 최고연주자과정에 있다. 2022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첼로 부문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했다.

최송하(2000~) 한국예술영재교육원을 거쳐 영국 예후디 메뉴힌 음악스쿨을 졸업, 베를린 한스 아이슬러 음악원에서 콜야 블라허를 사사하고 있다. 2024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의 파이널리스트에 올랐으며, 2023년 몬트리올 콩쿠르에서 2위 및 최고 소나타상·캐나다 작품 최고 공연상·청중상을 받았다.

 

PERFORMANCE INFORMATION

인 하우스 아티스트 최하영Ⅰ(바이올린 최송하)

4월 30일 오후 7시 30분 롯데콘서트홀

이안니스 크세나키스 ‘코토스’, 도메니코 가브리엘리 리체르카르 5·6번, 모차르트 2중주 G장조 KV423, 코다이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2중주 Op.7 외 인 하우스 아티스트 최하영Ⅱ(피아노 요아힘 카르) 11월 26일 오후 7시 30분 롯데콘서트홀 드뷔시 첼로 소나타 L135, 시닛케 첼로 소나타 1번 Op.129, 야나체크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동화‘ 외

Back to site top
Translat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