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알렉상드르 캉토로프, 이상적인 연주를 향한 길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25년 4월 14일 9:0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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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알렉상드르 캉토로프

이상적인 연주를 향한 길

 

작년에는 ‘독주자’로 감동주고, 올해는 ‘협연자’로 생상스·라흐마니노프 명작을 선보인다

 

 

16세에 데뷔한 알렉상드르 캉토로프는 22세가 되던 2019년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음악 인생에 큰 전환점을 맞았다. 전세계 음악팬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켰고, 화려한 기교와 폭발적인 표현력으로 ‘리스트의 환생’ ‘피아노계의 젊은 차르’라는 찬사를 받으며 활발한 연주 활동을 이어갔다.

우승한 지 어느덧 6년이 지났지만, 캉토로프는 여전히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의 홈페이지에 공개된 일정을 살펴보면, 부지런히 국경을 넘나들며 다양한 프로그램을 소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캉토로프는 “기교적인 측면이나 음악적 아이디어 등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시도할 때, 음악가로서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는데, 연주 일정에도 그 철학이 고스란히 반영된 듯했다.

지난해 가을에 ‘독주자’로 한국을 찾았던 캉토로프는 이번 4월에 ‘협연자’로 돌아온다. 크리스티안 마첼라루가 지휘하는 프랑스 국립오케스트라와 함께 생상스 피아노 협주곡 5번 ‘이집트’(4.29)와 라흐마니노프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랩소디’(4.30~5.2)를 연주할 예정이다.

캉토로프와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다. 여러 질문을 메일로 보내자, 그는 글이 아닌 음성으로 답을 보내왔다. 각기 다른 시간과 장소에서 녹음된 듯한 파일들이었고, 그중 하나는 영상 파일이었다. 은은한 조명 아래 차분하게 이야기를 전하는 캉토로프의 모습이 담겨 있어, 음악에 대한 그의 진지한 마음가짐을 엿볼 수 있었다.

 

바쁜 일정 중 음악 외에 가장 많은 시간을 쏟는 활동은 무엇인가?

최근에는 자유 시간을 거의 가족이나 친구들과 보내고 있다. 음악 활동과 사회적 삶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늘 책을 갖고 다니며 독서한다. 특히 러시아 문학과 SF 소설을 즐겨 읽는다.

함께 내한하는 크리스티안 마첼라루와 프랑스 국립오케스트라를 소개한다면?

나에게 가족 같은 존재다. 프랑스 국립오케스트라는 파리에 기반을 두고 있어 여러 차례 함께 연주할 기회가 있었다. 단원들을 개인적으로도 잘 알고 있는데, 모두 음악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이들이다. 서로 음악적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공유하고 한 악단으로 단결하면서도, 각자의 개성을 잃지 않는다. 그리고 때로는 예상치 못한 마법 같은 순간을 선사하기도 한다!

 

연습과 무대, 그 사이의 시간

첫날에는 생상스의 피아노 협주곡 5번을 연주한다. 2019년, 아버지 장 자크 캉토로프의 지휘로 이 곡이 담긴 음반(BIS)을 발매하며 호평받았는데, 아버지에게 음악적 조언을 자주 받는 편인가?

조언을 많이 해주시진 않았다. 어린 시절, 아버지는 바쁜 투어 일정으로 나와 오랜 시간을 함께하기 어려웠고, 그렇기에 함께 있을 때면 언제나 내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셨다. 연주를 들려드리면 “이 음은 이렇게 표현하면 더 좋겠다” “이 부분의 균형이 아쉽다” 등의 피드백을 해주셨다. 아버지가 바이올린을 연주할 때 사용하던 아주 재미있는 리듬 연습법을 알려주시기도 했는데, 덕분에 지금도 가끔 그 연습법을 활용해 연주를 다듬는다.

이튿날 연주하는 라흐마니노프의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랩소디’의 특징은 무엇인가?

피아노와 오케스트라가 끊임없이 대화하는 작품이다. 처음에 제시되는 주제는 시간이 흐를수록 점진적으로 천천히 발전하기 때문에, 제18번 변주에 도달했을 때 지나온 변주를 돌아보면 음악이 얼마나 멀리 왔는지를 실감하게 된다. 그리고 강렬한 감정이 담겨 있다. 미국적인 스타일과 맞닿아 있으면서도 라흐마니노프의 짙은 향수가 묻어난다.

작품을 해석할 때 가장 집중하는 부분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악보를 깊이 들여다보는 일에 대부분의 시간을 사용한다.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음과 음 사이의 타이밍 등을 찾으면서 음악이 하나의 유기적인 흐름으로 완성될 수 있도록 집중한다. 하지만 무대에 오르면, 이러한 모든 작업을 내려놓고 완전히 새롭게,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려고 노력한다.

그렇다면 이상적인 연주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에 너무 의식하거나 생각하지 않으며, 몸은 연습했던 것을 자연스럽게 연주하고, 마음은 창의력과 영감의 원천이 되는 것이다. 물론 모든 연주가 그렇게 흘러가는 것은 아니다. 때때로 생각을 멈추기 어려울 때면 연주가 훨씬 더 어렵게 다가온다.

 

자신을 이해하는 과정

차이콥스키 콩쿠르 이후, 연주자로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음악에 대한 책임감이 훨씬 커졌다. 어떤 면에서 보면,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 같기도 했다. 엄청난 양의 연주와 음악 속으로 깊이 빠져들었고, 무대 위의 나를 더 잘 이해하게 됐다. 동시에 앞으로의 방향도 고민하게 되었다. 물론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느껴질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감정적으로 균형을 유지하며 명성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올해는 퀸 엘리자베스·밴 클라이번·부소니·쇼팽 피아노 콩쿠르가 동시에 열린다. 한 대회의 우승자로서 콩쿠르에 대한 생각이 궁금하다.

콩쿠르는 양날의 검 같은 존재다. 본질적으로 완벽한 시스템이라고 할 수 없다. 연주를 점수화하고 순위를 매기는 과정이 음악적이지 않고, 무엇보다도 한 사람의 음악을 단 한 순간만으로 평가하는 것도 공정하지 않다. 그럼에도 콩쿠르는 연주자에게 가장 평등한 방식으로 기회를 제공한다. 인맥이나 배경과 무관하게 누구나 참가할 수 있고, 실력을 인정받으면 전 세계의 공연 기획자와 음악가들의 눈에 띌 수 있다.

음악가로서 가장 이루고 싶은 목표는 무엇인가?

뚜렷한 목표는 없다. 그리고 목표가 없는 것이야말로 음악과 음악가라는 내 직업이 지닌 아름다움이기도 하다. 우리가 어떤 곡을 연습할 때 결코 목표점에 도달했다고 느끼지 않는 것처럼, 삶에서도 그 지점에 다다를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본능과 조화를 이루는 것이 하나의 목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본능은 자신과 가장 솔직한 대화를 나누는 방법이니 말이다. 본능은 아주 훌륭한 길잡이가 될 수 있고, 때로는 우리를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곳으로 이끌어 새로운 무언가를 발견하게 한다. 나는 그 과정 자체가 의미 있고, 충분히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

김강민 기자 사진 라보라 예술기획

 

알렉상드르 캉토로프(1997~) 2019년 차이콥스키 콩쿠르 우승자로, 콩쿠르 사상 네 번째로 그랑프리상을 공동 수상했다. 2024년 길모어 아티스트 어워드에서 최연소 수상자로 선정되었으며, 프랑스 정부로부터 슈발리에 문화예술훈장을 받았다. BIS 레이블 독점으로 음반을 녹음하고 있다.

 

PERFORMANCE INFORMATION

크리스티안 마첼라루/프랑스 국립오케스트라(협연 알렉상드르 캉토로프)

4월 29일 오후 7시 30분 롯데콘서트홀(생상스 피아노 협주곡 5번)

4월 30일 오후 7시 30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라흐마니노프 ‘파가니니 랩소디’)

5월 1일 오후 7시 30분 대구콘서트하우스 그랜드홀(라흐마니노프 ‘파가니니 랩소디’)

5월 2일 오후 8시 부천아트센터 콘서트홀(라흐마니노프 ‘파가니니 랩소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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