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지휘자·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제8대 음악감독 로베르토 아바도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26년 8월 3일 10:29 오전

COVER STORY

지휘자·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제8대 음악감독 로베르토 아바도

Roberto Abbado

깊어진 신뢰 위에, 악단의 내일을 지휘하다

©황필주

 

 

 

 

 

 

 

 

 

 

올해 1월, 국립심포니에 새로운 얼굴이 등장했다. ‘클라우디오 아바도의 조카’라는 수식어로도
곧잘 소개됐던 그는 이탈리아의 음악 명문가 아바도 가문에서 탄생한 또 한 명의 마에스트로였다.
취임 후 한 해의 절반가량이 흐른 지금, 그와 국립심포니의 여정은 이제 다음 단계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총괄 최성혁 기자 사진 황필주·국립심포니

 


 

INTERVIEW

국립심포니와의 첫 걸음 그 이후

로베르토 아바도는 취임 공연 이후로 총 2회의 정기연주회와 교향악축제 연주로 포디움에 섰다.
6~7개월 정도의 기간, 아직 지휘자와 오케스트라가 일체화를 이루기에는 부족함이 있지만, 적어도 서로를 이해하고 알아나가는 시작을 뗀 단계다.
이 시점에서, 또 다른 시작을 위한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로베르토 아바도를 처음 마주한 장소는 표지 촬영 현장이었다. 그가 스튜디오에 도착하기 전, 이미 70세를 넘긴 넘긴 노(老)거장에게 어떻게 매끄럽고 편안한 촬영 환경을 제공할지, 잦은 환복 지시를 행여 불편해하지는 않을지, 갖가지 고민을 지속하던 차였다. 어느 순간 “본 조르노 마에스트로!(Buon Giorno Maestro!)”라며 현장에 도착한 그를 반기는 인사말이 들려왔다.

제법 큰 캐리어를 손에 들고 나타난 그는 환한 미소와 함께 이탈리아 인사말과 “안녕하세요!”를 섞어가며 현장의 모든 사람과 인사를 주고받았다. 그에게서 배어 나오는 온화한 인상과 분위기는 기자가 앞서 떠올린 고민들이 괜한 기우였다는 사실을 빠르게 인지하도록 만들었다.

그의 캐리어에는 무대용 연미복 이외에도 다양한 의상들이 담겨 있었다. 고급스런 베이지색 정장과 청바지를 매칭시킨 군청색 재킷, 분홍색 라코스테 폴로셔츠와 흰 바지, 그에 더해 세 켤레의 신발까지. 이미 완벽한 착장 계획까지 마친 그와는 복장과 관련한 추가적인 논의도 필요치 않았다. 그가 ‘패션의 도시’라 불리는 밀라노 태생의 이탈리아 남성이라는 사실이 자연스레 와닿는 순간이었다.

촬영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그에게 느껴진 가장 큰 인상은 ‘진솔함’이었다. 그는 사진에서 지휘자의 무게 잡힌 엄중한 표정보다는 평소처럼 환히 웃는 모습이 담기기를 바랐으며, 지휘봉을 든 자세에서도 ‘자연스러움’을 추구했다. 동일한 맥락에서일까? 연미복 이외의 차림으로는 지휘봉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나름의 주장도 내세웠다.

다만, 라코스테 셔츠를 착용한 순간만큼은 지휘봉을 허용했는데, 알고 보니 그에게 라코스테는 ‘리허설 맞춤형’ 브랜드였다. 동일 브랜드 의상만 30벌 이상을 소지하고 있을 정도로 그가 리허설에서 애용하는 복장이라고 한다.

“신축성이 좋아서 지휘하기에 적합합니다. 팔과 어깨를 아무리 들썩여도 불편함이 없죠. 색상이 아주 다양하다는 점에서도 마음에 듭니다. 특히 분홍색을 좋아해서 그중 분홍색 셔츠만 3벌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 머리색과 잘 어울리거든요.”(웃음)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이어진 촬영에서도 그는 시종일관 활기와 유머를 잃지 않으며 유쾌한 분위기를 조성했다.

촬영을 마친 다음 날, 인터뷰를 위해 그를 다시 만났다. 오페라 ‘투란도트’ 준비로 한창 바쁜 일정을 보내던 가운데서도 그는 대면 인터뷰 진행을 원했는데, 그 이유 또한 서로를 바라보며 대화를 나눠야 ‘진솔한’ 이야기를 터놓을 수 있다는 점에서였다.

통역을 거쳐 모국어인 이탈리아어로 편안하게 답변을 풀어내는 그의 목소리는 따뜻했고 한층 깊은 진심이 묻어나는 듯했다.

로베르토 아바도/국립심포니 ‘제8대 음악감독 취임연주회’(1월 11일 오후 5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3대째 음악으로 이어진 가문의 시간을 물려 받으며

로베르토 아바도는 이탈리아에서 음악 명문가로 통하는 아바도 가문에서 태어났다. 3대째 뛰어난 음악가들을 배출한 이 가문은 현대 이탈리아 음악계를 이끌어 온 존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진 가운데의 조부모(미켈란젤로 아바도·마리아 카르멜라 사바뇨네)를 중심으로 왼쪽부터 차남 클라우디오·장녀 루치아나·막내 가브리엘레·장남 마르첼로

“우리 가문의 음악가들을 얘기하자면, 먼저 제 할아버지인 미켈란젤로 아바도가 그 시작이 되겠네요. 바이올리니스트로 활동하셨고, 교수직을 지내시기도 했습니다. 엄격한 규율을 중요시하면서도 그 당시에는 가장 현대적이고 앞선 마음가짐을 가진 분이셨어요. 매우 훌륭한 지성인이셨습니다.”

 

미켈란젤로 아바도(1900~1979)는 슬하에 네 명의 자제를 두었는데, 그 중 막내아들인 가브리엘레 아바도를 제외한 세 명이 클래식 음악계에서 몸담았다. 첫째인 마르첼로 아바도(1926~2020)는 로베르토의 아버지로, 이탈리아에서 활동한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이자 음악 교육자였다. 볼로냐 음악원에서 작곡 교수로 12년간 재직한 이래 파르마·니콜리니·로시니 음악원을 거쳐 밀라노 베르디 음악원의 원장을 역임한 인물이다. 둘째는 현대음악가이자 리코르디 출판사 임원을 지냈으며, 밀라노 무지카를 창설한 루치아나 페스탈로차(1929~2012, 혼인 후 남편의 성을 따름)다.

“그리고 그다음 셋째는 제가 굳이 설명하거나 소개할 필요가 없는 인물이죠?”(웃음) 그가 바로 오랫동안 베를린필을 이끌어온 지휘자 클라우디오 아바도(1933~2014)다. 공교롭게도 클라우디오 또한 슬하에 네 명의 자제를 두었는데, 첫 번째 결혼에서 다니엘레와 알레산드라를, 두 번째 결혼에서 세바스티아노를 얻었으며, 바이올리니스트 빅토리아 뮬로바(1959~)와의 사이에서 미샤 뮬로브 아바도(1991~)가 태어났다.

그 가운데 장남인 다니엘레 아바도(1958~)는 오페라 연출가로 활동 중이며, 2016년 국립오페라단 ‘토스카’ 연출을 맡아 내한하기도 했다. 다른 자녀들에 비해 아버지와 접촉이 거의 없었던 넷째인 미샤는 재즈 더블베이시스트이자 작곡가이며, 로베르토의 동생 아드리아노 아바도 역시 디지털 아트와 시각음악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으니 이렇듯 아바도 가문의 음악적·예술적 전통은 3대에 걸쳐 다음 세대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본인도 모르는 새, 잠들어 있던 음악가의 피가 깨어난 순간

그러나 로베르토 본인은 유년 시절, 지금과는 달리 음악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고 한다. 오히려 그의 관심사는 오히려 항공이나 기계와 같은 기술적 분야였다고. 그는 12세가 되기까지 음악인으로서의 미래는 꿈꿔본 적도 없었다고 한다.

“제가 12살이 되던 해에 아버지께서 로시니 음악원의 원장이 되셨습니다. 그때 온 가족이 밀라노에서 페사로로 이사를 했죠. 그때 아버지께서 ‘이왕 먼 곳까지 떠나온 김에 음악이라도 배워보면 어떻겠냐’라고 제안하셨어요.”

아바도는 그때부터 피아노를 배우는 것을 시작으로 음악계에 첫 발을 내디뎠다. 거의 ‘음(音)아일체’를 이루는 집안의 분위기를 놓고 생각한다면, 다소 늦은 시작에 가까웠다. 그러나 타고난 피는 어쩔 수 없는 것일까? 그는 피아노가 생각보다 쉬웠다며, 그 당시를 떠올렸다.

“한 6개월 정도 피아노를 배웠을 때, 다른 친구들이 보통 3년을 거쳐 진행해야 하는 진도를 이미 다 나갔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피아노를 쉽다고 느낀 것이 제 착각만은 아니었죠.”(웃음)

그렇게 제대로 된 물살을 만난 가문의 피는 급류를 쏟아내기라도 하듯 그를 음악의 물길로 휘몰아내고 있었다.

그러던 그가 ‘지휘’를 처음 만나게 된 것은 15세 때의 일이다. 물론, 이번에도 본인은 생각하지 못했던 이유에서였다.

“음악원 선생님께서 교내 어린 친구들이 참여하는 음악회를 준비하는데, 별안간 지휘를 저에게 맡기시더라고요. 나이가 비슷한 사람이 지휘봉을 잡아야 아이들에게도 편하지 않겠냐는 이유였죠. 본인은 나이가 너무 많다면서요. 문제는, 그때의 저는 아직 지휘라는 것을 단 한 번도 배워본 적이 없었다는 거예요!”

설렘이 아닌 ‘당황’의 심정으로 지휘를 마주한 그에게 선생님은 ‘하나, 둘, 셋’ 하는 식의 기초적인 지휘법을 가르쳐주며, “이것이 지휘의 전부”라고 그를 안심시켰다고 한다. 그렇게 엉겁결에 포디움에 서게 된 날. 아바도는 그야말로 ‘대충격’을 경험했다.

“뭐라 설명해야 할까요? 그냥 불가항력적으로 빠져들었습니다. ‘지휘’라는 것이 이렇게나 멋진 일이구나. 세상에서 가장 멋진 일이구나… 그때 터져 나갈 것 같던 심장 박동 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아른거립니다.”

그가 받은 충격의 강도가 얼마나 가공할 수준이었는지, 그날 밤에는 잠조차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고 한다. 다수의 음악가들이 음악의 길을 걸어가는 과정에서 어떠한 큰 전환점을 맞이하는 일은 심심찮게 일어나지만, 그에게는 음악과 대면한 그 시작점이 곧 전환점과도 같은 이치였다.

“지금도 매일같이 악보를 보고 공부하는 것이 낙이에요. 당장 밖으로 나가고 싶을 정도로 날씨가 좋은 날조차도 악보를 놓을 수가 없습니다.”

그의 삶에 스며든 한국이라는 나라

올해 1월 국립심포니에 취임한 아바도가 그들과 함께 달리기 시작한지도 반년이 흐른 지금, 한 번쯤 숨을 고르고 뒤를 돌아보는 감회는 어떠한지를 물었다. 그러자 그는 그간 한국에 머물며 느낀 이 나라에 대한 전반적인 감흥을 우선적으로 풀어놓기 시작했다. 그에게 국립심포니 활동은 단순히 악단을 지도하는 것을 넘어서 한국의 문화권 전반에 녹아드는 경험에 가까웠다.

“한국은 알면 알수록 흥미롭고, 점점 더 빠져들게 되는 나라입니다. 몇십 년 사이에 정말 많은 발전을 이룩해냈으며, 강한 정체성과 개성을 가지고 있기도 하죠.”

그는 “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한국인 음악가들을 만날 수 있다”라며, 한국 음악인들의 세계적인 활약을 언급하면서도, 동시에 본인이 몸담지 않은 다양한 예술 분야에도 한국인들이 두각을 나타내는 모습이 꽤 인상적이라며 말을 이었다.

“전 지구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케이팝은 물론, 영화와 같은 다양한 예술 분야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내고 있다는 사실도 흥미롭습니다. 몇 년 전 화제를 모았던 ‘기생충’도 인상적으로 남은 영화였고요. OTT를 통해 한국에서 제작된 여러 작품을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산으로 에워싸인 서울의 지형은 그에게 ‘자연이 품은 대도시’라는 낯설고 독특한 감흥을 가져다준다며, 바로 전날 밤 산책 중에도 그 아름다움에 재차 감탄했다는 다소 흥분된 표현을 이어갔다. 그가 한국의 음식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이어가려던 찰나, 본인이 ‘국립심포니’에 대한 질문을 받았던 것조차 깜빡 잊었다며 웃음 지었다.

“생각해 보니 저희는 지금 국립심포니 얘기 중이었네요.(웃음) 다시 돌아와서 이에 대해 답변드리자면, 저는 이 악단과의 여정에 크게 만족하고 있습니다.”

그는 최근 진행한 두 번의 정기연주회(6.5·7.4)를 예시로 들며, 악단이 보여준 음악적 역량에 큰 만족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국립심포니 취임 초기에 “어떤 오케스트라든 처음으로 지도할 때, 첫소리를 내놓는 ‘몇 초간의 시간’이 가장 중요한 순간”이라는 뜻을 밝힌 바 있는데, 2023년 내한해 오페라 ‘노르마’로 국립심포니와 처음 조우했던 당시, 그 ‘몇 초간의 시간’만에 이 악단이 가진 역량을 감지했다고 회고했다.

“제가 추구하는 음악적 아이디어를 단원들이 즉각적으로 이해하고 구현하는 모습이 놀라웠습니다. 이미 그때부터 저희의 여정은 시작된 것이나 다름없었다고 봐요. 2025년 베르디 ‘레퀴엠’으로 국립심포니를 다시 만났을 때도 그때의 편안함이 그대로 남아 있었습니다.”

그는 이 모든 것이 가능한 이유는 한국인들이 가진 뛰어난 음악적인 재능과 역량 덕인 것 같다며, 예찬에 가까운 표현을 숨기지 않았다.

“덧붙여, 음악가들 외에 언급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바로 ‘관객’입니다. 결국 관객이 있어야 음악도 완성되는 법인데, 그런 의미에서 한국의 관객들은 상당히 인상적입니다. 관객 고령화가 일어나고 있는 유럽과는 달리, 젊은 연령대의 사람들이 관객층을 이루며, 무대에 열렬한 환호를 보내곤 하죠. 특히 음악을 향해있는 강렬한 호기심은 놀라운 수준입니다.”

늘 즐겨입는 티셔츠 차림으로 연습 중인 국립심포니 리허설 현장. 이탈리아 남성답게 정장과 캐쥬얼을 넘나드는 그의 패션 감각은 뛰어나다 ©Studio gut

오페라라는 음악적 모국어를 품고

로베르토 아바도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장르가 바로 오페라다. 그는 오페라 지휘자로서 오랜 시간 활동하며 수많은 음반과 실황을 통해 명확한 족적을 남겨왔다. 그래서일까, 질문 중 ‘오페라’를 언급하는 순간부터 그의 눈빛은 눈에 띄게 반짝이기 시작했다.

 

“오페라는 곧 이탈리아고, 이탈리아가 곧 오페라죠. 이탈리아는 오페라의 시작이자 끝입니다.”

 

다소 격양된 그의 표현에는 단순히 이탈리아 출신으로서의 자부심을 넘어서, 오페라를 향한 각별한 애정이 짙게 묻어났다. 그 배경에는 피아노로 음악을 시작했던 그가 지휘를 정식으로 공부하기 시작하면서, 오페라 코치 과정을 시작으로 지휘자로서의 길을 닦아나갔던 탓도 있을 것이다.

“결국 지휘자가 되기 위해서는 오페라 코치와 같은 과정을 밟으며 오페라를 깊이 있게 탐구해 나가는 것이 가장 자연스러운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오페라 지휘는 난도를 논하기에 앞서, 정말 많은 것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죠.”

그와 인터뷰를 진행한 시기는 7월 22~26일 열리는 예술의전당 기획 오페라 ‘투란도트’의 준비가 한창이던 시기였다. 벨리니의 ‘노르마’로 이미 국립심포니의 오페라 연주 역량을 확인한 그는 음악감독 취임 당시 다음과 같은 말을 전한 바 있다.

“벨리니는 제가 생각하는 가장 ‘이탈리아적인’ 작곡가 가운데 한 사람입니다. 그의 음악을 연주하려면 유연하고 자연스럽게 호흡하며 프레이즈를 이어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오케스트라가 이러한 흐름을 잘 구현해 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죠. 그런 의미에서 국립심포니의 역량은 놀라웠습니다.”

‘투란도트’는 국립심포니 취임 이후 그가 오페라 지휘자로 악단과 함께 포디움에 서게 된 첫 번째 무대이자, 모국인 이탈리아의 작품을 다루는 공연인 만큼, 그는 이 공연을 향한 큰 기대와 설렘을 가득 품고 있었다. 기자는 인터뷰와는 별도로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투란도트’ 간담회 현장에 참석했는데, 그가 마이크를 잡고 작품을 설명하는 내내 또다시 반짝이던 눈빛을 보며 그가 이탈리아 오페라에 품은 진심을 재차 확인할 수 있었다.

단원들 생각을 경청한 뒤 음악감독의 상상력으로

아바도는 자신이 생각하는 ‘음악감독이 갖춰야 할 두 가지 역할’을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하나는, 물론 당연한 말이겠지만, 제대로 된 음악을 빚어내는 일이죠. 다만 이 과정은 개개인이 악기를 잘 연주하는 것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궁극적으로는 모든 단원이 기쁜 마음으로 음악을 받아들여야 하죠. 그래야 관객들에게도 그 음악이 기쁨으로 전해질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 또한 언제나 기쁜 마음으로 음악을 받아들이려고 합니다.”

그는 음악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을 ‘몸을 보살피는 방식’에 빗댔다. 우리가 영양을 섭취하거나 몸을 씻고 가꾸는 등 여러 방식으로 몸을 챙기며 건강을 유지하는 것처럼, 음악에 담긴 박자·템포·프레이징·아티큘레이션과 같은 수많은 요소를 균형 있게 보살펴야 한다는 의미였다.

“앞선 요소들을 토대로, 지휘자는 이에 더해 ‘경청’과 ‘상상’의 과정을 거쳐야 궁극적으로 음악을 완성할 수 있습니다. 마치 실내악을 듣듯 긴밀하게 오케스트라의 모든 파트를 듣고 살펴야 하며, 언제나 악보에 기재된 단순한 음들의 조합이 아닌, 그 이상의 의미와 뜻을 탐구해야 합니다.”

음악을 빚어나가는 자신의 방식을 풀어놓은 그는 이어서, 또 다른 지휘자의 역할로 ‘프로그램’에 대해 언급했다.

“프로그램 구성이란 그저 멋진 작품들을 줄지어 나열하는 것만이 아닙니다. 명확하고 일관적인 방향성을 가져야 하죠. 긴 시간에 걸쳐 여러 무대가 이어지지만 결국 그 전체를 관통하는 서사가 있어야 합니다. 그 ‘안내선’을 설정하는 것이 바로 음악감독의 역할이고요.”

그는 국립심포니에서의 임기 동안 ‘슈만과 멘델스존’ ‘괴테와 음악’ ‘셰익스피어와 음악’이라는 세 가지의 가이드라인을 토대로 음악을 빚어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멘델스존과 슈만 모두 독일 태생의 음악가이며, 탄생 연도도 1년 차이밖에 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두 사람의 음악 세계는 꽤 다른 방향을 향해 있죠. 이러한 두 인물의 차이는 꽤 흥미로운 음악적 대조를 이뤄냅니다.”

그가 이어서 설명한 괴테와 셰익스피어는 모두 역사적인 대문호라는 점에서 접근했다고 밝혔다.

“문학과 음악은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음악가들은 항상 위대한 문학에서 영감을 받아오곤 했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였죠. 그리고 무엇보다, 그들의 문학은 시대에 구애받지 않고 인류 전반에 큰 시사점을 전해주기도 합니다. 그러한 작품들을 ‘음악’을 통해 마주하는 것은 그들의 세계를 또 다른 방향으로 감상할 수 있는 흥미로운 경험이 될 것입니다.”

©황필주

 

 

 

 

국립심포니와 함께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시간

앞으로 국립심포니를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 것인지, 그리고 이들이 가진 가능성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묻자, 그는 ‘시간의 문제’라며 답을 이었다.

“저는 한국의 연주자들이 지닌 예술적 재능을 높이 사고, 그들의 음악적 역량 또한 대단하다는 사실을 압니다. 국립심포니 단원들도 마찬가지죠. 결국, 저는 그들의 ‘실력을 향상시킨다’라기 보다는, 함께 호흡하고 이해하며 음악을 만들어 나갈 ‘시간’이 필요한 시점이라 봅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저는 지금의 여정에 크게 만족하고 있으며, 앞으로 어떤 풍경이 펼쳐질 것인지에 대해서도 큰 기대를 안고 있습니다. 저 또한 그들과 함께 성장해 나갈 것이니까요.”

현재 국립심포니에서는 지휘 인재 육성을 위한 두 가지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KNSO 지휘자 워크숍과 KNSO국제지휘콩쿠르다. 올해의 워크숍은 9월 14~16일에 진행되며, 콩쿠르는 내년 개최될 예정이다. 아바도는 이 워크숍의 멘토와 콩쿠르의 심사 위원을 맡을 예정이다.

그렇다면 그는 본인의 어떤 기준을 통해, 어떤 시선으로 젊은 세대의 지휘자들을 바라보고 있을까? 이에 대한 질문을 던지자, 그는 다소 우회적인 대답을 내놓았다.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저도 아직 제 기준을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이 질문에 대한 저의 대답이 아니더라도 다른 마에스트로들께서 남겼던 말씀을 전해드리고 싶네요.”

그는 언급한 마에스트로는 카라얀과 줄리니였다. 아바도에 따르면, 그의 멘토였던 줄리니는 “음악에서는 목적지에 3분 전 먼저 도착하는 것보다 ‘3년 후’에 도달하는 것이 더 나은 일이다”라며 그에게 직접 말해줬다고 한다.

“빠르게 가고 싶어서 조급하게 치고 나갈 필요가 없다는 의미였죠. 결국 긴 시간의 준비와 공부를 통해 나아가다 보면 언젠가 도달하게 되는 것이니까요. 그리고 줄리니는 이에 더해 한 마디를 더 덧붙여주셨습니다. 결국 재능을 가졌다면 본인이 그 길을 멈출 일이 없다는 것이었어요. 그러니 스스로를 믿고, 걱정은 내려놓으라 하셨습니다.”

이어서 그가 언급한 카라얀의 말은, 리카르도 샤이의 아버지인 루치아노 샤이가 써낸 책에서 읽었다고 한다. 내용에 따르면 지휘 콩쿠르의 심사위원들에게 카라얀은 ‘다 틀려도 좋으니 진정한 개성을 보고 싶다’라는 말을 전했다고.

“오해는 마세요. 저는 그저 그들의 말을 빌렸을 뿐입니다.”(웃음)

그와 더 나누고 싶은 얘기가 많았지만, 아바도는 바쁘게 이어지는 일정을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야 했다. 길지 않은 시간이었음에도 그는 많은 이야기를 풀어놓을 수 있어서 좋은 시간이었다며 ‘진솔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장마철의 무더위가 한창인 가운데, 인터뷰 현장에 도착한 순간부터 “한국에서는 어디를 가도 에어컨이 있어서 좋아요. 지금 유럽이 어떤지 좀 보세요!”라며 대번에 유쾌한 분위기를 자아낸 그의 솔직함은 그가 풀어낸 모든 이야기에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최성혁 기자 사진 황필주(촬영)·국립심포니(제공)

©황필주

 

 

 

 

 

 

 

 

 

국립심포니 역대 음악감독

홍연택 (1985~2001)
초대 음악감독·상임지휘자
김민 (2005~2007)
제2대 음악감독
박은성 (2007~2011)
제3대 음악감독·상임지휘자
최희준 (2011~2014)
제4대 예술감독·상임지휘자
임헌정 (2014~2017)
제5대 예술감독·상임지휘자
정치용 (2018~2021)
제6대 예술감독·상임지휘자
다비트 라일란트 (2022~2025)
제7대 예술감독·상임지휘자
로베르토 아바도 (2026~)
제8대 음악감독·상임지휘자

ABBADO Family Tree

조부 미켈란젤로 아바도 (1900~1979)
바이올리니스트, 음악 교육자

장남 마르첼로 아바도 (1926~2020)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음악 교육자

장녀 루치아나 페스탈로차 (1929~2012)
현대음악가, 리코르디 출판사 대표

차남 클라우디오 아바도 (1933~2014)
지휘자

막내 가브리엘레 아바도 (1934~2009)
건축가

본인 로베르토 아바도 (1954~)
지휘자

차남 아드리아노 아바도
디지털 아티스트, 작곡가

장남 다니엘레 아바도
(1958~) 오페라 연출가

장녀 알레산드라 아바도
(1959~) 음악 기획자

차남 세바스티아노 아바도
인테리어·전시 디자이너

삼남 미샤 뮬로브 아바도
(1991~) 재즈 베이시스트 겸 작곡가

“지휘자는 ‘경청’과 ‘상상’의 과정을 거쳐야 궁극적으로 음악을 완성할 수 있습니다.
마치 실내악을 듣듯 긴밀하게 오케스트라의 모든 파트를 듣고 살펴야 하며,
언제나 악보에 기재된 단순한 음들의 조합이 아닌, 그 이상의 의미와 뜻을 탐구해야 합니다”

 

로베르토 아바도(1954~) 이탈리아 국립음악비평가협회(ANCM)로부터 명망 있는 문화공로상인 프랑코 아비아티 음악비평가상을 수상한 그는 페사로 로시니 음악원과 밀라노 베르디 음악원, 산타 체칠리아 국립음악원에서 수학했으며, 뮌헨 방송교향악단, 발렌시아 레이나 소피아 예술궁전, 파르마 베르디 페스티벌의 음악감독을 역임했다. 현재 국립심포니 제8대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이자, 볼로냐 시립극장 필하모닉 상임지휘자로 재직 중이다.

 

PERFORMANCE INFORMATION
로베르토 아바도/국립심포니(협연 마르크 앙드레 아믈랭)
9월 12일 오후 5시 고양아람누리 아람음악당
9월 13일 오후 5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2번, 슈만 교향곡 2번
로베르토 아바도/국립심포니(협연 에마뉘엘 파위)
12월 3일 오후 7시 30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멘델스존 현악 8중주 중 스케르초, 부소니 플루트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디베르티멘토, 달바비 플루트 협주곡, 멘델스존 교향곡 3번 ‘스코틀랜드’

 


 

#로베르토 아바도의 명반
벨리니 ‘카풀레티가와 몬테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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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벨칸토 오페라를 대표하는 작곡가 중 하나인 벨리니(1801~1835)가 루이지 스체볼라의 희곡 ‘줄리에타와 로메오’ 등 이탈리아의 문학 작품을 바탕으로 쓴 작품이다. 벨리니는 1827년 발표한 ‘해적’ 이후로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으나, 1830년 이 작품을 라 페니체 극장에서 초연하며 또 한 번의 성공을 거뒀으며, 이후로는 ‘몽유병의 여인’과 ‘노르마’를 연이어 세상에 내놓으며 성공 가도를 달리게 된다. ‘카풀레티가와 몬테키가’는 서로 대립하는 두 가문에 속한 젊은 남녀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그리며, 로메오가 메조소프라노의 남장 역할로 설정돼 두 연인을 모두 여성 성악가가 노래한다는 특징이 있다. 본 음반에서 줄리에타는 소프라노 에바 메이가, 로메오는 메조소프라노 베셀리나 카사로바가 맡았으며 뮌헨 라디오 오케스트라가 연주했다. 1999년 BBC 뮤직 매거진의 ‘올해의 음반’으로 선정된 음반이기도 하다.

 

로베르토 아바도가 지휘한 실황 녹음

#1 로시니 페스티벌에서의 활약

로시니 ‘에르미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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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로시니 오페라 페스티벌 개막공연 실황. 1819년 초연 이후 오랫동안 잊혀 있다가 1987년 본 페스티벌에서 본격적으로 무대에 부활한 작품이다. 트로이 전쟁 직후 스파르타의 공주 에르미오네(소프라노 소니아 가나시 분)가 약혼자인 피로(테너 그레고리 쿤데 분)에게 버림받으며, 그를 향한 복수심에서 비롯되는 비극이다. 연출은 로베르토의 사촌 다니엘레 아바도가 맡았다.

 

로시니 ‘이집트의 모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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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로시니 오페라 페스티벌에서 그레이엄 비크가 연출한 실황이자 세계 최초로 발매된 ‘이집트의 모세’ 영상물이다. 성경의 출애굽기(탈출기)에 나타나는 모세와 이스라엘 백성들의 이집트 탈출을 그린 ‘홍해의 기적’을 3막의 오페라에 담아냈다. 주인공인 모세(베이스 리카르도 자넬라토 분)와 파라오네(베이스바리톤 알렉스 아스포지토 분)가 모두 저음 가수라는 특징이 있다.

 

로시니 ‘코린트의 포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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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루스 파드리사가 연출한 2017년 로시니 오페라 페스티벌 실황. 로시니가 파리 오페라를 위해 쓴 첫 프랑스어 오페라로, 기존에 발표한 ‘마오메토 2세’를 개작했다. 오스만 제국의 코린트에서 코린트 총독(테너 존 이르빈 분)의 딸 파미라(소프라노 니노 마차이제 분)가 과거에 사랑했던 마오메토(베이스바리톤 루카 피사로니 분)를 적군으로 맞닥뜨리며 벌어지는 비극이다.

 

#2 오페라의 아버지, 베르디

베르디 ‘ 르 트루베르’ (일 트로바토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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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베르디 페스티벌의 파르마 파르네세 극장 실황. 본래 이탈리아어로 쓰인 ‘일 트로바토레’를 1857년 파리 오페라 상연을 위해 불어로 개작한 ‘르 트루베르’가 담겼다. 집시 여인의 납치로 어릴적 헤어져 서로 형제임을 모르는 루나 백작(바리톤 프랑코 바살로 분)과 만리크(테너 주세페 지팔리 분)가 레오노르(소프라노 로베르타 만테냐 분)를 두고 연적이 되면서 벌어지는 비극이다. 로버트 윌슨의 전위적인 연출로도 화제를 모았다.

 

베르디 ‘ 구스타보 3세’ (가면 무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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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베르디 페스티벌 실황. ‘구스타보 3세’는 ‘가면 무도회’의 모체인 작품으로, 스웨덴 국왕 구스타보 3세(테너 피에로 프레티 분)의 암살 사건을 바탕으로 한다. ​국왕 암살이라는 소재가 검열에 부딪히자 베르디는 배경과 인물의 이름·직책 등을 여러 차례 수정했으며, 그 결과 완성된 작품이 ‘가면 무도회’다. 연출은 그레이엄 비크의 구상을 토대로 야코포 스피레이가 완성했다.

 

베르디 ‘맥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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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르 아우디가 연출한 2024년 파르마 왕립극장 실황으로, 올해 4월 발매되어 로베르토 아바도가 지휘한 영상물 중 가장 최근에 등장했다. ‘맥베스’는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으로 유명한 ‘맥베스’의 내용을 풀어낸 오페라로, 맥베스(바리톤 에르네스토 페티 분)와 레이디 맥베스(소프라노 리디아 프리드만 분)의 서사가 중심이 된다. 이 영상에는 베르디가 파리 공연을 위해 개작한 1865년 프랑스어판이 담겼다.

 

#3 이탈리아 음악의 이모저모

움베르토 조르다노 ‘ 페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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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실황으로 베페 데 토마시가 연출을 맡았다. 조르다노는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현실주의적인 베리스모 오페라 시대에 활동한 인물로, ‘페도라’는 ‘안드레아 셰니에’와 함께 그의 대표작으로 남아 있다. 러시아의 황녀 페도라(소프라노 미렐라 프레니 분)와 그의 약혼자 블라디미르를 살해한 로리스 백작(테너 플라시도 도밍고 분) 사이에서 일어나는 비극이다.

 

라 페니체 극장 2008년 신년음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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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치아를 대표하는 오페라 극장인 라 페니체 극장의 신년음악회 실황이다. 두 차례의 전소(1836·1996)를 겪은 후에도 이 극장은 재건되어 지금의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베르디 ‘루이자 밀러’ 서곡으로 막을 여는 이 공연에서는 로시니·도니제티·푸치니 등 여러 이탈리아 오페라의 명 대목이 연주되며, 소프라노 바르바라 프리톨리·테너 발터 프라카로 등 다양한 가수들이 출연한다.

 

베르디 ‘레퀴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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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코로나19로 팬데믹은 물론 많은 사망자가 발생했던 시기에 그들을 추모하기 위해 빚어진 무대다. 파르마 왕립극장 제작 실황이지만, 공연은 극장 인근 두칼레 공원에서 진행됐다. 소프라노 엘레오노라 부라토, 메조소프라노 아니타 라흐벨리쉬빌리, 테너 조르조 베루지, 베이스 로베르토 탈리아비니가 솔리스트로 출연한다.

 


 

Close up

유미정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대표이사

국가대표 악단의 자부심으로 더 나은 내일을 꿈꾼다

©황필주

4월 6일 대표이사로 취임한 유미정은 연간 120여 회의 공연을 소화해 내며, 관현악·오페라·발레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국립심포니의 저력에 강한 자부심을 품고 있다. 무엇보다 국내 오케스트라 가운데 유일하게 ‘국립’이라는 상징적인 브랜드를 가진 만큼, 유 대표이사는 국립심포니를 ‘국가대표 오케스트라’로 발돋움시키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최고의 오케스트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훌륭한 지휘자와 역량있는 단원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이를 효율적으로 조직화하는 대표이사의 경영 능력이 뒷받침돼야 합니다.”

피아노를 전공한 그는 다양한 연주 활동을 통해 음악과 연주자들이 처한 환경 전반에 대한 이해를 갖출 수 있었으며, 20년간의 교수 경험으로 행정 실무는 물론 ​소통 능력을 기르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대표이사직은 연주자와 교수라는 두 역할의 조화이자 종합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경험을 밑거름 삼아 국립심포니를 이끌고자 합니다.”

대표이사 취임 후 3개월여 동안, 그는 무엇보다 조직의 전반적인 환경을 파악하는 데 집중했다.

“조직의 편제와 구성, 업무 시스템의 흐름을 이해하고 운영 체계를 숙지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였습니다. 무엇보다 ‘악단’의 연습 현장과 공연 현장을 줄곧 오가며 국립심포니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고민했습니다.”

유 대표이사는 특히 음악감독 로베르토 아바도를 향한 깊은 신뢰감을 드러냈다.

“일전의 그가 남긴 인터뷰에서 ‘경청’을 중요시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경청’은 단순히 청각적인 능력이 아닌 ‘깊이’ 들을 수 있는 역량이며, 결국 ‘얼마나 많은 것을 아는가?’와 결부된다고 말했죠. 연주자로서 전적으로 공감한 내용이었습니다.”

유 대표이사는 그를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엄격한 음악적 완성도를 이끌면서도, 단원들과의 친밀한 소통 또한 중요시하는 리더십을 겸한 인물”이라 표현하며, 단원들 역시 올해 그와 함께 큰 도약을 이루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부응하기 위해 역량 있는 신규 단원을 확보하고, 단원들​이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예산과 행정 지원, ​중장기 운영 기반을 갖추는 것이 대표이사로서 수행해야 할 가장 중요한 업무일 것입니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만큼, 이 재원이 한국의 클래식 음악과 예술계의 성장을 위한 올바른 방향으로 쓰이도록 책임감과 소명 의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새로운 인재 확보를 위한 국립심포니의 노력

현재 국립심포니는 KNSO아카데미(이하 아카데미)와 국립심포니콘서트오케스트라(이하 콘서트오케스트라)를 운영하고 있다. 아카데미는 오케스트라 단원을 체계적으로 양성해 내기 위한 교육 시스템이며, 콘서트오케스트라는 젊은 연주자들을 단원으로 채용해 무대 경험을 제공하는 청년 오케스트라다.

“두 조직의 기능은 다르지만,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습니다. 아카데미에서 역량을 기른 연주자들이 콘서트오케스트라에서 무대 경험을 쌓고, 나아가 국립심포니의 인재로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는 것이 거시적인 목표입니다.”

이러한 운영 제도는 국립심포니 내부에만 머무는 것이 아닌, 한국의 음악적 저변 확대라는 궁극적인 목표와도 맞닿아있다.

“우리나라 클래식 음악계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연주자와 높은 수준의 관객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제는 이러한 성과를 어떻게 지속 가능한 구조로 남게 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할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유 대표이사는 “양질의 공연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세계 무대에 진출할 발판을 마련하는 것 또한 앞으로 풀어가야 할 중요한 과제”라고 덧붙이며, “음악 인재를 꾸준히 발굴하고 양성함으로써 이러한 흐름에 앞장서는 국립심포니가 되기를 바란다”는 소망을 드러냈다.

최성혁 기자

 

유미정(1966~) 피바디 음악원 학사 및 석사 취득 후 예일대 음대에서 최고연주자과정을 졸업했다. 연세대 음대·한국예술종합학교 강사 역임 후, 가천대 겸임교수와 단국대 음대 교수를 역임했다. 현재 국립심포니 대표이사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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