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미오와 줄리엣’의 프로코피예프 음악은 정말 아름답지 않나요? 발레는 저에게 있어 숨 쉬는 이유, 즉 ‘산소’와도 같아요. 새삼스럽게 발레를 설명하려니 쑥스럽네요. 이제 발레는 저의 생활에 완전한 전부예요. 지난해 꿈에 그리던 마린스키 발레에 정식 입단하고, 마린스키 발레의 무대로 국내 공연까지 하게 되어 정말 기뻤습니다. 무용수로서 제 꿈은 관객들에게 커다란 감동을 전달하고, 세월이 지나도 대중의 마음에 남아있는 춤을 추는 거예요. 저는 그날을 위해 하루하루를 혹독하게 보내고 있습니다. 처음 발레를 시작하게 된 건 초등학교 운동회 때 전체 ‘태권무’를 하는 모습을 본 부모님의 직관에 의해서였어요. 동작이 남달랐다고 해요. 다른 부모님들과 마찬가지로 무엇인가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특이한 전공을 찾아주고 싶어 하신 부모님은 제게 무용을 권유하셨죠. 저는 그날로 발레와 발레를 둘러싼 이야기, 그리고 음악 모두를 사랑하게 되어버렸습니다. ‘이 길이 나의 길이다’라고 느낀 것은 예원학교에 입학할 무렵이었던 것 같아요. 그 시기는 사춘기이기도 하고 미래를 궁금해 하기도, 또 두려워하기도 하잖아요? 저는 그때 형(현 국립발레단 김기완)과 많은 대화를 나눴어요. 형은 제게 형이자, 동료, 경쟁자 이상이고, 형이 없었다면 오늘의 제가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부모님과도 제 감정을 그때그때마다 충분히 이야기했죠. 가끔 부상이나 다른 요인으로 춤을 추지 못하는 상황을 상상해보곤 합니다. 정말 암울하고 절망적이에요. 그런 상황에 직면하지 않기 위해서 저 자신에게 엄격해질 수밖에 없어요. 그 과정은 너무도 혹독하죠. 예술은, 무용은 춤을 추는 사람 스스로가 아무리 뛰어나도 길잡이가 없다면 바른 길을 갈 수가 없고, 아무리 훌륭한 길잡이를 만나더라도 끈기가 없다면 따라갈 수가 없거든요. 제겐 늘 훌륭한 선생님이 계시고, 경쟁할 수 있는 동료와 그리고 부모님, 형의 존재가 있기 때문에 제가 박수를 받고 있지요. 올해 마린스키 봄 갈라 공연을 앞두고 있고, 상반기에 ‘지젤’ ‘라 바야데르’ 등의 작품으로 무대에 설 예정에 있습니다. 고전발레의 정수인 러시아에서 많은 것을 발견하고 체득하고 싶어요.
김기민은 1992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예원학교를 졸업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공부했다. 2009년 국립발레단 ‘백조의 호수’ 최연소 객원 주역, 2010년 유니버설발레단 ‘라 바야데르’ 객원 주역을 맡았다. 2011년 불가리아 바르나 콩쿠르 1위, 2012년 러시아 페름 아라베스크 콩쿠르 최우수상·유스 아메리카 그랑프리 대상을 석권하며 한국 발레계에 충격을 안겨준 김기민은 같은 해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의 입단 소식을 전했다. 단체 최초의 동양인 남성 무용수 발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