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의 가치, 빛나는 합작 프로덕션
제14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
2003년, 한국 최초의 오페라 전용 극장 대구오페라하우스가 개관하며 함께 첫발을 내디딘 대구국제오페라축제. 자체 기획과 제작 시스템을 갖춘 만큼 매년 탄탄한 레퍼토리를 선보여왔다. 14회를 맞은 올해는 독일 본 오페라극장·오스트리아 린츠 주립극장과 국립오페라단·광주시오페라단 등 국내외 오페라단과의 다채로운 교류로 관객과 신선한 만남을 준비한다.
올해 주제는 ‘고난을 넘어 환희로’. 예술감독 박명기는 이를 두고 “지난 몇 년 간 가슴 아픈 사건·사고가 많았다. 올해는 이를 넘어 더 나은 미래를 그려나가자는 의미로, 고난과 환희의 ‘베토벤 정신’을 기치로 삼았다”며 “수백 년 동안 애호되어온 오페라 걸작들에 담긴 정신을 발견하고, 인문학적 치유를 통해 아픔을 보듬는 시간을 가지고자 한다”고 전했다.
10월 6일부터 11월 5일까지 한 달 동안, 매 주말마다 한 작품씩 메인 공연이 펼쳐진다. 프로그램은 대중적으로 인지도 높은 작품과 국내에서 접하기 어려운 레퍼토리를 고루 안배했다. 개막작은 독일 에르푸르트 극장의 예술감독 기 몽타봉의 연출 아래 광주시오페라단과 합작한 ‘라 보엠’(6~8일)이다. 빈 슈타츠오퍼 솔리스트 출신 테너 정호윤이 로돌포 역을 맡아 기대를 모은다. 이어 현대적 무대가 돋보이는 독일 본 오페라극장의 ‘피델리오’(13·15일), 2014년 서울국제공연예술제에서 실험적 안무로 깊은 인상을 남긴 안무가 메이 홍 린이 안무와 연출을 맡은 오스트리아 린츠 주립극장의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21~22일)가 오른다. 메이 홍 린은 “이 작품에서 ‘무용’이란 개념은 앙상블뿐 아니라 합창과 가수까지 포함한다. 작품의 원작은 무용과 음악, 대사가 어우러진 그리스 비극이다. 여기서 연출 및 안무의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작품을 설명한다.
국립오페라단과 합작한 푸치니 ‘토스카’(28~29일)는 다니엘레 아바도 연출의 무대로, 토스카 스페셜리스트인 소프라노 사이오아와 테너 김재형, 바리톤 고성현 등 국내외 쟁쟁한 성악가들이 출연한다. 메인 공연의 마지막을 장식할 작품은 성남문화재단 합작의 ‘카르멘’(11월 4~5일). 지난해 대구국제오페라축제에서 창작오페라 ‘가락국기’를 연출한 정갑균이 다시 한 번 나선 작품이다. 또한 지난해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우승한 몽골인 테너 아리운바타르 간바타르의 국내 오페라 데뷔를 접할 기회이기도 하다.
메인 공연 외에도 다양한 연령대와 감상 스타일을 겨냥한 소오페라 ‘버섯피자’(8~9일), 살롱오페라 ‘오이디푸스왕’(25~26일)과 ‘창작오페라 아리아’(20일)를 포함한 콘서트 시리즈가 마련된다.
단순한 관람이 아닌 참여형 프로그램도 눈여겨볼 만하다. 매주 토요일 무료로 진행하는 해설 프로그램 ‘오페라 오디세이’를 비롯해 공연 현장을 살펴볼 수 있는 ‘백스테이지 투어’ 및 ‘찾아가는 오페라 산책’ 등을 통해 오페라에 한결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일상을 내려놓고 마주하는 음악
제11회 화엄음악제
“우주의 모든 사물은 그 어느 하나라도 홀로 있거나 일어나는 일이 없이 모두가 끝없는 시간과 공간 속에서 서로의 원인이 되며, 대립을 초월하여 하나로 융합한다.”
2006년, 화엄 사상에 뿌리를 두고 시작한 화엄음악제. 지리산 자락 맑은 공기를 머금은 천년고찰 화엄사에서 국내외 아티스트들과 영적 기운이 가득한 음악의 장을 만들어왔다. 그동안 ‘길떠남’ ‘심금(心琴)’ 등을 주제로 인간의 내면세계를 표현해온 페스티벌의 올해 주제는 ‘알아차림’이다. 세상 속 번민으로 인해 제대로 마주할 수 없었던 ‘참다운 나’을 발견하는 시간을 추구한다. 이번 페스티벌은 본 공연인 ‘화엄콘서트’를 중심으로 3일간 펼쳐진다. 14일의 전야제에선 유럽과 남아메리카, 한국을 오가며 활동하는 무용수 전인정과 화엄음악제 총감독 원일, 그리고 국악을 기타로 재해석하는 기타리스트 박석주가 관객을 만난다. 일즉일체(一卽一切)를 주제로 한 조성택 고려대 철학과 교수의 특별 강연도 준비돼 있다.
15일의 ‘화엄콘서트’에서는 다국적 아티스트들이 모여 화엄사의 밤을 공명한다. 한국의 전통 장단을 덧입은 호주 출신 재즈 드러머 사이먼 바커와 독특한 보이스로 초자연적 명상에 빠져들게 하는 스페인의 보컬리스트 파티마 미란다, 장르의 경계를 허무는 네덜란드의 리코더리스트 에릭 보스흐라프와 쿠바·브라질·인도네시아 등 각지의 전통음악을 섭렵한 실험적 보컬리스트 쉬치우옌이 다양한 퍼포먼스를 펼친다. 특히 첫 내한을 가지는 파티마 미란다의 몽환적인 무대를 주목할 만하다. 이외에도 아방가르드한 춤의 세계를 선보여온 무용수 홍신자와 거문고 연주자 허윤정, 가야금 연주자 박경소, 국악그룹 나무 등의 국내 아티스트들이 함께한다.
16일 ‘야단법석 콘서트’는 맑은 가을 하늘 아래 즐기는 낮 공연으로 올해 신설됐다. 세심한 문학성이 돋보이는 혼성 듀오 김사월×김해원, 레게 그룹 노선택과 소울소스, 그리고 음악창작집단 주스 프로젝트가 참여한다. 각국의 다양한 아티스트를 만날 수 있는 화엄음악제는 3일간 전석 무료로 진행한다. 선선한 가을밤, 바쁜 삶을 내려놓고 화엄사 대웅전에 앉아 음악과 하나 되는 것은 어떨까.
가평으로 가자, 재즈를 찾아!
제13회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
이탈리아에 베네치아, 스페인에 이비사가 있다면 한국에는 ‘자라섬’이 있다. 해마다 가을이면 재즈 선율이 넘실대는 축제의 현장, 가평의 자라섬과 그 일대에서 10월 1일부터 3일간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이 열린다.
올해 13회째 맞는 페스티벌은 2011년부터 매년 한 국가를 선정해 그곳의 재즈와 뮤지션을 소개하는 ‘국가 포커스’를 진행해왔다. 올해는 한·불 수교 130주년을 맞아 ‘프랑스 포커스’로 진행되며, 프랑스 재즈 뮤지션 6팀이 자라섬을 찾는다. 프랑스뿐 아니라 노르웨이·리투아니아·핀란드·이스라엘 등 세계 각지에서 온 뮤지션들의 음악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축제 첫날인 1일, 개막식 후 자라섬 중도 무대인 재즈 아일랜드에서 ‘퓨처 재즈’라는 새로운 사조를 내놓으며 혁신적인 피아니스트로 떠오른 부게 베셀토프트의 뉴 컨셉션 오브 재즈가 그루브 넘치는 시간을 만든다. 이어 이날의 메인 격인 밴드 오리건이 관객을 만난다. 1970년대 미국 재즈 음악계를 이끈 오리건은 오랜 시간을 함께한 안정적인 호흡으로, 클래식 음악과 포크 음악, 뉴에이지 음악 등 여러 장르를 수용한 무대를 선보인다. 둘째 날엔 ‘프랑스 포커스’ 뮤지션인 재즈 베이시스트 앙리 텍시에의 호프 콰르텟을 눈여겨보자. 버드 파월·덱스터 고든 같은 유명 연주자와 협연하며 미국 재즈를 가까이에서 접했던 앙리 텍시에는 프랑스의 감성으로 재해석한 미국 재즈를 보여줄 예정이다. 이어지는 파티 스테이지에서 관객의 밤을 책임질 그룹은 라 카라반 파스. 결성 15주년을 맞이한 이 밴드는 동유럽의 전통 음악에 레게와 힙합 등을 접목해 유쾌한 무대를 가진다.
축제의 피날레는 브라질의 대중문화를 이끌며 음악가를 넘어 혁명가로 불리는 카에타누 벨로주가 장식한다. 보사노바 음악을 기반으로 1960년대에 활동을 시작한 벨로주는 브라질 정통 사운드에 로큰롤과 아방가르드 스타일 등을 접목한 음악으로 축제에 흥을 더한다. 이 외에도 재즈 아일랜드에는 재즈 드러머 마뉘 카체, 보컬리스트 웅산&슈퍼세션 등이 참여하며, 자라섬 캠핑장 내의 페스티벌 라운지와 가평읍사무소 앞 재즈 팔레트·재즈큐브에선 알랭 베다르-오귀스트 콰르텟, 아코디어니스트 키몬 포요넨 등 해외 뮤지션과 박근쌀롱·어쿠스틱콜로지를 비롯한 21개 국내 뮤지션이 참여할 예정이다. 발걸음을 돌리기 아쉬운 관객이라면, 자라섬 올나잇 시네마·미드나잇 재즈카페 등 가평읍내 곳곳에 마련된 다양한 프로그램에도 주목해보자. 참여하기 전, 일정표 확인은 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