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SSAY
영화로 만나는 세상과 사람
만달로리안과 그로구
오랫동안 소중했던 이야기의 귀환
감독 존 패브로 음악 루트비히 괴란손
출연 페드로 파스칼, 시고니 위버, 제레미 앨런 화이트



처음 ‘스타워즈’를 극장에서 봤을 때,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웅장한 오케스트라 음악과 함께 흐르는 엔딩 크레딧을 넋을 놓고 보았다. 불이 켜지고 자리에서 일어서면 나를 가득 채웠던 우주가 어디론가 사라질 것만 같아서 그대로 극장 의자에 몸을 깊이 묻었다. 이후 ‘스타워즈’의 세계는 동화처럼, 신화처럼, 어린 시절의 나와 내 상상과 내 삶 속에 깊이 파고들어 왔다.
화려한 영상에 넋을 놓았지만, 이상하게도 ‘스타워즈’를 생각하면 언제나 먼저 떠오르는 것은 신화를 원형으로 하는 아버지와 아들 사이의 비극, 개성 강한 캐릭터들의 이미지, 그리고 그들이 나누던 소소하고 따뜻한 감정들이다.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어딘가에 살아있을 것 같은, 내 친구 같은 이야기. 그런데 내 어린 시절의 세계관을 가득 채웠던 이 이야기가 언제부턴가 내 삶에서 조용히 미끄러져 나갔다.


서부극 스타일의 괴수 전쟁
현상금 사냥꾼인 딘 자린(페드로 파스칼 분)과 그의 파트너 그로구는 신공화국의 장교 워드 대령(시고니 위버 분)으로부터 비밀 임무를 제안받고, 우주를 넘나드는 위험한 여정에 오른다. 누구의 도움도 기대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딘 자린은 그로구가 스스로를 지킬 수 있도록 훈련하고, 그로구는 딘 자린과 점점 호흡을 맞춰간다. 전쟁을 막기 위한 은밀한 작전을 이어가던 중 둘은 예측하지 못한 위기에 휘말린다.
‘만달로리안과 그로구’는 ‘스타워즈’ 시리즈의 세계관을 공유하면서도, 그 시리즈의 무게에 짓눌리지 않는다. 새롭기 위해 애쓰지 않기에 오히려 신선하고, 힘을 빼고 있기에 오히려 재미있다. 영화의 핵심 서사는 부성애다. ‘스타워즈’가 루크 스카이워크와 다스 베이더를 통해 수십 년간 탐구해 온 아버지와 아들 사이의 비극을, 이 영화는 전혀 다른 결로 다시 건드린다.
딘과 그로구는 생물학적 연결고리도 없고 같은 종족도 아니지만, 누가 봐도 아버지와 아들 같은 존재다. 딘은 그로구를 위해 기꺼이 악당에 맞서 싸우고, 그로구는 딘을 살리기 위해 위험을 무릅쓴다. 이 영화는 영웅의 이야기가 아니라, 서로를 아끼는 유사 가족이 괴수와 맞서는 이야기다.
‘만달로리안과 그로구’는 아이맥스용으로 촬영됐다. 이는 단순한 스펙터클을 위한 선택이 아니다. OTT가 극장의 자리를 급격히 잠식해 온 시대에, 여전히 극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이야기와 감각이 있다는 것을 이 영화는 스스로 증명하려 한다. 광활한 설원, 뒤틀린 정글, 화려한 야경, 은하계 전쟁 에 이르는 모든 장면이 극장만이 줄 수 있는 꽉 찬 밀도로 화면을 채운다.
서사의 무게도 한결 가볍다. 우주의 존폐를 걸고 싸우는 거대한 전쟁 대신, 이 영화는 딘과 그로구,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캐릭터와 나누는 감정에 집중한다. 선과 악의 대결은 단순하고, 괴수와 맞서는 액션은 직선적이다. 누군가에게는 결핍처럼 보일 수 있는 이 소소한 감정적 교류가, 오랜 스타워즈 팬들이 그리워하던 캐릭터 사이의 관계를 되살린 것처럼 흥미롭게 다가온다.


오래된 이야기의 추억
극장은 어쩌면 관객의 뇌와 영화를 하나의 세계관으로 이어주는 공간이 아닐까. ‘만달로리안과 그로구’는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 이후 7년 만에 찾아온 스타워즈 극장판이다. 그 공백 동안 ‘스타워즈’는 OTT로 이주해 자기만의 세계관을 넓혀가고 있었다. 그렇게 이어져 온 시리즈가 다시 극장으로 돌아온 것은 단순한 포맷의 변화가 아니라, 관객의 추억을 소환하는 일이기도 하다. 아기의 모습이지만 분명 요다를 닮은 그로구는 오랜 팬들에게 단순한 재회 이상의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그동안 ‘스타워즈’ 시리즈는 너무 방대해졌다. 기존 시퀄 삼부작(에피소드 7~9)은 스카이워커 가문의 가계도, 제다이와 시스 사이의 관계, 그리고 신화와 철학을 이해해야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는 이야기가 되었다. 묘하게도 세계관이 넓어지고, 속편과 원작 사이의 공백이 촘촘하게 채워질수록 ‘스타워즈’에 대한 관객들의 세계관은 오히려 좁아진 것도 사실이다.
‘만달로리안과 그로구’는 관객들이 ‘스타워즈’에서 보고 싶었던 우주 전쟁으로 시작해서, 이야기를 과감하게 단순화했다. 시리즈를 전혀 모르는 관객도 우주에서 벌어지는 아버지와 아들의 모험으로 쉽게 몰입할 수 있게 진입장벽을 낮췄다. 하지만 기대보다 스케일이 작고 깊이가 얕다는 시리즈 팬의 아쉬움도 이해되는 면이 있다.
시리즈 에피소드를 몇 개 이어 붙여 만든 것처럼 호흡이 끊기는 느낌, TV 시리즈의 극장판이 흔히 보여주는 구조적 한계도 분명히 존재한다. 시리즈 팬에게는 익숙하고 새로운 관객에게도 낯설지 않아야 한다는 이중적 요구 앞에서, 딘 자린과 그로구의 캐릭터가 다소 평이하게 그려지는 점도 아쉽다.
하지만 은하계의 거대 운명에 매몰된 프랜차이즈의 무게를 내려놓고, 따뜻하고 고전적인 버디 무비로 돌아온 이야기는 ‘스타워즈’의 서사를 새롭게 실험하는 시도처럼 보인다. 누군가에게는 프랜차이즈의 수명을 애써 늘인 것처럼 보이겠지만, ‘스타워즈’의 진짜 이야기를 기다려온 관객들에게는 새로운 스타워즈가 시동을 건 것처럼 꽤 반가운 모습이다.
글 최재훈 영화평론가.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졸업. 제37회 영평상 신인평론상 최우수상, 제3회 르몽드 영화평론가상을 수상했다. 저서로 영화에세이집 ‘나는 아팠고, 어른들은 나빴다’가 있다.
[OST] 음악감독 루트비히 괴란손 | 월트 디즈니 레코드
‘스타워즈’를 떠올릴 때 음악은 절반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화면을 보지 않아도 존 윌리엄스의 음악은 영화 속 은하계를 우리 내면의 세계로 박제시켜 버린다. 그 웅장함이 ‘스타워즈’의 신화적 무게를 떠받쳐온 기둥이었다면, ‘만달로리안과 그로구’의 음악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그 세계에 접근한다.
아카데미상 수상 작곡가 루트비히 괴란손은 2019년 ‘디즈니+’ 시리즈 첫 시즌부터 ‘만달로리안’만의 음악 언어를 직접 설계했다. 그가 만든 만달로리안 테마는 유튜브에서 2,500만 회 이상 재생되며 독립적인 생명력을 가진 음악이 되었다. 괴란손은 극장판을 위해 106인조 오케스트라와 64인조 합창단과의 작업으로 압도적인 스펙터클을 완벽하게 지원하면서, 캐릭터 간의 미묘하고 깊은 감정선에 밀착된 섬세한 음악을 선보인다.
SET-LIST
01 This is the Way 02 The Mandalorian and Grogu 03 Next Mission 04 The Twins
05 Shakari 06 Hugo Durant’s Snack Shack 07 Rotta 08 The Pit Fight 09 Rotta Chase
10 Tracking Lord Janu 11 Strap In 12 Flying Home to Nevarro 13 Embo 14 We Got to Find Him 15 The Helmet 16 Go Kid 17 Grogu’s World 18 Do We Run? Or Do We Fight?
19 All Weapons Hot 20 Red Jammer 21 Your Turn, Grog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