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작가 김은성

돌아보고, 들여다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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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3년 1월 1일 12:00 오전

끊임없이 우리네 삶의 어제와 오늘을 살피는 변두리 산책자의 시선


▲ 의상협찬 Ermenegildo Zegna

성북동 비탈길에 살고 있는 삼십대 중반의 남자 김은성입니다. 종이로 만든 집에서 나무로 만든 옷을 입고 구름으로 만든 펜을 들고 사는 천생 연극쟁이라고 할까요. 주로 희곡을 써서 돈을 벌고 대학로의 연극친구들과 밤새워 놀기 좋아하며 가난하고 철없는, 그래도 재미있게 살려고 노력하는 풍요로운 청년이라고 하는 것이 좋겠군요. 곰을 닮은 외모에 얼굴이 자주 빨개져 별명은 ‘빨간곰’이랍니다. 군에 입대했던 스물두 살의 겨울, 몰래 가지고 간 포켓판 ‘햄릿’을 야전상의 속에 늘 갖고 다녔던 기억이 납니다. 낡디낡은 ‘햄릿’을 품고 화장실에서 숨죽여 울기도 했죠. 오랜만에 펴본 그 시절 메모에는 ‘햄릿, 너는 내 군생활 동안 번영하여라. 나를 살찌우게 하여라’고 적혀 있더군요. 고전희곡을 읽으며 세상과 삶에 대한 질문 앞에 마주했던 시간들이 저를 지금의 길로 인도했습니다. 그래서 저 역시 앞으로 오래오래 살아남을, 정말로 깊은 희곡을 쓰고 싶습니다. 연극은 ‘사람예술’입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사람을 이야기하는 사람의 예술이죠. 그렇기에 예술가는 시대의 그늘을 향해 일어서는 사람입니다. 더불어 시대의 신음을 듣고 시대의 상처를 보며 아픈, 그러나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는 존재라 믿습니다. 저는 연극평론가 김윤철 선생님을 존경합니다. 특히 이분의 명료하고 단호한 문장을 좋아하지요. 워낙 범접하기 어려운 아우라를 갖고 계셔서 실제로 마주치면 몸이 얼어버릴 만큼 어려운 분인데, 선생님이 ‘한국연극’ 2012년 12월호에 제 이름을 언급하셨어요. “제가 희망적으로 보는 젊은 연극인은 김은성 작가인데, 연극의 메커니즘을 알고 극작을 한다.” 참 기쁘고 좋았습니다. 그리고 정신이 바짝 들었습니다. 올해는 제가 몸담고 있는 극단 달나라 동백꽃의 첫 번째 레퍼토리 공연 ‘달나라연속극’으로
1월을 시작합니다. 늦봄에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에서 정기공연이 예정되어 있고요. 하반기에는 두산아트센터에서 공연을 한 편 올릴 것 같습니다. 2013년에는 세 편의 희곡을 쓰는 게 목표입니다. 신작을 준비하고 공연을 올리는 틈틈이 팟캐스트 방송 ‘희곡을 들려줘!’도 꾸준히 재미있게 만들어갈 예정이니 지켜봐주세요.

김은성은 1977년 전라남도 보성에서 태어났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출과를 졸업했으며 2006년 ‘시동라사’로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됐다. 이후 2007년 ‘죽도록 죽도록’ 2010년 ‘연변엄마’(대산창작기금 수혜) ‘순우삼촌’ 2011년 ‘달나라연속극’ ‘찌질이 신파극’을 발표했다. 2012년에는 ‘로풍찬 유랑극장’ ‘뻘’ ‘목란언니’를 선보이며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같은 해 두산연강예술상 수상 및 두산아트센터 ‘창작자육성 프로그램’ 지원작가로 선정되었으며, 현재 극단 달나라 동백꽃 대표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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