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게 예술은 소통입니다. 언제나 진실한 소통을 갈망하기에 창작에 대한 끊임없는 갈증을 느끼며 살고 있지요. 어린 시절 꿈은 피아니스트였어요. 무대 위에서의 짜릿함을 맛보니 음악 외에 다른 건 보이지 않았죠. 음악에 깊이 빠져들수록 전 ‘스토리텔링’에 관해 고민하게 됐어요. 연주 안에서 저 나름의 이야기적 해석이 있어야 청중과 제대로 소통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런 고민들이 확장되던 시기가 런던에서 왕립음악원 예비학교를 다니던 때였어요. 그래서 자연스레 음악에 대한 장면을 구상하면서 작사·작곡을 하게 됐어요. 이후 피아노 석사과정을 마칠 때까지 차곡차곡 만든 포트폴리오로 뉴욕대학교 뮤지컬 작곡 석사과정을 밟게 됐습니다. 그곳에서 뮤지컬이야말로 저에게 가장 특별한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게 해주는 길임을 확신하게 됐죠. 제가 처음으로 감명 깊게 접한 작품은 ‘웨스트사이드 스토리’였어요. 번스타인의 음악에 혼이 나가고 손드하임 쓴 가사의 매력에 푹 빠졌죠. 뮤지컬에 대해 깊이 배우면서 손드하임의 거의 모든 작품을 사랑하게 됐어요. 예술가의 길을 생각할 때마다 떠올리는 분이 있어요. 대학생 시절 사사했던 피아니스트 블라도 페를레무테르인데요. 그분은 제가 가장 사랑하는 작곡가 라벨의 마지막 제자셨죠. 당시 90세를 훌쩍 넘긴 나이에도 피아노 앞에만 앉으면 어느 청년보다도 넘치는 에너지로 매일 새로운 곡을 익히고 수백 번 본 악보를 또다시 공부하시던 모습이 생생해요. 지치지 않는 열정과 거장의 참된 모습이 무엇인지 그때 느꼈죠. 저 역시 훗날 젊은이들에게 음악에 대한 끝없는 에너지를 나눠주는 존재가 되고 싶어요. 올해는 주로 창작 작업에 몰두하는 시간으로 채울 계획입니다. 지금은 2월 말 행복나눔재단과 함께 올릴 창작뮤지컬 쇼케이스로 분주한 시간을 보내고 있고요. 음악을 통해 극을 만들어내고, 언어를 통해 음악을 전달하는 시간 속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더 큰 세상을 발견하길 기대합니다.
1981년 서울생인 이나오는 런던 왕립음악원에서 피아노 학사 및 석사를 졸업한 뒤 뉴욕대학교 티시예술대학 뮤지컬 작곡 석사과정을 거쳤으며, BMI 레먼 엥겔 뮤지컬 극장 워크숍에서 뮤지컬 작곡 과정을 수료했다. ‘Alice’(작곡)를 시작으로, 2011년 CJ크리에이티브마인즈 리딩·2012 예그린앙코르 쇼케이스 선정작 ‘중독’(작사·작곡)을 발표했으며, 2010년 창작팩토리 뮤지컬 대본공모 선정·2011 창작팩토리 뮤지컬 쇼케이스 1위를 차지한 ‘콩칠팔 새삼륙’(작사·작곡)을 지난해 무대에 올렸다. 뮤지컬 평론가 원종원은 “극적인 형식을 뚜렷하게 담아내는 동시에 무대에 대한 상상력을 풍부하게 불러일으키는 음악으로 기성 뮤지컬 작곡가와는 차별되는 신선한 면모를 지녔다“라며 이나오를 적극 추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