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념과 가치관이 다른 사람들과 음악을 통해 하나를 이루고, 음악과 오케스트라를 통해 사회 환원을 하는 일은 너무 모호한 개념일까요? 저는 음악으로 세상에 선한 변화를 가져오기를 꿈꾸는 지휘자 아드리엘 김입니다. 지휘를 선택한 건 독일 유학 중 대학 4학년 때였습니다. 그때까지 저는 바이올린을 전공했죠. 바이올린 학도였던 저는 고등학교 때부터 지휘자용 스코어를 사서 읽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교향곡을 즐겨 들었고, 토스카니니나 카라얀의 음반을 구입하려고 시험이 끝나고 음반가게를 여러 곳 헤맨 적도 있었죠. 그렇게 지휘는 제게 운명이자 필연처럼 다가왔던 것 같습니다. 많은 선생님과 친구들이 추천했거든요. 졸업 한 학기를 앞두고 돌연 전공을 바꾸게 되었죠. 지금도 가끔 사람들은 물어봐요. 바이올린을 배운 것이 아깝지 않느냐고요. 전혀요! 한 악기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것은 지휘자로서 ‘득’이지 ‘실’은 아니거든요. 저는 혼자 있는 것보다 사람 만나기를 좋아합니다. 장르를 불문하고 사람들과 대화하면 에너지를 얻게 됩니다. 그리고 전 무엇을 잘 잃어버립니다. 연주가 끝나면 지휘봉도 자주 대기실에 놓고 다닐 정도예요. 그러나 신은 저에게 ‘괜찮은 집중력’을 주셨죠. 음악이나 인간에게 갖는 무한한 집중력 말입니다. 도이치 라디오 필 객원 지휘자로 참여했던 공연을 끝냈을 때 한 단원이 다가와 말했어요. “너의 지휘가 솔직히 환상적이라고까지는 할 수 없지만 그 정도면 훌륭했고, 너랑 같이 하는 게 참 즐거웠다”라고요. 정말 커다란 칭찬이었죠. 전 예술가는 스스로도 설 줄 알아야 하지만, 같이 걸을 수 있는 조력자가 있어야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거든요. 졸업 후에 느낀 것도 같은 바였죠. 지휘과를 졸업하고나면 누군가 저를 지휘자로 불러주리라고 생각했으나 도전이 없는 무기력 가운데에서는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죠. 도이치 라디오 필과 지속적인 작업으로 한 해를 보낼 예정입니다. 특히 탐페레 필하모닉의 정기연주회에 진은숙 선생님의 곡을 연주할 일정이 기다려지네요.
아드리엘 김은 1978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빈 국립음대에서 바이올린과 지휘를 복수 전공해 각각 석사학위를 받았고, 재학 중 빈 슐로스 극장에서 모차르트의 ‘가짜 정원사’로 오페라 지휘 데뷔 무대를 가졌다. 2007년 빈 방송교향악단 지휘, 빈 아카데믹 솔로이스츠의 음악감독을 역임하며 클래식 초보자를 위한 프로그램을 구성해 클래식계에 새바람을 불러일으켰다. 같은 해 프란코 카푸아나 유럽 오케스트라 지휘자 콩쿠르에 파이널리스트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으며, 2009년 핀란드 바사에서 열린 요르마 파눌라 콩쿠르에서 3위를 수상하고, 2012년 11월부터 도이치 라디오 필 자르브뤼켄 카이저슬라우테른의 부지휘자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