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29주년 다시 만난 세계 1993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3년 4월 1일 12:00 오전

백혈병 극복한 테너 호세 카레라스 “죽음의 순간까지도 음악이 그리웠습니다.” 파바로티·도밍고 등과 함께 세계 정상을 지키고 있는 테너 호세 카레라스가 내한하며 말했다. 그는 불치의 병인 백혈병을 극복하고 재기에 성공한 이래 가장 돋보이는 연주 활동을 펼치며 많은 이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불어넣어주고 있다.
‘빅 스리 테너’ 철저비교 ‘음악성은 백중지세, 여성 인기는 역시 카레라스와 도밍고!’ 세계성악계를 이끌어 가는 삼두마차로 일컬어지는 카레라스·도밍고·파바로티,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은 세인들에게 호기심의 대상이다. 그들의 취미생활과 출생·학력·수상경력·가족관계·레코딩·특이한 버릇·특이한 병력·패션감각·키·몸무게·여성편력까지 비교 분석했다. 당시 카레라스의 몸무게는 73킬로그램, 파바로티는 무려 158킬로그램이다.
‘신성한’ 클래식 거부, ‘신선한’ 음악 추구하는 악동 나이절 케네디 “연미복과 흰 타이와 뻣뻣한 셔츠를 증오합니다. 편안한 기분이 들고, 클럽에서 연주할 때 입을 수도 있는 옷을 입은 채 연주하고 싶습니다. 관례적이고 형식적인 것을 무시하고 음악 자체에 빠져들고 싶기 때문입니다. 청중들이 음악에 열중하길 바라며, 음악가에 열중하길 바라지 않습니다.” 클래식 음악의 형식주의에 대한 반역자(?) 케네디의 특별 인터뷰.
재중교포 작곡가 김정평 그는 ‘선구자’의 아들로 태어났다. 민족을 사랑하는 마음이 유달리 뜨거운 것은 일제시대 선구자들이 가졌던 순수한 열정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것, 그래서인가. 눈물로 쓰인 교향곡 ‘한국’은 그처럼 맹목적인 조국애가, 캔버스 위에 그려진 유화처럼 끈끈하게 배어 있는 음악적 초상이다.
빈 필 지휘한 오자와 세이지 ‘광란의 지휘봉, ‘멍청이’의 사무친 외침’. 오자와가 연주한 4월 4일은 일요일이었다. 날씨도 참 화사했다. 오자와의 인기는 음악의 도시 빈에서도 대단했다. 1935년생이니까 우리네 나이로 치면 내일 모레가 환갑이다. 그러나 그의 음악에서는 아직도 젊음의 정열이 숨 쉬고 있었다. 당신의 음악에서 절대적인 원칙이 있다면? “아름다움이지요!” 그가 대답했다.
예술과 외설, 피나 바우슈 도쿄 공연 피나 바우슈의 도쿄 무대(신주쿠 문화회관, 4월 18~25일)는 ‘1980년 피나 바우슈의 세계(초연 1980년)’ ‘산 위에서의 절규’ 두 작품이었다. 그의 춤의 특징은 춤이라기보다 연극적 상황 전개 – 수프를 떠 먹으며 한 남자가 등장하는 풀밭에서 여러 가지 사건이 벌어지는 – 이다. 소요 시간 70퍼센트를 점하는 1부의 이야기는 피나가 존경했던 파트너 로르프를 잃은 뒤 실의에 빠져 있다가 착상을 얻은 ‘실상과 허상의 드라마’ ‘신체의 필드 워크’ 다웠다.
네덜란드, 윤이상음악과 만난 현대춤 어쩌면 현대음악에 대한 몰이해를 깨기 위해 세워졌을 것 같은 이 극장에서 현대음악의 거목 윤이상에게 경의가 표해지고, 그가 긴 세월 착잡한 심경으로 바라보고 있었을 조국, 거기서 온 무용가가 그를 위해 섰다. 그와 조국 사이의 기나긴 침묵과 불협화음도 이제 얼음 깨지듯 깨져버릴 것 같지 않은가. 그의 ‘현대’ 음악에서는 지금도 거문고 소리가 들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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