랑랑 DG 데뷔 헬렌 황·윤디 리 등과 함께 차이니스 영 파워의 핵심으로 떠오른 랑랑. 그의 올해 가장 큰 뉴스는 도이치 그라모폰과의 전속 계약이다. 음반업도 어디까지나 장사이고, 그런 면에서 17억 중국인들의 시장에 유리하게 작용할 중국인 음악가와의 만남은 은근한 부러움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아시안으로, 또 어린 나이에 대성이 어려운 피아노 분야에서 메이저 음반사의 ‘정중앙’ 자리를 차지한 랑랑이 자랑스럽게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그의 첫 번째 결과물은 자신이 매치시켰다고 하는 차이콥스키와 멘델스존의 피아노 협주곡이다. 바렌보임/시카고 심포니와 함께 작업한 이번 새 음반은 그가 본격적으로 ‘큰물’에 뛰어들었다는 첫 번째 큰 발자국이 되었다.
안나 네트렙코 DG 데뷔 2002/2003시즌 도이치 그라모폰과의 계약에 성공한 안나 네트렙코가 연이어 빈 국립 오페라에서 비올레타를 부른 것은 본격적인 전성기가 도래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 됐다. 7월 20일 뮌헨 바이에른 슈타츠오퍼에서 비올레타를 노래한 그녀는 디 차이트 함부르크와 도이치 차이퉁으로부터 격찬을 받았다. 데뷔반에 담긴 ‘무제타의 왈츠’ ‘보석의 노래’ ‘마농’ 3막의 ‘나는 군주처럼 모든 거리를 떠돌며’ 등을 들었을 때 네트렙코에게 시급한 과제는 내면에서 솟아나는 카리스마임을 많은 이들이 지적했다. 도이치 그라모폰이 네트렙코를 선택하는 모험을 감행한 것은 경쟁사인 EMI의 안젤라 게오르규를 의식한 것임에 틀림없을 텐데, 네트렙코의 아름다움은 게오르규에 견줄 수 있지만 그녀의 카리스마는 현재로선 게오르규에게 압도당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솔직한 인상이다.
엘렌 그뤼모 DG 데뷔 늑대를 애완동물처럼 기르고 있다고 이야기해 화제를 모았던 앨렌 그리모가 도이치 그라모폰과 계약 후 처음 내놓은 음반은 ‘크레도’다. 베토벤 ‘합창 환상곡’을 중심 아이디어로 하여 이와 흡사한 형태의 편성(피아노·오케스트라·혼성 합창과 독창)을 위한 아르보 패르트의 ‘크레도’가 쌍둥이처럼 실렸다. 여기에 존 코릴리아노의 ‘반복 저음에 의한 환상곡’ ‘템페스트’가 커플링 되었다. 그리모는 앨범의 콘셉트를 두고 매우 운명적이고 계시적으로 이뤄졌다고 말했다. 원래는 베토벤의 ‘합창 환상곡’과 협주곡 4번을 담으려는 계획이었는데 창의력의 본능에 이끌려 그것이 인도하는 데로 움직인 결과 저절로 찾아진 작품들이 담겼다는 것. 이 역시 그리모다운 착상이 아닐 수 없다.
프랑코 코렐리 10월 30일 타계 지난 8월 말 82세의 테너 프랑코 코렐리가 심장 발작 증세로 밀라노 한 병원에 입원 중이며 매우 위중한 상태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 2002년 밀라노의 한 시상식에서 기립 박수를 받았다는 소식에 그의 건재를 믿고 싶었던 코렐리 팬들은 우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그는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한창이던 시절을 떠올려보면 코렐리는 자신의 부족함을 고민하고 또 발전시키고자 끝없이 노력한 가수였다. “수면 중에도 노래를 부릅니다. 꿈에 음표가 보이는 거예요. 나는 언제나 스스로를 향상시키고자 정진하기 때문에 절대 편안히 쉬지 않습니다. 만일 내게 완전히 자유로운 석 달간의 휴가가 주어진다면, 오로지 성악 테크닉을 향상시키는 데 쓸 겁니다.” 애통하여라! 프랑코의 죽음을 맞는 기분이 당연히 애통하거니와, 이로써 열정적 테너의 시대가 종언을 고하는 것인가 하는 불안한 마음에서 오는 안타까움을 주체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