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부터 아르모니아 문디에서 진행 중인 슈베르트 에디션 시리즈는 괴르네 예술의 정수라 할 것이다. 슈베르트 리트의 절반 정도는 밝고 순진한 정서를 담고 있으므로 괴르네의 신중하고 내성적인 성향과는 어울리지 않을 듯 보이는데도 늘 만족스런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은 불가사의에 가깝다. 괴르네의 에디션은 피아니스트 그레이엄 존슨이 주도한 하이페리온의 슈베르트 에디션과 반대로 가수가 중심에 있는 것이어서 3집과 6집의 크리스토프 에셴바흐를 제외하곤 매번 반주자가 바뀌고 있는데, 이번 제7집에는 안드레아스 헤플리거가 파트너다. 헤플리거라니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름 아닌가? 그렇다. 안드레아스 헤플리거는 독일계 스위스 테너로 일세를 풍미한, 특히 종교음악과 모차르트 테너로 유명했던 에른스트 헤플리거의 아들이다. 에른스트 헤플리거는 슈베르트와 슈만의 리트도 잘 불렀는데, 특히 환갑을 넘긴 나이에 슈베르트 당대의 포르테피아노와 함께 녹음한 ‘아름다운 물방앗간 아가씨’는 나이를 의심케 만드는 미성과 고결한 해석에 필자가 늘 감탄하며 듣던 애청반이다. 그 아들이 지금 괴르네 곁의 피아노 의자에 앉아있는 것이니, 이전의 괴르네 음반보다도 훨씬 관심이 간다. 소프라노 로테 레만이 잘 불렀던 ‘저녁노을 속에’가 첫 곡이다. 괴르네의 독특한 어감, 즉 어눌하게 들리기도 하는 모호한 딕션이 느리고 엄숙한 템포, 그리고 종교적인 감동과 잘 어우러진다. 이어지는 ‘방랑자’는 일반적인 D489가 아닌 D493의 다른 악보를 사용했는데, 특히 헤플리거의 두터운 화성 처리와 민감한 템포 조율이 탄식을 거듭하는 나그네의 발길을 어둡게 잘 표현했다. 슈베르트의 친구 마이어호퍼의 시에 의한 ‘밤에 피는 제비꽃’은 끝내 투신자살로 삶을 마친 마이어호퍼의 우울증이 괴르네 특유의 깊고 어두운 해석과 일체감을 이룬다. 피아노로 연주되는 후주의 깊은 맛은 실로 일품이다. 슈베르트가 정식으로 출판한 첫 곡이었던 ‘마왕’은 이 음반의 타이틀곡이다. 화자ㆍ아버지ㆍ어린 아들ㆍ악마의 네 목소리가 한 가수의 입에서 흘러나와야 하는 곡인데, 괴르네는 네 등장인물의 소리 특징을 두드러지게 구별시키는 쪽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시간이 흐르면서 강박적으로 고조되는 전체적인 분위기에 포인트를 맞추고 있다. 급박하게 펼쳐지는 전개는 일품이지만 네 캐릭터가 충분한 대조를 보이지 못했다는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송어’도 관심의 대상이다. 그 청명한 분위기와 약동하는 움직임을 과연 괴르네가 살릴 수 있을까? 이번엔 다시 헤플리거의 빼어난 반주가 빛을 발했다. 약간 피아노 음량을 줄인 가운데 관찰자에 해당하는 가수의 음성을 부각시켰는데, 괴르네는 기대 이상으로 물속에서 송어가 꿈틀거리는 기운을 잘 살렸다. 사냥꾼이 송어를 낚아 올리자 관찰자가 흥분하는 순간은 노래보다 헤플리거의 절묘한 피아노가 더 생생하게 잡아냈다. 슈베르트 후기의 가곡 중에서 젊음의 활력이 가장 잘 살아있는 예에 속하는 ‘어부의 노래’에서는 슈베르트의 해석자로 완성의 경지에 이른 괴르네를 확인할 수 있다. 예전에는 입안에서 우물거리듯 가사를 읊는 바람에 맑고 명징한 곡에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이었는데, 지금은 그런 면이 사라진 것이다. 부드러우면서도 강건한 표현력이 시어의 뉘앙스를 적절하게 엮어낸다.
글 유형종(음악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