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두 음반에는 고음악 연주자 홉킨슨 스미스가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당대의 탄현 악기 음색으로 재현하기 위해 무려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쏟아낸 고심의 흔적이 담겨 있다. 그는 일찍이 1980년에 바흐 스스로 류트 모음곡의 일부(BWV995)로 편곡한 첼로 모음곡 5번을 녹음했고, 이후 그 앞뒤의 4번과 6번을 직접 류트곡으로 편곡하여 녹음했다. 결국 1992년 첼로 모음곡 4ㆍ5ㆍ6번 세 곡을 묶어 한 장의 CD로 발표하는 데까지 꼬박 10여 년이 걸린 셈이다. 이 음반이 호평을 받으면서 나머지 1ㆍ2ㆍ3번의 편곡 연주를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지만 스미스는 이 편곡 작업을 완성하기 위해 다시 10년의 세월을 기다렸다. 이번에는 악기도 류트가 아닌 좀더 저음역의 중량감 있는 소리를 내는 테오르보를 썼다. 마침내 2012년 테오르보를 위한 첼로 모음곡 1ㆍ2ㆍ3번 편곡 음반이 나오면서 이를 기념하여 재발매된 4ㆍ5ㆍ6번 류트 편곡 음반과 함께 홉킨슨 스미스의 기나긴 바흐 첼로 모음곡 편곡 작업의 여정이 극적으로 마무리 된 것이다.
스미스는 고음악 연주자이자 음악학자로서 발휘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상상력을 이 여섯 곡의 모음곡을 편곡하는 데 쏟아부은 듯하다. 고음악 연주에서 악보는 원전의 엄밀함을 추구하는 근거이자 상상력을 촉발하는 매체이기도 하다. 이 두 음반을 관통하는 고음악적 상상력은 바흐 자신의 류트 편곡 악보인 BWV995(첼리스트 파블로 카잘스가 발견한 첼로 모음곡 악보조차 필사본이었던 반면 이 곡은 바흐의 자필 악보로 남아있다)에서 출발한다. 스미스는 G단조로 되어 있는 이 류트 편곡 악보를 과감하게 한 음 높여 A단조로 조옮김하여 연주했는데, 여기에는 바흐가 류트를 연주할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악기 자체에 대해서도 잘 몰랐다는 단정이 전제되어 있다. 원래의 G단조로 연주할 경우 류트 음역에서 벗어난 낮은 G음을 쓸 수 없게 되고 부득이 이 음을 한 옥타브 높여 연주할 경우 페달 포인트 등 악곡의 흐름을 살릴 수 없게 된다. 스미스는 이 곡의 필사본 타블라추어 악보 등을 참고하여 당대의 연주 관습을 최대한 살리고자 했고, 이러한 노력이 나머지 첼로 모음곡의 편곡 작업에도 그대로 관철되었다. 모음곡 1ㆍ2ㆍ3번의 편곡 작업에서 류트 대신 1720년대에 바이스가 창안한 형태의 테오르보(스미스는 이를 ‘독일식 테오르보’라고 부른다)를 쓴 것 또한 음역과 화성을 고려했을 때 이 악기가 바흐 당대의 탄현악기로서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가장 이상적으로 표현해낼 수 있다는 고음악 연구자로서의 판단 때문이었다. 두 음반 모두 편곡과 연주의 탁월함에 대해서 칭찬을 아끼기 어렵다. 기타를 위한 편곡의 몇몇 사례들에서 보이듯 무반주 첼로 모음곡의 탄현 악기 연주는 원곡의 향취나 매력을 온전히 넘어서기 어려웠다. 반면 이 두 음반을 듣는 동안에는 원곡을 떠올리지 않고도 더 풍부해진 화성적 짜임새와 함께 특유의 공명과 음색을 통해 바흐가 살았던 음악적 시공간 속으로 빨려드는 듯한 체험을 할 수 있다. 오래전 스미스가 녹음한 무반주 바이올린 파르티타 2번의 샤콘에 대해서 앞으로도 류트를 위한 더 나은 편곡이나 연주를 찾을 수 없으리라 단언했던 적이 있다. 무반주 첼로 모음곡의 편곡 연주에 대해서도 같은 평가를 내릴 수 있을 듯하다.
글 최유준(음악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