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우리 음악이 있다

우수 컨텐츠 잡지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3년 7월 1일 12:00 오전


▲ 7월 3~27일
국립극장

시원하게 상위를 드러낸 건장한 청년의 뒤태가 눈에 띈다. 장구채를 든 손이 열기를 뿜어내던 지난해 포스터에 이은 ‘여기 우리 음악이 있다(이하 ‘여우락’)’의 올해 포스터다. 항간에 의하면 뒷모습이 묘연한 뒤태의 주인공은 ‘월드비트 비나리’로 이름을 날린 젊은 국악 단체 ‘들소리’의 단원이라고. 어찌 됐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고, 올해도 어김없이 국악 페스티벌이 열린다. ‘여우락’은 국립극장이 열고 있는 대형 프로젝트로, 2010년에 시작해 올해로 네 번째를 맡는다. “동시대적이며 창의적인 음악 활동”을 하고 있는 음악가들을 이 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며, 국립극장은 세 차례에 걸쳐 라인업을 발표했다. 우리음악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라면 올해는 어떤 젊은 국악이 참여하나 촉각을 세웠을 터, 한 겹 한 겹 벗겨지는 라인업에 김수철, 김정희…, 한영애? 한 번 놀랬다면, 다시 진정하고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이번 ‘여우락’은 ‘협업’이다. 가야금 연주자 황병기·사진작가 배병우·피아니스트이자 이번 여우락의 예술감독 양방언이 여는 오프닝 무대 ‘동양의 풍경’부터가 범상치 않다. 이어서 마련되어 있는 무대는 ‘푸리’. 1990년대 창작국악의 신선한 자극을 일으킨 ‘푸리’의 멤버들. 이번 축제의 음악감독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장재효 감독을 비롯해 지금은 교수들로 활동을 하고 있는 이들은 한때 ‘자룡, 활쏘다’라는 곡으로 국악계에 ‘멘붕’을 일으킨 핵심 멤버다. 이번 무대는 원년 멤버 타악 연주자 민영치와 음악계 이단아 정재일, 한승석, 원일이 모두 푸리 무대를 위해 모였다. 2000년대로 넘어와 국악계에 다시 불어온 새바람은 단연 ‘공명’과 ‘그림’, ‘정가악회’. 이들도 이제는 중년 연주자들이라고 불러야 한다. 10년, 15년이 훌쩍 넘은 시간 동안 그들이 쌓아오고 있는 창작의 영역을 만나볼 수 있는 자리다. 2000년대 후반은 ‘앙상블 시나위’가 떠올랐으니, ‘여우락’에 단연 합류다. 연극 연출가 박근형이 만진 우리음악 무대. ‘앙상블 시나위’의 남자 소리꾼 한 명으로는 부족했던 걸까. 이번 무대는 국립창극단의 민은경과 함께 ‘판소리, 악기를 만나다’를 꾸린다고. 이어서 제대로 된 ‘협업’한 판이 시작되니, 이름 하여 ‘신(神)이 있는 풍경’. 동해안 별신굿의 화랭이 김정희와 피아니스트 임동창, 오스트레일리아의 드러머 사이먼 바커가 만난다. ‘거리굿’을 들고 나서는 화랭이 김정희에 대적하는 사이먼 바커의 리듬을 기대해볼 만하다. 그 밖에도 강은일 해금플러스와 고래야, 김용우와 억스, 김수철과 한영애 등 무더운 7월을 우리 음악으로 후끈하게 데울 모양이다. 양방언 예술감독의 말대로, “마음을 열고, 공기를 주고받는” 여기, 우리 음악을 즐기러 떠나자.

글 정우정 기자(wjj@)

Back to site top
Translat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