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장의 CD로 구성된 이 음반은 카를로 제수알도의 사망 400주년을 기념하여 제작되었다고 한다. 그러니까 제수알도는 무려 4세기 전인 1613년에 죽었지만, 아마도 현재와의 심리적 거리가 가장 큰 폭으로 좁혀진 서양음악사의 인물들 가운데 한 명일 듯하다.
이는 물론 그의 음악을 다양한 방식으로 현재화한 고음악 연주자들에 힘입은 것이지만, 기괴하다 할 만큼의 현대성을 담고 있는 그의 음악 자체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다. 불륜을 저지른 자신의 부인을 살해하고 뒤틀린 인생을 살아간 비범한 개인사와 무관하지 않겠지만 그의 음악에서 나타나는 시대를 앞서간 반음계주의와 불협화음이 그러한 현대성의 본질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녹음 연주를 총지휘한 장 자크 엠은 제수알도 개인의 특별한 삶과 음악에 초점을 맞추는 데 그치지 않고 그가 살았던 시대의 총체적 모습을 드러내는 데까지 욕심을 내고 있다. 제수알도와 동시대의 작곡가이자 연주자였던 아스카니오 마이오네의 카프리치오 기악곡들을 제수알도의 성악곡들과 지그재그 형식으로 배치하는 아이디어를 통해서다.
이렇게 음반은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마이오네의 기악곡들을 새롭게 발굴하고 있는데, 제수알도의 음악 스승 가운데 한 명인 장 드 마크의 젊은 음악 동료이기도 했던 마이오네의 음악은 제수알도의 음악과 모종의 연결점을 보여준다.
첫 번째 CD에서는 제수알도의 모테트가 마이오네의 기악곡들과 번갈아 연주되며, 두 번째 CD에서는 제수알도의 마드리갈(유명한 ‘마드리갈 6권’에서 선곡된)이 역시 마이오네의 기악곡들과 섞인다. 장 자크 엠의 하프시코드 반주가 곁들여지는 콘체르토 소아베의 성악 앙상블도 훌륭하지만, 마이오네의 카프리치오 독주곡들 또한 최고 수준의 시대 연주로 녹음되어 있다.
장 자크 엠은 두 종류의 하프시코드와 포지티브 오르간을 통해, 그리고 마라 갈라시는 17세기 모델의 서로 다른 두 종류의 하프를 통해 400년 전 나폴리 사운드를 재현하고 있다. 두 연주자는 높은 기교를 요하는 다성부 패시지를 능숙하게 처리하면서도 순간순간 작품 속에 담긴 깊은 정념을 자유롭게 끄집어내고 있다.
바로크 류트의 음색을 연상시키는 마라 갈라시의 하프 소리가 특히 인상적이다. 당대의 다양한 기악 사운드와 어우러져 나오는 제수알도의 마드리갈 성악 앙상블 효과 또한 그야말로 백미라 할 수 있다. 음반 부클릿 내지에서 장 자크 엠은 제수알도의 ‘뒤틀림’의 미학을 옹호하며 이렇게 글을 맺는다. “건전한 사회라면 과연 예술이 필요할까?” 이 반어법적 물음만큼 제수알도의 현대성을 잘 나타내주는 말도 없을 듯하다.
글 최유준(음악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