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

섬 위에 재즈를 띄운 사연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3년 11월 1일 12:00 오전

통함을 위한 축제 단상 (2)

“완전히 자리 잡았다.” 올해 10주년을 맞이한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은 축제가 시작되기 전부터 이미 이와 같은 호평을 받고 있었다. 개천절을 사이에 두고 축제 기간을 하루 늘려 개최된 올해, 자라섬에는 나흘간 27만 명이 다녀갔다. 처음에는 재즈 마니아들이 성전을 지키듯 찾아가다가, 곧이어 재즈에 관심 없는 인구들까지 ‘피크닉 차원’에서 너도나도 자라섬으로 흘러들어갔다. 가평군에서 자라섬으로 걸어 들어가는 긴 행렬은 흡사 일상으로부터 피난하려는 ‘재즈 난민’을 떠올렸다. 당연히 자라섬의 시작은 이처럼 안정적이지 않았다. 나무 한 그루 없는 모래 지대였고, 2회 때까지만 해도 가평군에서 부서별로 팀을 나눠서 뗏목을 운행해 아티스트들과 관람객들을 실어 날랐다.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이 탄탄한 콘텐츠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이유, 그것은 사람들을 끌어 모으는 힘이었다.

페스티벌이 가장 먼저 심혈을 기울인 것은 지역 주민을 끌어안는 것이었다. 10년 전 자라섬은 재즈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하나의 작은 섬에 불과했지만, 이제는 가평군 내에 담겨 있는 재즈 문화가 축제에 시너지 효과를 불러일으킨다. 2회 때부터 사단법인 자라섬청소년재즈센터를 설립해 가평군 내에서 음악 교육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군 내에 생긴 밴드 수는 20여 개가 넘는다. 가평군 내에 들어서면 재즈 헤어, 재즈 컴퓨터점 등 음악과 관련 없는 가게들마저 간판에 재즈가 넘쳐 흐르고, 소규모 공연을 올리기에 알맞은 작은 카페들이 곳곳에 들어서 있다. 가평군에서는 페스티벌이 열리는 장소를 끊임없이 확장시켜주었는데, 모래밭이었던 곳에 심은 나무는 점차 커져 녹지를 형성하게 되었고, 네 개의 섬은 모두 공연장으로 쓸 수 있는 곳으로 탈바꿈되었다. 물에 가라앉을까 걱정을 샀던 자라섬은 재즈 페스티벌이 열리지 않는 기간에도 각종 축제에 활용되는 페스티벌 맞춤형 공간이 되었다. 올해 5월에는 자라섬 리듬 앤 바비큐 페스티벌이 제1회를 맞이했고, 자라섬은 근 시일 내 민원 때문에 서울에서는 개최하기 어려운 각종 페스티벌들을 흡수하는 장소로 상시 운영될 예정이다.

“페스티벌의 모토는 자연, 가족, 휴식, 그리고 음악”이라고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의 계명국 사무국장은 밝혔다. 대중을 흡수하는 축제가 된 비법은 음악을 가장 마지막에 두는 이 모토 안에 들어있다는 설명이다. 자연 속에서 맛있는 것도 먹고 휴식을 취하는 데 음악이 더해져서 분위기를 돋우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음악적 내용으로 페스티벌을 한정짓기 시작하면 호불호가 생긴다”라는 것이다. 그는 2만 명밖에 되지 않는 재즈 학도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기반으로 하고, 나머지는 ‘재즈가 주는 아우라’를 즐기기 위한 층을 흡수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은 알고 있는 아티스트 하나 없이 들으러 온 후 좋은 연주를 듣고 배워가는 축제를 표방한다. 클래식 음악이나 재즈와 같이 ‘어렵다’는 선입견을 가진 장르의 경우, 사람들이 좋아할 법한 아티스트를 내세워 관객을 끌어들이는 것보다 사람들이 싫어할 만한 요소를 제거하여 벽을 허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에서는 재즈라는 카테고리에 속할 수 있는 연주자들만 무대에 올린다는 고집이 있다. 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재즈라는 카테고리는 열려 있다는 것이다. 계명국 사무국장은 “어디까지가 재즈고, 월드뮤직이며, 클래식 음악인지의 구분은 우습다. 무대에 오르는 재즈는 에스닉한 것, 펑키한 것, 사이키델릭한 것, 클래식한 재즈 모든 것이 포함되어 있다”라고 설명했다. 올해 페스티벌에는 거장 시리즈를 통해 압둘라 이브라힘·스티브 갯 밴드·미로슬라프 비토우시·케니 배런 트리오 등이 무대에 올랐으며, 월드 디바 시리즈로 나윤선·마들렌 페루·안나 마리아 요페크 등이, 스웨덴 음악을 조명하는 스웨덴 포커스에서는 랄스 다니엘손·울프 바케니우스·야콥 칼손 등이 프로그램을 채워 재즈 마니아들을 찾게 했다. 한편으로는 일렉트로 어쿠스틱 스타일의 퓨전 재즈를 선보이는 에리크 트뤼파즈 콰르텟, 탱고 음악을 뿌리로 둔 누에보 탕고 엔삼블레, 베이시스트 이철훈과 가리온의 MC 메타가 함께 한 재즈합 등 여러 장르를 융합한 무대가 올라 재즈라는 장르 안에 숨겨진 폭넓은 스펙트럼을 짐작케 했다.

글 김여항 객원기자 사진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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