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두아르트 멜쿠스 아르히프 레코딩 전집

빈 정통의 바이올린 연주법을 증명하다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3년 11월 1일 12:00 오전

21세기 글로벌 시대에 접어들면서 음악가들의 교류도 활발해졌다. 음악가들도 여러 나라 음악가들에게서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게 됐지만, 이에 따라 나라나 악파에 따른 음악적 개성은 점차 희미해지고 있다. 이런 시대에 오스트리아 정통 바이올린 연주법을 계승한 바이올리니스트 에두아르트 멜쿠스의 주옥같은 연주가 총 20장의 음반으로 발매된 것은 무척 반가운 일이다. 오스트리아 빈의 유명한 음악 가문 헬메스베르거의 바이올린 연주법을 이어받은 멜쿠스의 바이올린 연주는 음악의 도시 빈의 바이올린 연주란 어떤 것인지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독일 바이올린 악파의 엄격함을 보여주면서도 감각적이고 생기 넘치는 그의 바이올린 톤은 빈 특유의 향기를 전한다.
일찍이 헬메스베르거 가문을 비롯한 빈의 바이올리니스트들은 독일계 바이올리니스트들의 고전적인 전통을 이어받았으면서도 마사르와 크로이처 등 프랑스 악파의 대가들로부터 바이올린 주법을 전수 받아 우아하고 섬세한 특징을 보여주는데, 멜쿠스의 바이올린 연주는 독일의 엄격함과 프랑스의 우아함을 모두 겸비하고 있다. 헬메스베르거의 전통을 이은 모라베츠 교수 문하에서 바이올린 연주법을 익힌 멜쿠스는 악보에 얽매이지 않고 다채로운 장식음이나 자유분방한 표현력을 살린 연주로 바흐와 헨델을 비롯한 바로크 음악에 향기를 불어넣는다. 진부하게 연주되기 쉬운 바흐의 바이올린과 클라비어를 위한 소나타에서도 멜쿠스의 단아하면서도 생동감 넘치는 연주는 우리 감성에 호소한다. 한 음 한 음을 노래하듯 공명시키면서 아름다운 비브라토를 선보이는 그의 연주법은 고악기 연주에 익숙한 음악 애호가들에겐 다소 구식으로 들릴지도 모르지만, 사실 이것이야말로 빈의 음악가들이 좋아했던 감각적이고 섬세한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연주라 할 만하다. 바흐 소나타를 함께 연주한 하프시코드 연주자 위게트 드레퓌스의 생기 넘치는 연주 덕분에 바흐의 소나타는 특히 이번 시리즈에서 빛나며, 빠르지 않은 비브라토와 충실하면서도 무겁지 않은 톤으로 표현된 헨델의 바이올린 소나타도 주목할 만하다.
무엇보다 이번 시리즈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작품은 역시 비버의 ‘로사리오 소나타’라 하겠다. 가톨릭 교회에서 성모 마리아께 바치는 묵주의 기도를 주제로 하는 이 작품에서 비버는 바이올린의 조율법을 바꾼 변칙 조율을 과감하게 사용해 예수의 탄생과 수난, 부활과 승천에 이르는 여정을 드라마틱하게 표현했다. 멜쿠스는 이 작품에서만큼은 때에 따라 톤을 더욱 무겁고 충실하게 표현하는 한편, 극적인 효과를 위해 과감한 표현을 서슴지 않는다. ‘수태고지’에서 ‘성모대관’에 이르는 각 소나타별 의미를 생각하며 멜쿠스의 연주를 듣는다면 아마도 이 소나타가 오페라처럼 느껴질지도 모른다. ‘무덤’이란 부제가 붙어 있는 르클레르의 소나타에서도 극음악을 방불케 하는 멜쿠스의 표현력은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바흐와 헨델의 곡에선 그토록 우아하고 섬세한 그의 바이올린이 작품의 성격에 따라 변신하는 모습이 매우 놀랍다. 전통적인 오스트리아 빈 악파의 우아한 연주법을 이어받았으면서도 때로는 대담한 표현을 서슴지 않는 멜쿠스의 바이올린 연주는 특히 이 시대 바이올리니스트들에게 큰 영감을 전하리라 믿는다.

글 최은규(음악 칼럼니스트)


▲ 에두아르트 멜쿠스(바이올린)/위게트 드레퓌스(하프시코드)/카펠레 아카데미아 빈 외
Archiv DG 4005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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