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수아 살크와 뱅상 페라니의 탱고 작품집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3년 11월 1일 12:00 오전


▲ 프랑수아 살크(첼로)/뱅상 페라니(아코디언)/토마스 구비치(기타)
Zig-Zag Territoires ZZT 322 (DDD) ★★★★★

탱고는 점액질의 언어다. 끈끈하고, 찐득한 탄성을 지닌 탁한 농도의 음악이다. 긴장과 이완의 공간을 순간 이동하는 격정의 노래다. 표면 위에서 상쾌하게 유영하는 것이 아니라 저류에서 흐느적대며 풀어지는 비밀의 문학이다. 투명한 물에 잉크가 번지며 그려내는, 오묘한 실루엣과도 같다. 첼로와 아코디언이 부딪치고 위무하는 소리의 충돌과 조화는 탱고가 지닌 점액질의 탄성, 관능과 격정, 그리고 신비스러움을 표현하기에 훌륭한 재료가 되어준다. 야노스 스타커와 폴 토르틀리에를 사사하고 에리크 르 사주의 슈만 실내악 프로젝트를 통해 명성을 쌓아왔던 첼리스트 프랑수아 살크. 우리에겐 재즈 보컬리스트 나윤선과의 협연,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의 참가로 친숙한 아코디언 연주자 뱅상 페라니. 첼로-아코디언 듀오가 엮어내는 탱고를 위한 헌시는 이제껏 들어보지 못한 새롭고 감각적인 색채감으로 탱고의 드라마틱한 감흥을 피어낸다. 2011년에 발표한 전작 ‘EST’에서도 살크-페라니 듀오는 헝가리·루마니아의 동유럽 민속 음악과 클래식 음악을 창의적으로 재해석한 바 있다. 전작에서 누렸던 신선함은 새 앨범 곳곳에 박혀 있는 완결성에 결코 비할 바가 되지 못한다. 둘은 밀어를 주고받듯 철저히 대화의 관점에 몰입한다. 스타카토-레가토 라인의 절묘한 혼합, 숨 막히는 템포의 완급, 섬세한 비브라토의 조절을 통해 시종일관 청자의 심장을 옥죈다. 맹렬한 질주로 압박하고 은밀한 이완과 정지로 달래면서 탱고의 격한 감정의 파노라마를 넓게 투사한다. 두 대의 악기만으로 채움과 비움의 공존을 극적으로 살려낸 것이 비결이다. 탱고 음악에 대해 풍부하게 이해하고 철저하게 준비함으로써 짜임새 있는 구조를 지켜낸 것이 해답이다. 두 사람의 내적인 체감이 외화된, 인터플레이의 값진 성과이다. ‘Tanguillo(즉흥)’라는 곡의 부제에서 밝혀지듯, 작곡과 편곡이 닿을 수 없는 순간의 감정과 에너지를 즉흥연주로 감동을 증폭시키고 확산시킨다. 토마스 구비치의 일렉트릭 어쿠스틱 기타가 곁들어진 다섯 개의 모음곡 ‘Suite En 5’는 이들의 음악이 뜻하는 현대적인 화성과 색채감, 오묘한 빛깔의 소리, 탄탄한 구성력에 대한 뚜렷한 예시가 될 것이다. 이들의 화학적 결합을 입체적으로 묘사하고 있는 명징한 사운드도 놓쳐서는 안 될 찬사의 대상이다. 피아솔라의 탱고 고전 네 곡, 페라니의 자작곡 네 곡, 구비치의 자작곡 한 곡이 매끈한 이음새로 붙여져 있다. 오랫동안 곁에 두며 곱씹고 되새길 수 있는 명반을 만나 행복하다.

글 하종욱(음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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