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모차르트 협주곡 신보는 독일의 중견 피아니스트 라르스 포그트와 이번 시즌을 끝으로 프랑크푸르트 방송교향악단을 떠나게 되는 파보 예르비의 취임 초기 기록을 담고 있다. 27번은 2007년, 21번은 2008년에 녹음됐다. 5~6년이나 지난 이 시점에 신보로 튀어나온 만큼 뭔가 특별한 게 있으리라 기대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잠시 시간을 녹음하던 당시로 돌려보자. 2006년 프랑크푸르트 방송교향악단의 수석지휘자로 취임한 파보 예르비는 전임자인 휴 울프가 시도한 레퍼토리의 다양화와 연주 스타일의 다양화를 더욱 강력하게 밀고 나갈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의 노력 덕분에 프랑크푸르트 방송교향악단은 독일의 여타 방송 오케스트라들과 비교했을 때 눈에 띄는 예술적·상업적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특히 여러 메이저 레이블을 통해 음반을 발매하고 이들 대부분이 비평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은 것은 파보 예르비의 공이 컸다. 이에 퇴임하는 그에게 계관 지휘자라는 칭호를 주기로 한 오케스트라의 결정은 지극히 타당해보인다. 파보 예르비의 빈 고전파 해석은 시대악기 연주 스타일과 현대 오케스트라의 장점을 융합하는 이른바 절충주의에 포함되는데, 그의 절충주의에는 철저하게 계산된 템포의 이완과 정교하게 다듬어진 차가운 음색이라는 특징이 덧붙여져 있다. 그의 베토벤 시리즈의 성공을 견인했던 것도 이런 개성에서 비롯된 것인데, 프랑크푸르트와 연주한 이 모차르트 협주곡에서는 이러한 개성이 지나치게 억제되어 있어 일반적인 현대 오케스트라의 모차르트가 되고 말았다. 별다른 이벤트 없이 전곡에 걸쳐 차분하게 진행되는 오케스트라 반주는 네빌 매리너를 연상시킬 정도로 고전적인 느낌을 전해줄 뿐만 아니라, 시대를 감안하자면 다소 안이한 선택이라는 비판을 받아도 어쩔 수 없을 것이다. 정규 녹음이 아닌 콘서트 녹음이라는 점을 들어 변호하기에도 상업적인 음반으로 나온 마당에서는 적절치 못하다.
별다른 장점을 보여주지 못한 오케스트라에 비한다면 포그트의 피아노는 칭찬할 만한 면모가 여럿 보인다. 모차르트에 적합한 깨끗한 타건과 모자람 없는 선율 처리는 모차르트 연주자로서 포그트의 가장 커다란 장점이다. 하지만 이런 연주 스타일은 포화 상태에 이른 이 장르에 새로운 무언가를 전해주기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문제가 있다. 데뷔 때의 포그트는 작품의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는 독특한 피아니즘을 소유하고 있었다. 낭만파 음악은 고전파처럼, 고전파는 바로크처럼 연주하는 스타일이 바로 그것이다. 만약 포그트가 이런 스타일을 더 강하게 밀고 나가 개성 강한 모차르트를 이런 피아노 음색으로 완성시켰다면 평가는 완전히 달라졌을 것이지만, 경험이 쌓이며 스타일이 유연해진 현재의 포그트는 새로운 것과는 거리가 멀어져버리고 말았다. 젊은 시절 자신의 고전파 해석의 스타일을 유지하면서도 거기에 달관의 느낌까지 불어넣은 마리아 주앙 피르스의 신보(DG)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보다 젊은 세대의 도전을 견뎌내기에 이번 신보는 약해보인다. 방송국 아카이브를 뒤지기보다는 완전히 새롭게 녹음해서 출시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어느 부분에서도 심각한 결점은 찾아볼 수 없는 견실한 연주이지만 그 때문에 범작으로 남은 음반이다.
글 송준규(음악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