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이 함께한 대한민국 공연예술사 30년 1984

세계가 주목하는 연주자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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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4년 3월 1일 12:00 오전

1984
세계가 주목하는 연주자의 하루

1984년 3월 창간호 표지 인물은 플루티스트 알랭 마리옹이었다. 바로 다음 달에 등장한 정경화는 정트리오 표지 1회를 포함해 총 6회 ‘객석’의 얼굴이 되었다. 그녀가 있어 우리는 행복했다

정경화는 지독한 연습광이자 완벽주의자였다. 1984년 4월호 ‘객석’에는 ‘오빠 정명근이 밝히는 경화의 모든 것’이란 글이 실렸다. 연습과 전화 통화에 매달려 사는 세계 최정상의 바이올리니스트. 그 조밀한 일상이 모여 오늘의 역사가 되었겠지만, 그럼에도 읽는 이마저 버겁게 하는 나날들이었다.
“내 동생 경화의 하루는 아침 7시 30분에 일어나는 것으로 시작된다. 아침식사로는 주로 주스와 샐러드를 즐긴다. 간단한 아침식사가 끝나면 경화는 곧바로 자기 방으로 들어가 세 시간 반 정도 오전 연습을 한다. 평상시에는 하루 평균 네 시간 정도 연습을 하나 중요한 음악회나 새로운 곡을 공부할 때는 하루의 전부를 연습으로 보낸다. 오전 세 시간 반의 연습이 끝나면 점심을 먹고 다시 네 시간, 그리고 저녁 식사 후에 한 시간 반 정도 연습을 한다. 특히 레코딩을 할 때는 몇 달 전부터 그렇게 준비한다. 연습도 거의 신들린 것처럼 집중적으로 한다. 연습 시간 틈틈이 경화는 또 전화 거는 일로 많은 시간을 보낸다. 서로 먼 거리에 떨어져 있는 다른 아티스트들과 전화 통화로 친목을 유지하고, 고독을 달랜다.”
정경화가 커리어를 시작했던 1970년대, 작은 동양인 여성 솔리스트의 든든한 버팀목은 연습과 자기 관리에 미쳐 있는, 오직 그 스스로뿐이었을지 모른다. 정경화의 매력적인 외모는 오히려 그녀의 내실이 더욱 완벽해야만 했던 이유로 작용했다.
“1970년에 프레빈이 지휘하는 런던 심포니와 협연했을 때, 오케스트라 단원 100명이 다 남자였어요. 44킬로그램밖에 안 되는 여자애가 미니스커트 탁 입고 그 앞에 서니까 난리법석이 났지. 동시에 얕잡아보는 사람들도 있었을 테고요. 그때 나는 strong(강한)보다 tough(굳센)에 가까운 여자였죠.”
완벽에 대한 가혹한 집착은 사그라졌을지언정, 연습에 임하는 자세는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다. 정경화는 각 음이 지닌 뜻을 잡기 위해 끝도 없는 시간을 보낸다. 그런 그녀의 연주를 5년간 들을 수 없던 시절이 있었다. 2005년, 마린스키 오케스트라와의 협연 직전에 갑작스레 찾아온 손가락 통증으로 그녀는 연주 활동을 중단해야 했다. 그로부터 5년이 흐른 2010년,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을 통해 다시 무대에 선 정경화는 2011년 여름 대관령국제음악제에서 프랑크 소나타를 선보였고, 같은 해 12월 리사이틀도 열었다.
“다시 리사이틀 무대에 선 내 모습을 보고 어떤 사람들은 평생 해온 일이니까 으레 그렇게 돌아오는구나라고 생각했을 거예요. 하지만 그 과정은 나만 알죠. 지금도 여전히, 끊어진 신경을 다시 하나하나 완벽하게 나 자신에게 이어가고 있는 중이에요.”
복귀 이후 연주를 거듭할수록 점점 만족해가는지를 묻자 정경화는 이렇게 답했다.
“그냥 나는 행복했어요.”

그해의 화제와 인물
초대 발행인 최원영이 3월 2일 ‘객석’ 창간호를 발행했다. 세계 정상급 예술가들의 축하 메시지와 함께 윤이상의 음악세계에 대한 특집 기사와 국내 피아노 교육의 문제점 등의 소식을 실었다.


▲ 한국 최초의 민간 발레단인 유니버설발레단이 8월 창단 공연으로 ‘신데렐라’를 선보였다.


▲ 카라얀과 베를린 필이 10월 세종문화회관에서 내한 공연을 가졌다.


▲ 창작오페라 개발 작업의 일환으로 장일남이 작곡하고 김민부가 대본을 쓴 오페라 ‘원효’가 12월 국립극장 대극장에서 13년 만에 재공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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