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이 함께한 대한민국 공연예술사 30년 1988

88서울올림픽으로 폭발한 문화 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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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4년 3월 1일 12:00 오전

1988
88서울올림픽으로 폭발한 문화 욕구

88서울올림픽문화예술축전을 통해 국내 무대에 오른 해외 예술단체들의 수준 높은 공연은 문화에 대한 국민들의 욕구를 한꺼번에 폭발시켰다

1988년 8월 16일부터 10월 5일까지 51일간 88서울올림픽문화예술축전이 열렸다. 88서울올림픽 개최를 기념하여 올림픽 개막 한 달 전에 시작되어 80여 개국 3만여 명이 참가한 88서울올림픽문화예술축전은 전시 24건, 공연 10건, 경축행사 7건 등 모두 41건의 문화예술 행사로 마련됐으며, ‘건국 이후 최대의 문화잔치’라는 성과를 거뒀다.
경기장에서 펼쳐지는 치열한 메달 경쟁이 아닌, 장외에서 동서양의 문화가 함께 만난 88서울올림픽문화예술축전은 한국 전통문화의 가치를 세계에 널리 알리는 동시에 그간 접할 수 없었던 동구권의 수준 높은 예술 활동을 직접 체험하는 계기가 됐다.
특히 건국 이후 40년 만에 처음으로 공산권의 종주국인 구소련에서 저명한 음악·무용 단체들이 입국해 우리나라는 한때 ‘소련 열풍’에 휩싸였으며, 폴란드·체코·헝가리 등 미수교 동구권 국가들과 이태리·프랑스·일본·브라질의 수준 높은 예술단체들의 공연이 계속돼 문화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최고조에 달했다.
정치적인 이유로 인해 그동안 막혀왔던 동구권과의 교류가 가능해지고 세계 일류의 공연들을 접할 수 있었던 것은 ‘문화올림픽’이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특히 국제연극제가 일찍 개막하면서 문화예술축전의 불씨가 당겨졌는데, 그리스·프랑스·일본의 고전극들과 체코·폴란드·브라질의 현대작품들, 우리나라의 번역·창작극 공연 중에서 특히 그리스 국립극단의 ‘오이디푸스왕’은 연극의 정수를 보여준 작품으로 손꼽혔다. 여기에 볼쇼이발레를 포함한 구소련 발레 스타들의 공연은 올림픽문화예술축전의 하이라이트로 많은 이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88서울올림픽문화예술축전 행사 중 가장 규모가 크고 화려하게 펼쳐진 라 스칼라 오페라의 ‘투란도트’는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오페라단의 국내 첫 공연이라는 점에서 음악 애호가들의 큰 관심을 끌었다. ‘투란도트’는 당시 2만 원부터 12만 원까지의 티켓이 전석 매진되는 기록을 세워 공연 전부터 화제가 됐다. 무대장치와 의상이 콘테이너 10대 분이 넘고 출연 인원이 730명이 되는 물량 공세로 총경비 43억 원이 소요됐는데, 너무 많은 경비로 인해 일각에서는 논란이 일었고, 서민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라는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올림픽 기간 중 세계의 눈과 귀가 우리나라에 집중됐던 만큼 직·간접적으로 우리의 전통문화가 세계 속으로 널리 확산되었다는 점도 고무적인 일로 평가됐다. 기간 중 국악계의 공식적인 행사는 국립국악원 소극장에 마련된 대한민국국악제와 국악큰잔치로, 두 행사의 핵심 주제는 ‘한국의 선비정신을 세계에 보여주자’는 것 이었다. 이로 인해 창경궁 같은 고궁을 무대로 옛 어전에서의 연주를 복원할 계획이었으나 주최 측인 KBS의 사전 준비 부실과 부족한 예산으로 인해 계획이 모두 무산되기도 했다.
88올림픽문화예술축전의 전반적인 운영을 두고 일부에선 주최 측의 계획·운영상의 문제점과 공연 내용에 비해 비싼 관람료로 비판의 소리가 나오기도 했으나 각 공연장을 가득 메운 관람객의 열기에서 느낄 수 있듯이 범국민적인 호응을 받았다.
무엇보다 88서울올림픽문화예술축전은 우리 공연예술계를 되돌아보는 자연스러운 계기가 됐다. 평론가들은 “다른 나라에 비해서 우리에게 부족한 것이 전문 인력”이라는 데에 입을 모았다. 때문에 이를 계기로 공연예술계 종사자들의 교육을 담당할 특수교육기관의 설립도 공연예술계의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사항으로 논의됐다.

그해의 화제와 인물

서울시향의 해외 공연이 스페인·프랑스·스위스·독일·벨기에·룩셈부르크 등 6개국 13개 도시에서 성공적으로 진행됐다. 국내 교향악단으로는 처음으로 해외 연주회에서 연주료를 받았다.

2월 예술의전당 음악당이 개관했다. 금난새/KBS향은 개막연주회에서 베토벤 교향곡 9번을 연주했다. 뒤이어 1990년 한가람미술관·예술자료관, 1993년 오페라하우스가 차례로 개관했다.

5월 서울시립국악관현악단이 같은 세종문화회관 산하 단체에 있는 서울시립교향악단과의 급료체계 차이를 두고 농성을 벌였으나 농성 16일 만에 임금인상에 합의하며 마무리됐다.

윤이상이 7월 도쿄 기자회견에서 휴전선에서의 민족합동 음악축전을 제의했다. 이후 2006년 금강산에서 열린 윤이상기념음악회에서 남북의 음악가들이 모여 그의 뜻을 계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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