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이 함께한 대한민국 공연예술사 30년 1993

세계 오페라의 오늘을 알려준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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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4년 3월 1일 12:00 오전

1993
세계 오페라의 오늘을 알려준 목소리

1990년대 초, 조수미·홍혜경·신영옥 트로이카 덕에 우리는 세계 오페라 무대에 눈뜰 수 있었다. 작고 여린 동양인 가수로서 세계의 높은 벽에 몸을 던진 가수들의 도전정신이 이를 가능케 했다

오페라 공연을 오래 하다 보면 명콤비라 생각되는 상대역 테너가 있을 테지요.
1993년 ‘가면 무도회’에 함께 출연했던 플라시도 도밍고를 꼽고 싶어요. 라틴 계통의 사람들만이 가질 수 있는 강렬한 음색과 음악성, 그리고 수준 높은 연기는 단연 으뜸이지요. 완벽한 아티스트로서 그를 존경하고 있습니다. 또한 인간성도 좋고, 비즈니스 면에서도 탁월한 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그 다음을 들라면 알프레도 크라우스인데, 65세 노인임에도 아직까지 당당하게 무대에 서고 있습니다. 그와는 ‘사랑의 묘약’ ‘루치아’ ‘리골레토’ 등을 함께 공연했고, 내년 6월에도 바르에서 ‘루치아’ 공연이 계약돼 있습니다.
2014년 특히 오페라에서 상대 역 가수와 호흡이 잘 맞으면 정말 노래할 맛이 나는데… 도밍고 이후로는 기억에 남는 가수를 만나지 못한 것 같아요. 그래도 제가 가장 편하게 느꼈던 성악가는 흐보로스톱스키였습니다. 앞으로 의욕과 실력이 있는 젊은 성악가들과 왕성한 교류를 계속하고 싶어요. 그들에게 기회도 주고 또 서로 배우며 성장하기를 기대해봅니다.

음악가마다 추구하는 음악세계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조수미 씨의 경우는 어떻습니까?
1993년 노래하는 그 자체가 삶의 목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나의 기쁨과 행복, 슬픔과 고통을 음악에 투영해 내 것으로 소화한 다음, 음악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나눠 갖겠다는 것이 나의 소박한 꿈입니다.
2014년 음악이 삶의 목적이자 이유라는 점에는 아직 변함이 없지만, 이제는 내 음악과 내 명성이 창출할 수 있는 영향력을 발휘해 사회적으로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그렇게 베풀 수 있는 삶을 영위하기를 바라봅니다. 말이 아닌 실천으로 내가 누군가에게 힘이 될 때 노래하는 행복만큼이나 그 기쁨이 크다는 걸 깨달았어요. 나의 음악활동 못지않게 사회와 국가 그리고 세계에 대한 책임감으로 과거의 경험을 공유할 수 있게 된 것에 늘 감사하고 또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30년 전 조수미는 어떤 사람이었으며, 무엇을 하고 있었습니까?
갓 스무 살 나이에 사랑하는 가족과 보금자리를 떠나 오페라의 본고장으로 떠나왔습니다. 재능과 젊음을 오직 음악에 바쳤던 열정의 시대였습니다. 엄청난 고생과 외로움을 견뎌낸 끝에 일찍이 세계 무대에 설 수 있었습니다. 더불어 많은 경험과 사람을 만났고요. 동양에서 온 작은 성악가에게 생각지도 않은 행운이 시작되려던 조짐이 보인 해였습니다.

지난 30년 음악인생에서 가장 기뻤던 순간과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30세 이전에 세계 5대 오페라극장의 주역으로 발탁되어 데뷔하는 성과를 올렸습니다. 동양인 성악가에 대한 편견을 깨트리고, 재능이 있으면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이 가장 기쁩니다. 늘 자신의 기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규칙적인 생활과 긍정적인 마인드로 살아왔지만, 때로는 예상치 못한 슬픔과 고통의 순간도 겪어야 했습니다. 그런 상황에도 노래를 해야 했던 경험이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아버님의 임종, 가족들과의 오랜 헤어짐, 10년도 넘게 같이한 반려견들의 죽음, 공연을 취소해야만 했던 건강상의 문제들… 그런 아픔들이 음악으로도 위로되지 않을 때가 가장 힘들었던 순간입니다.

그해의 화제와 인물

1993년 1월 잠실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루치아노 파바로티 내한 공연에 1만 2천 명이 넘는 관객이 몰렸다. 그러나 파바로티의 성량은 예전만 못하고 무대 매너도 좋지 않았다. 게다가 암표 가격이 수십만 원까지 치솟는 등 당시 공연에 대한 비난이 빗발쳤다.


▲ 예술의전당이 8년 3개월간의 공사를 마치고 2월 음악당·서예관·미술관·예술자료관, 그리고 오페라극장을 마지막으로 전관을 개관했다. 총 3단계로 진행된 공사에는 한국방송광고공사의 공익자금 1,055억 원이 투입됐다.


▲ 한국예술종합학교가 3월 음악원을 필두로 개원했다. 교수진 15명과 입학생 98명으로 출범한 한국예술종합학교는 연차적으로 연극원·영상원·무용원·미술원·전통미술원을 개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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