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이 함께한 대한민국 공연예술사 30년 2011

전국에 불어닥친 말러 열풍

우수 컨텐츠 잡지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4년 3월 1일 12:00 오전

2011
전국에 불어닥친 말러 열풍

2010년 말러 탄생 150주년, 2011년 말러 서거 100주년. 해를 이은 겹경사는 말러 열풍을 몰고 오기에 적격이었다. 서울시향·KBS향의 전곡 연주 시리즈에 이어 지방 교향악단까지 말러 교향곡 연주 대열에 동참했다

부천필의 말러 사이클이 끝난 10년간은 우리 음악계에 말러 광풍이 불어닥친 시기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 2003년 부천필 말러 사이클 결산 기사에서 ‘객석’은 “2002년은 말러 교향곡 6번 ‘비극’이 두 번이나 연주된 기념비적인 해”라고 표현했다. 한 달에 같은 곡이 두세 번 무대에 오르기도 하는 요즘에 다시 읽으면 격세지감을 느끼게 되는 문구다. 교향악축제에 베토벤 다음으로 많이 들고 오는 작곡가는 말러가 됐고, 올해 1월, 5일 간격으로 말러 교향곡 1번을 연주한 코리안심포니와 KBS교향악단의 경우처럼 두 개의 교향악단이 비슷한 시기에 말러 교향곡으로 맞붙는 일도 종종 벌어진다.
국내 말러 연주 붐의 ‘원조’격은 1970년대 국립교향악단을 이끌었던 지휘자 고(故) 홍연택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말러 교향곡 3·8번을 국내 초연한 것도 그였다. 그가 창단한 코리안심포니는 창단 10주년·15주년·25주년 기념 무대에서도 말러 교향곡을 빼놓지 않았다. 1999~2003년 임헌정이 지휘하는 부천필이 말러 교향곡 사이클을 완주하자 말러 교향곡은 국내 지휘자들에겐 ‘음악의 에베레스트 산’ 정복 같은 의미로 다가왔다. 해외 무대에서도 말러 교향곡을 즐겨 연주하는 정명훈이 서울시향을 맡고 난 다음 베토벤·브람스 교향곡 전곡 연주에 이어 내놓은 야심작이 말러 전곡 연주 시리즈였다. 서울시향은 말러 사이클을 완주한 뒤에도 2010~2011년 정기 연주회 때 말러 교향곡을 빼놓지 않았다. 지휘자 함신익은 대전시향에 이어 KBS교향악단을 맡은 뒤에도 말러 시리즈에 남다른 애착을 보였다.
하지만 말러 교향곡은 더 이상 부천필이나 서울시향·KBS교향악단의 독점 브랜드는 아니다. 국내 정상급 오케스트라 못지않은 연주력을 갖췄다고 자부하려면 말러 교향곡 하나쯤은 연주해야 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진 탓도 있지만, 지방 교향악단들도 단발성에 그치지 않고 말러 교향곡에 대한 관심을 지속적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교향악축제 등 중앙 무대에 진출하는 기회도 부쩍 늘어났는데, 이를 통해 신선한 자극을 주고받은 결과다. 중앙과 지방악단의 격차도 해소되었고 단원들의 수준도 비교적 고르게 상향평준화되었다.
지난 10년간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지방 교향악단의 참여였다. 말러 스페셜리스트로 두각을 나타낸 마에스트로는 신예 지휘자 구자범이었다. 그는 2009년 광주시향, 2011년 경기 필하모닉 취임 후 첫 정기연주회를 말러 교향곡 1번 ‘거인’으로 장식했다. 2009년 광주시향 취임 연주는 이 교향악단 역사상 처음으로 전석 매진 기록을 수립한 것으로 알려져 그 의미를 더했다. 이어 2010년 5월 18일엔 광주민주화운동 30주년 기념 무대에서 교향곡 2번 ‘부활’을 연주했다. 광주시립합창단에 시민 합창단을 보태 모두 400명이 우리말 번역 가사로 노래해 화제를 모았던 공연이다.
2010~2011년 시즌 말러 사이클에 도전한 지방 교향악단은 제주도립교향악단(지휘 이동호)이다. 브루크너 스페셜리스트로 널리 알려진 지휘자 이동호가 이끄는 제주도향이 말러에 도전하는 것은 매우 당연한 일이다. 부산시향(지휘 리신차오)도 2010년 교향악축제에서 말러 교향곡 5번을 연주하는 등 말러의 두 기념 해에 그의 작품은 꾸준히 무대에 올랐다. 가장 많은 교향악단에서 연주한 곡은 1번 교향곡 ‘거인’이고, 다음으로 인기 있는 곡은 5번 교향곡이다. 수원시향(지휘 김대진)은 전곡 시리즈 때가 아니면 자주 연주되지 않는 4번 교향곡을 골랐다. 이 밖에도 ‘대지의 노래’(창원시향)·‘방황하는 젊은이의 노래’(제주도향) 등 말러의 관현악 반주 성악곡도 연주됐다. 부쩍 늘어난 국내 교향악단의 말러 교향곡 소화력은 교향악단계의 눈부신 발전의 증거로 기능했다.

그해의 화제와 인물


▲ 2001년 5월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소프라노 홍혜란이 1위를 수상했다. 한국인이 이 콩쿠르에서 작곡 외 부문 우승을 차지한 것은 처음이다.


▲ 서울시향이 유니버설 뮤직과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정명훈과 서울시향은 5년간 매년 두 장의 음반을 도이치 그라모폰 레이블로 출시하게 됐다.

다니엘 바렌보임이 서동시집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한국을 찾았다. 북한에서의 공연은 성사되지 못했지만 평화를 희망하는 바람으로 임진각에서 야외콘서트를 열었다.


▲ 9월 8일부터 11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아힘 프라이어가 연출을 맡은 국립창극단의 ‘수궁가’가 공연됐다.

예술인 복지법이 10월 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후 예술인들은 산재보험 적용이 가능하게 됐고,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이 설립돼 사회보장을 확대했다.

Back to site top
Translat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