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국립오페라단의 빛과 그림자
2008년 국립오페라단을 둘러싼 예술감독 사임과 임명, 국립오페라합창단 해체로 이어진 일련의 사태는
우리 문화예술계의 발전 뒤에 가려진 그림자를 보여줬다
말도, 탈도 많았던 한 해가 시작됐다. 일련의 사건은 2008년 4월 국립오페라단 예술감독 정은숙의 사임에서 시작됐다. 2002년 1월 국립오페라단 첫 여성 예술감독으로 임명되어 7년간 재임하며 단체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고 평가되어온 정은숙은 2007년 12월 12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국립오페라단 ‘라보엠’ 공연 중 발생한 화재에 대한 책임을 공식적인 이유로 2008년 4월 사임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당시 문화체육부장관 유인촌에 의한 퇴임 압박이 그 배경에 있다는 일부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정권교체기 심해지는 문화계의 자리 부침
정은숙의 예술감독직 사임 이후, 국립오페라단장직에 연출가 이소영이 취임했다. 새로운 단장 임명 이후, 2009년 1월 국립오페라합창단에 소속된 42명을 대상으로 이른바 ‘국립오페라합창단 해고 사태’가 발생했다. 당시 국립오페라단은 “2002년 정은숙 예술감독이 공연 때마다 합창단을 꾸리기 어려워 구성한 것이 국립오페라 합창단”이며 “국립오페라단 규정에는 산하에 합창단을 두는 조항이 없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국립오페라합창단원들은 채용 당시 정규직 전환 약속을 받고 6년간 당시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월급을 받으며 연습생 신분을 감수해왔는데, 갑작스러운 해고 통보는 억울하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2009년 3월 31일자로 국립오페라단과의 계약이 종료되면서 완전히 사라질 상황에 놓인 국립오페라합창단원들은 복직을 요구하는 집회를 수차례 가졌다. 이후 2009년 7월 국립오페라합창단원 가운데 22명이 노동부의 사회적 일자리 창출 사업의 일환으로 창단된 나라오페라합창단에 오디션을 거쳐 입단했다. 총 45명으로 구성된 나라오페라합창단은 단원 모집과 운영을 국립합창단이 맡고, 노동부가 재정 지원을 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일련의 과정 속에서 신임 예술감독 이소영은 2008년 겨울부터 이듬해 여름까지 국립오페라합창단 해체 논란의 중심에 서왔다.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이소영 체제 이후 국립오페라단 작품에 대한 여론은 무척 긍정적이었고, 실제로 합격점을 주기에 충분했다. 카를로스 바그너가 연출을 맡은 ‘살로메’ 국내 제작 초연, 정명훈과 함께 한 ‘이도메네오’ 국내 초연, 시대악기를 도입한 글루크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매슈 홀스 지휘) 등 작품에 대한 호평이 계속됐다. 동시에 여지껏 국립오페라단이 거듭했던 식상한 레퍼토리를 탈피, 국립오페라단 레퍼토리를 새롭게 확장하고 국내 관객에게 소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예술감독 이소영은 취임 만 2주년이 되던 당시 2010년 8월호 ‘객석’과의 인터뷰에서 국립오페라합창단 해체 과정에 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 “국립오페라단은 산하 단체를 보유할 수 있는 법적 권리가 없기에 ‘해체’라는 표현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 관행과 편법으로 만들어진 단체였고, 해체가 아닌 계약 종결이라고 해석해야 한다. 노동법이 보호하는 법적 권한과 4대 보험, 퇴직금이 확보된 조직으로 그들을 이동시키는 것이 최종 목표였다. 그들이 지금의 자리로 갈 수 있도록 노동부와 문화부를 끝까지 설득했고 결국 이뤄낸 것, 거기까지가 이 문제에 대한 나의 해결 의지였다. 결과적으로 그들은 지금 국립오페라단의 작품에서 함께 노래하고 있다”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2011년 8월 정부의 재정 지원이 중단되면서 나라합창단은 존폐기로에 섰다. 국립오페라합창단 해체 후 2년간 나라합창단은 고용노동부의 지원을 받았으나, 노동부와의 계약이 2011년 7월부로 만료됐기 때문이다. 이후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화부)는 2012년 7월까지 1년간 조건부 추가지원을 약속했다. ‘만료 후 단체행동을 하지 않겠다’ ‘문화부의 한시적 예산투자에 이의제기를 하지 않겠다’ 등의 확약서 서명 조건이었다. 당시 단원 일부만 재계약을 하고 나머지 단원은 정규직 보장에 대한 당초 약속을 어긴 것이라며 재계약 대신 길거리 집회를 나섰다.
문화부는 2012년 1월 보도자료를 통해 나라오페라합창단 설립은 매년 노동부의 평가를 거쳐야 하는 사항으로 2011년도 평가 결과 대상 사업에서 제외된 것이며, 문화부는 당초 3년간의 일자리 보장을 약속했던 점을 감안해 2011년 4월부터 1년간 공익사업적립금으로 합창단원 인건비를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3년간의 일자리 보장 차원에서 추진된 것이지, 3년이 지난 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취지가 아니었음을 명시했다.
그해의 화제와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