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한 달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펼쳐지는 ‘교향악축제’는 국내 교향악단의 현 위상을 총체적으로 그려내는 그해의 지표이다. 교향악축제는 1988년 2월 16일 예술의전당 음악당 개관 기념 음악제로서 첫 출발을 알렸다. 당시 45일간 총 30회의 음악회가 열렸으며, KBS교향악단·서울시향·코리안심포니 등 서울을 중심으로 이미 대중적 인지도를 확보한 유수 악단은 물론, 대구·부산·광주·전주·대전·수원·인천 등 7개 지역 교향악단이 참여해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이듬해에는 여기에 강릉·청주시향까지 합류, 제 울 공연 기회를 제공함과 동시에 국내 음악계의 전반적인 현황을 살펴볼 수 있는 의미 깊은 축제로서의 발돋움이었다. 그렇게 유유히 26년의 시간이 흘렀다.
올해는 총 18개의 오케스트라가 이 성대한 축제에 참가한다. 협연자들의 면모가 조화로운데, 후학을 양성하는 중견 연주자들과 최근 몇 년 사이 국제 콩쿠르에서 입상하며 이름을 알린 젊은 연주자들이 사이좋게 배치됐다. ‘차세대 예비 거장들’이란 테마를 내걸고 선보였던 지난해 축제에 ‘원숙’의 미를 더한 셈이다. 한편 KBS교향악단·서울시향·코리안심포니·부천필을 제외한 대다수 교향악단들이 지난해와 동일한 ‘수장’들과 함께 연주를 선보일 예정이다.
지난해 참여하지 않은 충남교향악단·경상북도립교향악단·경기필·광주시향·프라임필 등이 다시 축제의 자리로 돌아왔으나, 전년 행사들에서 만났던 의외성은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교향악축제 역사상 처음으로 출연해 화제를 모았던 국립국악관현악단이 올해 불참하며, 2012년 라인업인 알로이시오 오케스트라·운파 메모리얼 오케스트라 등 색다른 프로그램은 따로 준비되지 않았다.
베토벤·브람스·차이콥스키·말러가 주축을 이루는 전체 연주 레퍼토리는 다소 단조롭게 느껴질 수도 있으나 ‘정통으로의 회귀’ 혹은 ‘정면승부’로 기능할 수도 있으니 오히려 흥미롭게 바라볼 수 있다. 그럼에도 국내 작곡가의 창작곡, 혹은 초연 무대가 부천필밖에 없다는 점은 큰 아쉬움이다. 한편 서울시향은 티켓 오픈 후에도 한참이나 지휘자를 공개하지 않아 교향악축제를 기다리는 팬들의 원성을 샀다.
글 장혜선 인턴 기자(hyesun@gaeksu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