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주를 준비하는 그레그 앤더슨을 지긋이 바라보며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친구의 손놀림을 감상하다가 슬쩍 손 하나를 올리는 엘리자베스 조이 로. 둘이 만든 뮤직 비디오들은 남녀 두 명이 어우러져 음악을 만들어낼 때 가능한 극도의 낭만성을 담아낸다. 대부분의 연주 레퍼토리를 자신들이 직접 편곡하고, 매곡마다 뮤직 비디오를 찍어 홈페이지에 게시하는 이들은 한두 개의 영상으로 ‘유튜브 스타’가 된 것이 아니다. 뮤직 비디오에서 뿜어져 나오는 그 엄청난 친밀한 분위기에 이끌려 연주를 감상하다 보면 음악에 내재한 판타지를 낭만적으로 길어 올리는 이들의 능력에 감탄할 수밖에 없게 된다.
시종일관 웃음꽃을 피우고, 손과 손이 엉키는 과정에서 생기는 스킨십도 개의치 않는 이들을 보면 연인 관계인지 저절로 궁금해진다. 이미 숱하게 받아온 질문에 그들은 본지와 진행된 이메일 인터뷰에서 “우리는 연기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일부러 로맨틱하거나 전투적으로 대결하는 상황들을 연출한다”라며 여유롭게 대답했다. 그레그 앤더슨에게는 공개적으로 밝힌 배우자가 있기 때문에 향후 발전 가능성도 없다고 볼 수 있는 ‘진정한’ 친구 관계다.
앤더슨과 로의 우정은 줄리아드 음악원 입학과 동시에 시작됐다. 기숙사 같은 층에 배정받은 이들은 음악가들이 늘 그러하듯 함께 연주를 해보았고, ‘음악적 타이밍’에 대한 본능적인 감각이 잘 통한다는 사실을 단번에 간파했다고 한다. 음악원에서 듀오 리사이틀을 가진 그들은 자신들의 에너지가 무대 위에서 더 잘 표현된다는 사실을 깨닫고 본격적인 듀오 활동을 펼치기로 결정했다. 뮤직 비디오의 서사를 만들어 플롯을 짠 후 촬영부터 편집까지 모두 직접 담당했다. 음악사 전반에 대한 통찰력을 바탕으로 둘에게 가장 잘 어울릴 만한 곡들을 선택해 환상적으로 편곡해내는 것이 이들의 장점이다. 모차르트 오페라 ‘마술피리’에서는 ‘계몽에 대한 물음’을 좇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엉뚱한 감각을 기발하게 피아노 두 대로 풀어내는가 하면, 조이 로가 “우리 세대의 완벽한 서사 음악”이라고 표현한 라디오헤드의 ‘패러노이드 안드로이드’에서는 건축적인 속성을 음향적으로 분석해내 풀어내는 작업도 진행했다.
춤을 추는 것 같은 극도의 친밀함을 연출하는 이들의 무대는 5월 24일 LG아트센터에서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프로그램은 모차르트 ‘마술피리 주제에 의한 파파게노 환상곡’, 브람스 ‘하이든 주제에 의한 변주곡’, 라디오헤드 ‘패러노이드 안드로이드’, 스카를라티 ‘고양이 푸가’, 생상스 ‘동물의 사육제’ 중 ‘백조’, 비제 ‘카르멘 판타지’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