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 앙상블∙윈드 오케스트라∙마칭밴드∙재즈 빅밴드

관악기의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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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4년 8월 1일 12:00 오전

상상력 풍부한 연주자들은 동료들 손을 잡고 신선한 음악을 개척하기 시작했다. 다양한 레퍼토리를 개발하는 피아노 듀오부터 내레이터와 플루트로 구성된 듀오까지, ‘새로운 조합’ 탐사를 시작해본다

관악 앙상블

5! 오!

바람난 실내악

시간을 거슬러 17세기 바로크 시대로 잠시 여행을 떠나보자. 귀족들의 저택 안은 호화스러운 축제가 한창이다. 춤추고 여흥을 돋우기 위한 ‘음악’은 필수품! 소규모 실내악단은 필연적으로 등장할 수밖에 없었고, 당시 규모가 작은 작품들을 통틀어 ‘실내악’이라고 지칭했다.

실내악이 지금같이 정의되기 시작한 것은 바로크 후기다. 현악기가 차츰차츰 발전하자 슈타미츠를 주축으로 만하임 궁정악단에서 활동하던 음악가들이 실내악을 확산시켰다. 마침내 하이든에 의해 두 대의 바이올린·비올라·첼로가 함께하는 형태로 현악 4중주가 정립된다. 현악기와 달리 관악기의 실내악은 전혀 다른 특징을 보인다. 현악기 실내악에서 가장 완성된 형식이 현악 ‘4중주’라면, 금관악기 실내악에서 가장 이상적인 형식은 목관·금관 ‘5중주’다.

관악기 실내악의 등장

18세기 후반에 들어서자 목관악기는 발돋움을 시작한다. 작곡가들이 하나둘씩 목관악기에 관심을 보였고, 레퍼토리는 늘어난다. 이 기류를 타서 목관 5중주가 관악기 중 제일 먼저 정규 실내악으로 자리 잡는다.

목관 5중주는 플루트·클라리넷·오보에·바순·호른이 한 팀을 이룬다. 여기서 나올 수 있는 질문 한 가지!

“금관악기인 호른이 왜 목관 5중주에 들어가나요?”

그 이유는 호른이 바로 탁월한 ‘중재자’이기 때문이다. 목관악기는 각 악기의 음색이 강해 잘 뭉치지 않는다. 목관악기의 이런 톡톡 튀는 음색을 호른이 부드럽게 중재하는 것이다.

금관 5중주의 초석을 다지다

금관 5중주의 역사는 1940년대부터 시작된다. 금관 5중주에 초석을 다졌다고 할 수 있는 두 인물은 시카고 브라스 금관 5중주단의 튜비스트 아널드 제이컵스와 트럼피터 레널드 실크다.

젠틀한 정장 차림, 깔끔한 흰색 스니커즈를 신고 무대를 활보하는 금관 5중주단 캐나디안 브라스는 수차례의 내한 공연으로 이미 우리에게도 친숙하다. 이들의 창립 멤버인 찰스 델렌바크와 진 와츠를 가르친 스승이 바로 아널드 제이컵스다. 레널드 실크는 도금이 된 금관 5중주 악기를 개발해 금관악기의 대중화를 연다.

금관 5중주는 두 대의 트럼펫·호른·트롬본·튜바로 구성된다. 무대에서 종종 트롬본을 유포니움이 대신할 때도 있고, 스네어 드럼·탬버린·팀파니 같은 타악기가 합류해 신나는 리듬을 뽑아내기도 한다.

다양한 악기, 넘치는 개성들

색소폰은 ‘관악기의 반역자’라 불릴 정도로 음색이 독특해 목관·금관 5중주에 들어가기보다는 소프라노·알토·테너·바리톤 색소폰으로 자신만의 4중주를 구성하고, 똘똘 뭉치며 가족애를 과시하고 있다. 이 조합은 특히 재즈에서 빛을 발한다.

관악기와 현악기가 결합된 실내악의 정규 편성으로는 플루트 4중주(플루트·바이올린·비올라·첼로), 클라리넷 5중주(클라리넷·두 대의 바이올린·비올라·첼로)가 있다. ‘현악’ 4중주 같은 현악기 실내악과 다르게 관악기의 이름이 중주의 명칭 앞에 붙음으로써, 어떤 악기가 중심이 되는지 한눈에 보여준다. 모차르트는 플루트 4중주와 클라리넷 5중주의 기반을 다졌다. 그가 작곡한 플루트 4중주 K285와 K298, 클라리넷 5중주 K581은 이 편성들을 대표하는 레퍼토리다. 브람스의 클라리넷 5중주 Op.115도 모차르트의 클라리넷 5중주와 양대 산맥으로 불린다.

관악기의 6·7·8·9중주는 악기가 자유롭게 편성된다. 관악 6중주는 보통 악기가 두 대씩 짝을 이루어 편성된다. 베토벤 관악 6중주 Op.71은 클라리넷(2)·호른(2)·바순(2)으로 구성되고, 야나체크 관악 6중주를 위한 모음곡 ‘청춘’은 플루트·오보에·클라리넷·베이스 클라리넷·호른·바순으로 구성됐다.

7중주부터는 현악기와 관악기가 혼용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관악 7중주’라는 말보다 ‘7중주’로 불린다. 9중주가 되면 실내악보다도 관현악적인 성격이 강해 ‘실내 관현악’이라 부르기도 한다. 9중주는 여러 중주가 호흡을 맞추며 움직이는 ‘거대한 중주’라 할 수 있다.

글 장혜선 인턴 기자

윈드 오케스트라

인기만점

바람의 심포니

 

바람(호흡)을 불어 넣어 소리를 내는 악기로 연주한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윈드 오케스트라. 윈드 오케스트라는 대중이 즐길 수 있도록 좀 더 쉽고 역동적인 레퍼토리를 다룬다. 기존의 오케스트라의 곡을 다루기도 하지만 조금 가볍고 대중적인 요소를 가미했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다. 전문 지식 없이는 즐기기 힘든 어려운 음악이라고 인식되는 기존 오케스트라의 단점을 보완한 셈이다.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대중에게 인기가 높으며 예술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만족시키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학교·동호회를 중심으로 윈드 오케스트라의 활동이 활발하여 어렵게만 생각했던 오케스트라와 친해질 수 있는 자리가 만들어지고 있다.

편성과 배치, 아무것도 정해진 건 없다

윈드 오케스트라는 정해진 형식과 틀이 없다. 나라마다 전통과 특색이 반영되어 편성되는 악기·레퍼토리 등이 큰 차이점을 보인다. 작곡자·지휘자의 의도와 윈드 오케스트라가 어디서 연주되느냐에 따라서도 얼마든지 변형될 수 있다. 쉽게 말해서 각종 관악기·타악기가 어우러지는 형태의 오케스트라라면 모두 윈드 오케스트라라고 칭할 수 있다. 편성도 12~20명의 소편성부터 120명에 이르는 대편성까지 규모 또한 유연하게 변동 가능하다. 일반적으로는 40~50명의 중편성을 선호하는 편이며 금관악기를 중심으로 목관악기와 타악기를 더해 구성하는 경우가 많다. 대편성의 경우 트럼펫·튜바 같은 종류에서 조가 다른 악기를 더해 풍부한 표현력을 선보이기도 한다. 조금 더 조화로운 연주를 위해 때로는 더블베이스·하프·첼로와 같은 현악기를 곁들인다.

시작은 군악대와 함께

윈드 오케스트라는 군악대의 영향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군악대와 함께 발전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첫 시작은 로마제국 시대에 국가 행사·전쟁 등 군사적 목적으로 금관악기와 북 등을 이용하면서부터다. 점차 편성과 규모가 커지면서 중세에는 독일·프랑스 등에서 관악기와 관련된 제반문화가 널리 퍼지게 되었다.

새로운 관악기가 발명되고 기존의 있던 악기도 발전해감에 따라 편성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편성이 자유롭기 때문에 어떤 악기가 발명·발전되었느냐에 따라 나라마다 고유한 전통을 가지고 윈드 오케스트라가 편성된다. 목관악기가 발달한 프랑스·이탈리아에서는 목관악기를 중심으로 편성하며, 금관악기가 발달한 독일·오스트리아에서는 금관악기를 중심으로 발달했다.

윈드 오케스트라의 레퍼토리는 대부분 20세기에 작곡된 것이다. 기존의 작품을 화려하게 편곡하거나 까다로운 리듬을 곁들여 현대적인 연주 효과를 낸다. 오케스트라 연주 못지않은 정교한 디테일을 요구한다.

글 이지혜 인턴 기자

마칭밴드

마초적인 매력의 관악 군단

 

말끔하게 갖춰 입은 제복, 각 잡힌 행진, 우렁차게 울려 퍼지는 연주까지. 흔히 군악대로 대표되는 마칭밴드의 첫 번째 핵심은 웅장함을 과시하는 관악기 군단이다. 힘껏 불어내는 다채다색의 황금빛 소리가 서로 어우러지며 폭발할 듯한 야성미가 흠씬 풍긴다. 두 번째 핵심은 ‘폼생폼사’다. 한 치의 오차 없이 일렬로 줄을 맞추고 다음 대형으로 신속하게 이동하는 것은 물론, 악기를 들어 올리는 속도와 보폭까지 동일하게 맞추는 모습은 감탄을 자아낸다.

거대한 편성을 자랑하는 마칭밴드에서 섬세하고 여린 음색의 현악기는 찾아볼 수 없다. 사방이 탁 트여 있는 야외에서 공연하므로 모두가 밴드에 집중할 수 있는 힘찬 소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유니폼을 차려입고, 소속 단체의 상징물을 달고, 햇빛을 받아 번쩍이는 악기를 들고 나선 것 모두가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 요소다.

국내에서는 매년 열리는 진해군항제나 육·해·공군 군악대를 제외하곤 마칭밴드를 볼 수 있는 기회가 드물다. 오히려 미국에서는 학교마다 대표하는 마칭밴드가 있을 정도로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특히 200년 넘는 전통을 가진 오하이오주립대학교 마칭밴드의 공연을 보면 오케스트라 이상의 감동이 밀려온다. 마칭밴드의 기본인 행진곡은 물론 마이클 잭슨의 곡과 싸이의 ‘강남스타일’까지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이들의 연주에 미처 몰랐던 관악기의 또 다른 매력을 발견할 수 있다.

앞뒤가 바뀐 오케스트라

오케스트라 편성에서는 항상 뒤쪽에 자리하던 관악기들이 앞으로 나서는 것도 마칭밴드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금관악기·목관악기·퍼커션이 각각의 특징을 잘 살릴 수 있는 위치에 자리한다. 일반적으로 벨이 앞을 향하는 금관악기가 가장 먼저 등장하고, 연주의 속도·템포를 조절하는 퍼커션은 밴드의 끝이나 중간에 배치된다. 목관 파트의 위치는 각 작품의 연출에 따라 달라지며 악기로는 피콜로·플루트·소프라노 클라리넷·알토 색소폰·테너 색소폰을 비롯해 다양하게 구성된다. 겹리드를 사용하는 바순과 오보에는 날씨에 예민한 악기이기 때문에 목관악기 구성에서 제외되곤 한다.

마칭밴드의 꽃, 브라스밴드

다양한 악기 구성과 장대한 규모를 자랑하는 브라스밴드(금관 합주)는 마칭밴드의 꽃이라 할 수 있다. 보편적으로 사용되지 않는 독특한 악기들을 찾아볼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행진과 연주를 겸하기 위해 특별히 개조한 악기들은 벨을 앞쪽으로 향하게 하거나 이동성을 위해 크기와 모습을 변형한 것들이다. 트롬본은 슬라이드가 길어 행진에 방해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보통 앞줄에 배치하는데, 슬라이드를 제거한 형태나 유포니움 같은 다른 악기로 대체하기도 한다. 악기가 연주자의 몸을 휘감는 독특한 형태의 수자폰과 헬리콘도 마칭밴드에서 만나볼 수 있다.

교향곡에서 대중음악까지

2000년대 들어서 마칭밴드는 연주의 범위를 행진곡·교향곡뿐만 아니라 영화음악·재즈·록·팝까지 다양화하고 있다. 유년 시절 마칭밴드의 경험이 재즈 연주자로 성공하는 데 영향을 준 루이스 암스트롱처럼 마칭밴드는 클래식 음악만이 아니라 다양한 종류의 음악에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음악의 종류가 다양해지면서 그 규모도 훨씬 커졌는데, 이는 하나의 무대에 두 명의 지휘자가 등장해 따로 또 같이 지휘하는 이색적인 모습을 연출하기도 한다.

글 김태희 인턴 기자

재즈 빅밴드

춤춰야한다

느껴야한다

 

관악기의 역할과 위상은 재즈의 태생에서부터 각별했다. 뉴올리언스와 딕시랜드 거리에서 울려 퍼지던 무명 브라스밴드의 흔적은 최초의 재즈 레코딩 기록을 남겼던 오리지널 딕시랜드 재즈밴드의 편성에 영향을 줬다. 동시대의 조 올리버·젤리 롤 모턴·루이스 암스트롱의 소규모 재즈 편성에서도 화려하고 다이내믹한 브라스 사운드가 주인공 역할을 했다.

1930~1940년대에 폭풍처럼 번졌던 스윙 시대를 마주하면서 재즈는 10인조 이상의 편성인 재즈 빅밴드의 형태로 확장됐다. 피아노·베이스·드럼·기타로 구성된 리듬 섹션이 한 축을 담당하고, 트럼펫·트롬본이 중심이 된 브라스 섹션과 색소폰 섹션(혹은 리드 섹션)이 맞은편에 있었다. 통상 세 대에서 다섯 대의 트럼펫·트롬본·색소폰이 배치됐고, 플뤼겔호른·코넷·베이스 트롬본이 용도에 맞게 사용됐다. 색소폰 파트는 테너·알토·바리톤 색소폰으로 구성되는 게 일반적이었으며, 클라리넷·플루트 등의 목관악기도 제한적으로 사용됐다.

재즈 빅밴드의 묘미

재즈 빅밴드는 클래식 음악의 오케스트라에 비해 단순하게 파트가 구성됐다. 멜로디는 유니슨이나 화음으로 전체 밴드에 의해 연주되고, 리듬 섹션과 브라스·리드 섹션에 의해 솔로와 앙상블이 분화된다. 즉흥연주와 편곡된 앙상블 등이 리프(2〜4마디의 프레이즈를 되풀이하는 연주법) 혹은 선창과 화답의 형식으로 구성되어 악곡을 풀어가는 것이 재즈 빅밴드의 고전적인 묘미였다.

스윙재즈의 번영을 도모했던 빅밴드 오케스트라들은 각 밴드의 리더 이름을 앞세워 명명됐고, 저마다 음악적 특징을 뽐냈다. 베니 굿맨·글렌 밀러·우디 허먼·스탠 켄턴 등이 이끌었던 백인만의 스윙 빅밴드 오케스트라는 춤곡으로서 기능성과 대중성에 기반을 두고, 부드럽고 오밀조밀한 하모니를 내세웠다. 듀크 엘링턴 오케스트라는 1920년대에 결성되어 1974년 듀크 엘링턴이 세상을 떠날 때까지 50여 년간 지속된 재즈 빅밴드의 영예로운 이름이었다. 이들은 수많은 솔리스트를 배출하는 한편, 두터운 결속력을 바탕으로 창조적인 재즈 앙상블과 오케스트레이션을 생산한 보고(寶庫)였다. 카운트 베이시 오케스트라는 더욱 박진감 넘치는 브라스 사운드를 표방했고, 간단한 약속만으로 공유된 헤드 어레인지먼트와 블루스 리프를 앞세우며 솔로와 즉흥연주의 공간을 최대한 개방했다.

소규모 편성으로 주도되었던 모던재즈 시대에도 찰스 밍거스·디지 길레스피·길 에번스·게리 멀리건·테드 조안스·멜 루이스·퀸시 존스 등은 재즈 빅밴드의 고유한 미덕을 지속하고 번영시켰다. 현대에도 재즈 빅밴드는 한층 다양한 입장으로 진화하고 있다. 윈튼 마살리스는 1992년 예술감독으로 취임한 링컨센터 재즈 오케스트라와 함께 재즈의 위대한 유산을 재조명하는 역사학자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1970년대 이후 프로그레시브 재즈 빅밴드의 변혁을 이끌어가고 있는 칼라 블레이·찰리 헤이든·마리아 슈나이더·데이브 홀랜드·케니 휠러의 진지한 음악적 고민은 재즈 오케스트라의 새로운 가능성을 약속하고 있다. 오늘날 재즈 오케스트라는 편성·편곡·앙상블에 치중하던 종래의 관성을 탈피하고, 재즈와 클래식·민속음악·전자음악 등 음악적 요소를 통합하는 드넓은 음악적 공간으로 변모하며 확장되고 있다.

글 하종욱(음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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