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국악원 창작악단 정기연주회 ‘이면을 빚다- 나무 곁에 눕다’

이면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남다른 표면을 만든다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4년 10월 1일 12:00 오전

국립국악원 창작악단 정기연주회 ‘이면을 빚다- 나무 곁에 눕다’

9월 12일 국립국악원 예악당

국립국악원 창작악단의 창단 10주년 프로젝트 ‘이면을 빚다’의 일환인 ‘나무 곁에 눕다’는 창작악단 연주자(단원)들이 공동 작·편곡을 통해 직접 만든 5곡의 실내악곡을 선보인 공연이다. 단원들이 작곡가의 곡을 받아, 지휘봉에 맞춰 연주만 행하던 국한된 역할을 넘어 작곡과 연주를 겸한, 이른바 ‘연주 작곡’을 내세운 무대였다. 예를 들면 이런 방식이다. ‘한오백년’이 부제로 붙은 ‘기억’은 이건용의 25현 가야금을 위한 ‘한오백년’을 바탕으로 협력 작곡가(강인원)와 3명의 단원(최보라·이주인·진윤경)이 공동 편곡을 했고, 공동 편곡을 맡은 3명의 단원이 연주를 선보인 것. 그 외에 ‘아리랑을 펼치다-해주’ ‘소리’ ‘빛을 향해’ ‘숙훌별곡’ 모두 창작악단 단원들이 공동 작·편곡자이자 연주자였다.

새로운 시도처럼 보이지만 놀랄 만한 건 없었다. 국악 창작사의 절반은 연주 작곡이 채워왔기 때문이다. 가야금의 황병기가 그렇고, 거문고의 정대석, 해금의 김영재, 대금의 원장현과 김영동 등이 그렇다. 그들은 뛰어난 연주자이자 작곡가였다. 이런 역사적 맥락으로 보면 연주 작곡을 뒤늦게 화두로 삼았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

문제 삼고 싶은 건 상기한 과정을 거쳐 생산된 다섯 곡의 좋고 나쁨이 아니다. 새로운 창작 방법론을 내세운 듯 보이지만 알고 보면 원일/국립국악관현악단이 선보이는 시나위 프로젝트 시리즈와 어딘지 모르게 많은 부분이 닮아 있다는 것이다. 프로젝트 시나위의 메커니즘도 마음과 음악의 뜻이 맞는 단원들끼리 앙상블을 구성하고 각 팀마다 배정된 감독과 호흡을 맞추는 식이다. 끼를 발산하는 단원과 이 기운들을 모으는 감독이 톱다운(top-down)이 아니라 보텀업(bottom-up) 시스템으로 음악을 쌓아 올리는 방식이며, 시나위 프로젝트에서 감독의 역할이 ‘나무 곁에 눕다’에서는 협력 작곡가로 대체된 것뿐이다. 무엇보다도 시나위 프로젝트는 ‘보다시피 우리 악단은 다양한 음악 인종의 집합체다!’라고 선언하는 느낌이 강하지만, ‘나무 곁에 눕다’는 연주만 일삼던 단원이 작곡도 겸했다는 사실을 무미건조하게 전달한 시간이었다.

다만 7명의 단원(김준영·임규수·안혜진·전명선·임은정·이명훈·김태정)이 공동 작곡한 ‘숙훌별곡’은 예외였다. ‘School’을 한문 ‘숙훌(肅欪)’로 표기한 설정에서 알 수 있듯 이 곡은 ‘학교종’을 모티프로 한 곡이다. 7명의 주자는 정악 ‘영산회상’을 연주하다가 그 속에서 희미하게 느껴지는(들려오는) ‘학교종’의 주요 음계에 조금씩 방점을 찍어가며 연주한다. 그렇게 ‘영산회상’과 ‘학교종’을 묘하게 포개놓던 중, 영산회산의 ‘이면’에 잠재되어 있던 ‘학교종’을 표면으로 끄집어냈다. 그리고 연주의 물꼬를 틀어 ‘학교종’을 시나위의 이면으로 집어넣는 식이었다. 연주자들의 일상적인 음악적 경험에서만 나올 수 있는 재치가 잘 묻어난 곡으로 4개의 곡이 보여주지 못한 재미와 의미를 담고 있었다.

창작악단은 올해로 10년을 맞았다. 지난 3월 27·28일에 선보였던 ‘10(열)’은 기획력의 부재와 국악관현악에 대한 고민 없이 선보였다는 느낌이 강했고, ‘나무 곁에 눕다’는 알찬 고민이 있었지만 날 선 차별성이 없었던 무대여서 아쉬움이 남는다. 열 살의 창작악단만이 선보일 수 있는 브랜드 음악과 방법론이 개발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글 송현민(음악평론가) 사진 국립국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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