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그룹 숨의 유럽 투어

유럽에 한국음악의 기둥을 세우다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4년 11월 1일 12:00 오전

한국음악 앙상블 그룹 숨[su:m]이 3주간의 유럽 투어 소식을 ‘객석’ 편집부로 전해왔다. 박지하의 피리와 생황, 서정민의 가야금. 두 멤버가 유럽에서 체감한 온도는 어땠을까

지난 9월 23일 대학로예술극장 3관에서 2집 음반 발매 기념 공연을 마친 우리는 25일 폴란드 크로스 컬처 페스티벌(Cross Culture Festival)에 참가하기 위해 폴란드의 수도 바르샤바로 떠났다.

9월 24일부터 28일까지 열린 크로스 컬처 페스티벌은 매년 세계 각국의 전통음악을 소개하는 행사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문화체육관광부에 해당하는 폴란드 문화유산부가 후원하고 바르샤바 시가 주관하는 페스티벌인데 폴란드에서 가장 큰 규모의 월드뮤직 페스티벌로 손꼽힌다. 특히 올해는 10회를 맞이해 세계 각국의 음악가들이 대규모로 초청됐다. 남아프리카공화국·브라질·이탈리아·이란·마다가스카르·에티오피아·카보베르데공화국 그리고 한국.

우리는 2013년 영국 카디프에서 열렸던 월드뮤직 엑스포인 워멕스(WOMEX) 공식 쇼케이스에 선정되어 월드뮤직 관계자들에게 우리의 음악을 들려줄 수 있는 자리를 가졌다. 그곳에서 여러 사람으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고, 당시 쇼케이스에서 우리를 눈여겨보았던 크로스 컬처 페스티벌 예술감독의 초청으로 참여하게 된 것이다.

유럽에서 체감한 한국음악의 인기

바르샤바에 도착하니 페스티벌에 참가하는 음악가들의 모습이 담긴 대형 홍보물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공연 전 폴란드 국영방송과 여러 라디오 매체와의 간단한 인터뷰를 통해 시와 당국이 이 페스티벌에 들이고 있는 관심과 성의를 느낄 수 있었다. 상당한 규모의 페스티벌이라는 것이 몸으로 확 와 닿는 순간이었다.

우리가 오를 무대는 바르샤바 시의 랜드마크라 할 수 있는 문화과학궁전 앞에 설치된 1,500석 규모의 대형 천막극장에서 이루어졌다. 언제나 그렇듯 큰 무대는 음악가를 설레게 하는 동시에 걱정을 몰고 온다. 처음 공연장에 들어선 순간 대규모 공연장이 과연 많은 사람으로 꽉 찰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리허설을 마치고 본공연을 위해 공연장에 오른 순간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객석이 가득 차고 바닥에까지 관객이 가득했다.

이날 연주된 곡은 우리가 창작한 곡으로 관객들은 피리와 생황, 가야금이 들려주는 숨결을 깊이 호흡하는 모습이었다. 1시간이 조금 넘는 우리의 무대는 라디오 실황으로 폴란드 전역에 중계되었으니 보이지 않는 관객들도 함께한 셈이다.

관객들은 꽤나 진지하게 반응했다. 마지막 곡이 끝난 후 수차례의 앙코르와 기립 박수를 받을 정도로 반응은 뜨거웠다. 한국에서의 공연과는 다른 풍경이었다. 공연이 끝난 후 판매한 음반도 그 자리에서 매진되었고 미처 음반을 구매하지 못한 관객들의 요청으로 주문까지 이루어졌다.

공연을 관람한 마르친 호르데유크는 “1시간 동안의 공연 내내 무언가에 홀린 느낌이었다”며 “작은 체구의 한국 여성 두 명이 어떻게 수많은 관객을 압도하는 무대를 만들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무엇보다도 “한국음악이 이 정도로 아름다울 수 있다는 데 큰 감동을 받았다”며 뜨거운 소감을 우리에게 전했다.

올여름 영국의 워매드(WOMAD), 벨기에의 스핑크스 믹스드(Sfinks Mixed) 페스티벌에 이어 이번 폴란드 크로스 컬처 페스티벌까지 유럽의 월드뮤직 무대에 설 때마다 한국과는 다른 반응에 우리 또한 색다른 느낌을 받는다. 한국과 달리 유럽 관객들은 숨의 음악을 어떤 특정한 장르에 가두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것. 그래서인지 유럽에서의 연주는 좀 더 자유롭고 편안했던 것 같다.

폴란드를 떠나며 비행기 안에서 “폴란드, 안녕···”을 외쳤던 우리는 며칠 뒤 “안녕? 유럽”이라는 인사로 다시 유럽 무대와 마주했다. 크로스 컬처 페스티벌을 마친 직후 10월 6일부터 8일까지 서울의 블루스퀘어 및 이태원 일대의 공연장에서 열린 서울국제뮤직페어 쇼케이스 팀으로 선정되어 6일 쇼케이스 공연을 마친 뒤 쉴 틈도 없이 8일 밤에 다시 유럽으로 떠났던 것이다.

3주간의 유럽 극장 투어가 우리 눈앞에 기다리고 있었다. 반복되는 일정이지만 새로운 관객을 만날 수 있다는 설렘이 기분을 들뜨게 했다. 네덜란드에서의 공연을 시작으로 벨기에·헝가리·이탈리아·스웨덴 5개국에서 총 10회의 공연 일정이 잡혀 있었다. 10월 20일에는 네덜란드의 방송사 브이프로(De VPRO)의 음악 전문 프로그램인 ‘브리예 헬뤼던’에 출연했다. 그 방송을 통해 숨의 음악은 네덜란드 전역에 방송되었다. 현지에서의 관심과 열기는 다음 날 RASA세계문화센터에서 열린 공연에서도 체감할 수 있었다.

국가 간의 이동이 많아 비행기를 타고 내리기에 정신없는 투어 시간에 이 글을 쓰고 있던 중 또 하나의 좋은 소식이 날아왔다. 지난 서울국제뮤직페어를 통해 숨의 음악을 접했던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SXSW)의 총괄 매니저 제임스 마이너로부터 러브콜을 받아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의 공식 쇼케이스 무대에 설 수 있게 되었다는 소식이었다.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는 매년 3월 미국 텍사스 주 오스틴에서 개최되는 대규모 음악·영화·인터랙티브 분야 페스티벌이다. 뮤직매터스(Music Matters)·미뎀(MIDEM)과 함께 3대 음악 마켓 중 하나이며 한국 대중가수들 또한 이 현장들을 발판 삼아 해외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우리는 유럽 투어 중에 있다. 정신없는 가운데 두서없이 쓴 글이라 부족하지만 숨의 단면을 통해 한국음악이 세계로 나아가고 있는 현 상황에 아낌없는 격려와 응원을 보내주었으면 할 뿐이다.

사진 Vio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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