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국악극 페스티벌 ‘광대의 노래-동리, 오동은 봉황을 기다리고’

신재효의 음성(音聲), 김대일의 (聲音)을 듣다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4년 12월 1일 12:00 오전

창작국악극 페스티벌 ‘광대의 노래-동리, 오동은 봉황을 기다리고’

신재효의 음성(音聲), 김대일의 (聲音)을 듣다

11일 7~9일, 구로아트밸리 예술극장


▲ ⓒ 전주세계소리축제

이 작품은 소리꾼 신재효(1812~1884)의 삶을 담은 음악극이다. 소리꾼의 삶을 소리가 중심인 음악극으로 그린다는 것은 ‘보존’이자 동시에 ‘창작’이다. 따라서 ‘광대의 노래’는 국악의 예인을 그릴 때 지향해야 할 표현 형식이라 생각한다. 영화감독의 삶은 영화로, 소설가의 삶은 소설로 그려내는 것은 장르의 메타적인 차원을 사유해 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 무형의 유산과 관련된 예인을 기록한 텍스트를 양피지 문서에서 일으켜 무대 위의 입방체로 그리는 것은 또 다른 무형유산 보호 정책이 된다.

‘광대의 노래’는 소설가 문순태의 ‘도리화가’의 활자를 무대로 일으켜 세운 작품이다.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이 주최한 제1회 창작국악극대상에서 우수상·연출상·남자 창우상을 수상했다. 국립민속국악원 지도단원인 지기학이 연출을 맡았고, 작곡가 김백찬이 음악을 맡았다. 이들은 5월과 10월에 국립국악원이 선보였던 창극 ‘토끼타령’에서 호흡을 맞춘 이들이다. ‘광대의 노래’에서 지기학은 신재효의 역사(history)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his story’, 즉 그의(his) 이야기(story)에 초점을 맞추었다. 중인 계급인 것을 속이고 서원에 입학했다가 그 사실이 드러나 세상살이를 한탄할 때는 방랑을 하는 신재효로, 봉선을 만날 때는 사랑에 빠진 신재효로, 그리고 훗날 여류 명창으로 이름을 날릴 진채선(1847~?)과 만날 때는 스승 신재효이자 제자를 연모하는 신재효로 그린다.

먼저 제작진과 출연진에 대해 간략히 논하고 싶다. 지기학은 ‘지기(知己)’의 연출가다. 그는 정확한 ‘지식(知)’을 갖고 판소리라는 ‘자신(己)’을 들여다볼 줄 안다. 소리와 극이 만나는 가운데 각자의 영역을 정확하게 나눈다. 그 나눔을 바탕으로 보기 좋게 교감하게 하며 서로 경계를 낮추기도 한다. 소리와 극이 혼재되어 소리도 극도 맛볼 수 없는 기존의 음악극과는 달랐다. 반주를 피리·피아노·타악으로 깔끔하게 가져간것도 소리의 살아 있는 맛을 느끼게 했다.

무엇보다도 ‘광대의 노래’에서의 큰 발견은 소리꾼 김대일이다. 국립국악원이 주최하는 국악경연대회 성악부문 금상을 수상하고 현재 국립민속국악원 창극단원으로 재직 중이다. 그는 국립국악원 ‘토끼타령’에서 자라 역을 맡았는데 그때는 ‘웃기는 자라’만 보였지 ‘김대일’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 대면한 김대일의 성음에는 장사익의 ‘익’은 소리와 조용필의 ‘필’이 가득했다. 김대일은 남성 소리꾼의 모범을 만들 재목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작품에서 아쉬운 것은 힘을 주어야 할 부분이 너무 매끄럽게 흘렀다는 점이다. 신재효는 ‘춘향가’ ‘심청가’ ‘적벽가’ 등 현행되는 판소리의 사설과 형식을 다듬었고, 소리꾼이 가져야 할 덕목을 광대가로 지어 부른 이다. ‘광대가’에서 소리꾼의 중요한 덕목으로 인물(생김새)·사설(정확한 발음)·득음(음악적 경지)·너름새(연기력)를 꼽는다. 신재효의 희로애락은 풍성하게 그렸으나 그의 업적을 들여다보는 렌즈는 다소 탁해 아쉬움이 남았다.

신재효의 삶은 영화로도 준비 중이다. 가제는 ‘도리화가’다. 류승룡이 신재효 역을, 수지가 진채선 역을 연기한다. 1980년생의 이종필이 메가폰을 잡는다. ‘임권택’으로 대표되던 판소리 영화가 젊은 감각의 후예에게로 어떻게 이어질지 기대된다. 영화가 개봉할 때 ‘광대의 노래’가 다시 올라 영화와 음악극이 신재효의 ‘his story’에 풍성한 각주를 달아주었으면 하는 바람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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