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갑내기 피아니스트의 ‘다른’ 모차르트

랑랑의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4·17번 외 / 윤홍천의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4·8·10·17번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5년 1월 1일 12:00 오전

모차르트의 음악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일수록 그의 음악의 정확한 실체에 접근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느낄 것이다. 만약 특정한 작곡가의 작품이 전달하는 핵심이 시각이나 촉각으로 전달될 수 있다고 가정하면, 모차르트의 작품들은 그 어떤 음악보다 그 이미지와 형태가 모호한 추상의 모습을 띨 것이다. 우아하고 달콤한 아름다움 속에 무시무시한 비극과 광기, 예측 불허의 드라마를 실감하는 일이 그의 걸작들을 향유하는 이들과 재생하려는 이들 모두 많은 시간과 경험을 거쳐야 가능한 것이란 사실은 동서고금의 진리처럼 된 지 오래다.

새해 서른세 살을 맞이하는 동갑내기 동양인 피아니스트 두 사람이 비슷한 시기에 모차르트의 협주곡집과 소나타집을 출시했다. 타고난 감성과 센스, 건반 위에서의 집중력과 집요한 탐구력 등에서 같은 세대들 중 월등함을 보이는 랑랑과 윤홍천. 두 사람의 연주는 무엇보다 피상적인 이미지들로 구성된 ‘뻔한’ 연주가 아니라서 호감이 간다. 모차르트의 시대 양식을 오랫동안 숙성시킨 각자의 작곡가관에 훌륭히 대입시켜 뚜렷이 차별된 개성적인 해석을 들려준다.

전 세계적인 인기와 중국인들의 높은 관심 덕에 최고의 조건에서 연주와 녹음을 하는 랑랑은 이번 음반에서 원전 모차르트 해석의 거장 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와 힘을 합쳤다. 스스로 오랫동안 연주하고 익숙한 레퍼토리라고 말하고 있는 C단조 K491과 G장조 K453을 선택했는데, 외향적이고 과감한 타건에 의한 짙은 음영의 대비와 단정하면서도 깔끔한 뒷맛의 리듬이 적절히 배합된 호연이다. 아르농쿠르의 현명한 조력은 극적인 연출이 필요할 때 빈 필의 사운드를 필요한 만큼만 ‘조이고 찌르는’ 솜씨에서 훌륭히 발휘된다. 실황 연주로 수록된 소나타 연주도 자유분방하고 악곡의 윤곽을 명확한 선으로 그려내는 ‘랑랑 스타일’의 장점이 나타난다. 강하고 굵은 터치가 확대된 스케일을 암시하는 소나타 8번은 특별히 초월적인 느낌은 없으나 악상과 뉘앙스의 다채로움이 작곡가의 단조 교향곡을 감상하듯 흥미롭다. 소나타 5번은 시종 여유 있는 템포로 단순미를 강조하며, 은근한 흥겨움도 풍긴다. 다이내믹 레인지가 올라갈 때마다 공간감이 무너지고 음이 납작해지는 런던 로열 앨버트홀의 녹음은 못내 아쉽다.

먼저 발표한 앨범 두 장이 평단과 음반상 등에서 모두 호평받으며 독보적인 자리매김을 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피아니스트 윤홍천의 모차르트 녹음은 최근 욈스 클래식스(Oehms Classics)와 진행하는 소나타 전곡 프로젝트의 첫 번째 결과물이다. 군더더기 없는 악상 전개와 세련미로 대변될 수 있는 윤홍천의 이번 앨범은 고전파적 사색의 정수를 들려주고 있다. 사려 깊게 다듬어진 음상은 한 음도 예외 없이 고른 모양을 유지하며, 절제된 악상을 통해 감상자들에게 각자의 상상력이 들어갈 수 있는 공간감과 여백을 제공한다. 갈랑 스타일의 전형을 보여주는 소나타 10번은 유려하게 흐르는 꾸밈음과 흔들리지 않는 화성감을 나타내주는 왼손의 리듬이 돋보인다. 랑랑과 레퍼토리가 겹치는 소나타 8번에서는 화사한 정성과 부드러운 아고기크로 승부하고 있으며, 감정의 발산보다 내면으로 침잠하는 기분이 지배적이다. 가장 완성도가 높은 소나타 17번은 소담스러운 분위기와 조옮김에 따라 나타나는 미세한 표정 변화가 매력적이며, 악장 간의 부드러운 음악적 연결도 세련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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