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존 오코너 & 리즈 드 라 살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5년 3월 1일 12:00 오전

피아니스트 존 오코너 & 리즈 드 라 살

명교수 존 오코너와 감성의 피아니스트 리즈 드 라 살이 펼치는 피아노 변주곡의 세계

3월에 내한하는 피아니스트 중 섬세한 피아니즘과 균형 있는 베토벤 해석으로 정평이 난 존 오코너와 불과 몇 년 사이 해외 무대에서 감성과 성숙함을 겸비한 연주자로 주목받고 있는 리즈 드 라 살의 내한 독주회가 눈에 띈다. 특히 이들이 연주하는 작품 중에는 피아노 레퍼토리로 큰 의미를 차지하는 다양한 변주곡이 포진되어 있어 애호가들의 특별한 관심을 끌고 있다. 변주곡의 세계, 그것은 피아니스트에게는 또 다른 도전이고 실험이기 때문이다.
먼저 3월 12일에 연주하는 피아니스트 존 오코너는 한국과 특히 인연이 깊은 연주자다. 한국 무대에 자주 선 것은 물론, 그가 재직 중인 아일랜드 왕립음악원에 피아니스트 안수정 등 우리나라의 뛰어난 연주자들이 많이 공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설적인 피아니스트 빌헬름 캠프 밑에서 공부한 존 오코너는 특히 베토벤 음악을 해석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갖췄다.
3월 12일 연주회에서 베토벤 폴로네즈 Op.89와 ‘디아벨리 변주곡’을 연주한다. 고향인 아일랜드 더블린과 빈에서 음악을 공부한 후 1973년 빈 베토벤 피아노 콩쿠르에서 만장일치의 1위 수상을 시작으로 전 세계에서 활발한 연주 활동을 하고 있는 그는 1986년 텔락 레이블을 통해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와 협주곡 전곡을 녹음해 큰 호평을 받았다. 현재 미국 버지니아 주의 셰넌도어 음악원에서 상주 음악가와 교수로 재직 중이다. 토론토 왕립음악원과 아일랜드 왕립음악원, 일본 쇼와 대학교에서도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베토벤 음악 해석에 일가견이 있는 그이기에 특히 단순한 멜로디에 베토벤의 색깔이 자연스럽게 드러난 ‘디아벨리 변주곡’을 어떤 색깔을 입혀 무대 위에서 선보일지 궁금하다.
한편 3월 19일에 연주하는 리즈 드 라 살은 2005년, 16세 나이에 발매한 바흐·리스트 음반이 ‘그라모폰’지에서 ‘이달의 음반’으로 뽑히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2008년 나이브 레이블을 통해 발매한, 리스트·프로코피예프·쇼스타코비치 협주곡이 수록된 음반은 이 젊은 연주자의 최고 테크닉을 보여주기에 손색이 없다. 네 살에 피아노를 치기 시작한 그녀는 11세 때 파리 국립고등음악원에 입학해 피에르 레아크를 사사했고, 13세 때 아비뇽에서 협주곡 데뷔 무대를 가졌다. 2001년 파리 국립고등음악원을 졸업한 그녀는 대학원에 진학해 브뤼노 리구토를 사사했다. 현재 후학을 양성하며 세계 각지에서 연주 활동을 하고 있다.
이날 그녀의 레퍼토리는 라벨 ‘밤의 가스파르’, 드뷔시 전주곡 등 인상주의 작품이 많은데, 새로운 뉘앙스를 창조해야 하는 변주곡 작품, 특히 브람스 ‘주제에 의한 변주곡’ Op.18b, ‘헨델 주제에 의한 변주곡과 푸가’ Op.24 등 변주곡 연주가 기대를 모은다. 이 두 변주곡은 브람스가 클라라 슈만에게 헌정한 작품으로 브람스만의 색깔과 독특한 음악 세계가 묻어나 있으며, 19세기 피아노 음악의 기념비적인 작품 중 하나로 꼽힐 만큼 훌륭한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존 오코너 인터뷰
베토벤은 늘 나를 긴장시킨다

한국과 인연이 깊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한국을 방문하는 건 항상 신나는 일입니다. 한국은 20년 전 처음 방문했고, 그 후 방문할 때마다 즐거웠습니다. 정경화, 그리고 제 친구인 신수정과 김대진 같은 훌륭한 연주자와 교육자가 있고 재능이 뛰어난 젊은 연주자도 많으니까요. 특히 2012년 마리아 카날스 콩쿠르와 2013년 빈 베토벤 피아노 콩쿠르에서 1위를 수상한 제자 안수정이 있어 더 반갑습니다.
베토벤 스페셜리스트로 알려져 있습니다. 베토벤 음악의 해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입니까?
베토벤 음악을 해석하려면 그의 성격,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그의 희망, 그리고 두려움, 음악에 대한 헌신에 대해 올바르게 이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제게 베토벤은 위대한 인물 그 자체지요. 그의 피아노곡은 아무리 연주해도 질리지 않습니다. 저는 그의 피아노 작품을 거의 모두 녹음했고, 최근에는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피아노 협주곡을 녹음했습니다. 한국에서 연주하게 될 ‘디아벨리 변주곡’을 올해 이후 녹음할 예정입니다. ‘디아벨리 변주곡’은 저의 커리어가 시작된 빈 베토벤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할 때 연주했던 주요 작품 중 하나라 더욱 특별한 곡입니다.
연주의 진정한 목적은 무엇입니까?
연주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청중에게 내가 연주하는 음악이 훌륭하다는 것, 정말 대단한 무언가를 들려주고 있다는 것을 확신시키는 일입니다.
클래식 음악이 내리막길이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 그럼에도 현재 우리에게 클래식 음악이 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요.
제 생각에 클래식 음악이 어려움을 겪는 주된 원인은 오늘날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클래식 음악을 듣고 공부할 기회가 없기 때문입니다. 만약 선생님들이 어릴 때부터 아이들에게 예술을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을 심어준다면 아이들은 분명 달라질 것입니다. 음악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최고의 도구니까요. 특히 학생들에게 전문 연주자가 되는 것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에게 음악을 사랑하는 법을 알려주면, 정말 연주자가 되고 싶어 하는 아이들이 누구인지는 명백해질 것입니다.
많은 콩쿠르에서 심사를 했는데, 연주자에게 콩쿠르는 어떤 의미여야 할까요?
콩쿠르는 연주자로서 커리어를 시작하는 데 확실히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콩쿠르 그 자체로 커리어가 만들어지지는 않습니다. 콩쿠르에서의 수상은 단지 커리어의 단계 중 한 걸음 오른 것 정도로 봐야겠지요. 그 이후 나머지 계단은 스스로 올라가야 합니다. 콩쿠르에서의 성공은 커리어의 문을 여는 것이지만, 더 성장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자신에게 찾아온 기회를 최대한 잡아야 합니다. 저 역시 첫 번째 해외 콩쿠르에서의 수상이 없었다면 지금처럼 커리어를 쌓기는 힘들었겠지요. 하지만 콩쿠르에서 수상한다고 해서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콩쿠르는 하나의 과정일 뿐이지요.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들을 만났을텐데 한국의 피아니스트들에 대한 인상은 어떤가요?
저는 한국의 젊은 피아니스트들을 진심으로 존경하며 그들을 가르치는 것에 대해 감사하고 즐깁니다. 현재 좋은 친구가 된 두 명의 제자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한국에는 세계 최고의 선생님들이 있기 때문에 그들에게 배운 학생들을 가르칠 때면 깜짝깜짝 놀라곤 하지요. 이런 열정적인 교육의 힘 때문에 세계는 한국의 음악계를 늘 주목하고 있습니다. 한국 학생들에게 말하고 싶어요. 지금 자신의 선생님, 세계 최고 수준의 그 선생님들을 믿고 따르라고요.
훌륭한 아티스트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태도와 노력이 필요할까요?
현실적으로 피아노 연주자만으로는 삶을 유지하기 힘들다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솔로 연주만큼 실내악 연주에도 관심을 갖고 다양한 음악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학창 시절부터 다양한 연주를 하는 것이 필요하지요. 작곡가의 삶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포괄적으로 공부해야 합니다. 또 한 가지, 어린 시절부터 영어를 자유롭게 구사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른 나라의 예술가·에이전시·콘서트 관계자와 우정을 쌓기 위해 자유롭게 영어를 구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능력입니다.
음악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입니까?
어려운 질문이네요. 음악은 제 인생이지요. 제게는 공기와도 같습니다. 음악 없는 삶은 상상할 수 없으니까요.
연주자로서 당신의 계획과 꿈은 무엇입니까?
제 꿈은 제가 연주하는 위대한 음악을 통해 청중이 사랑과 경이를 느끼게 하는 것입니다.

글 국지연 기자(ji@gaeksuk.com) 사진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존 오코너 & 리즈 드 라 살
연주회 감상 포인트

베토벤의 변주곡과 브람스의 변주곡, 구체적으로 어떻게 다를까?
2015년에 예고된 올해 피아노 공연을 보면 유독 변주곡 형식의 작품이 많이 포함돼 있는데, 음악 기법 속 다양한 형식 중 변주곡만큼 작곡가의 상상력이 펼쳐진 형식은 그리 흔치 않다.
많은 변주곡 중에서도 피아노 문헌에 큰 획을 그은 작품을 몇 개 꼽을 수 있는데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베토벤 ‘디아벨리 변주곡’·브람스 변주곡·라흐마니노프 ‘코렐리 주제에 의한 변주곡’ 등을 들 수 있다. 그중에서도 베토벤 ‘디아벨리 변주곡’은 규모와 내용 면에서 단연 으뜸이라 하겠다.
이 작품은 베토벤의 자발적인 의도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당시 출판업자였던 디아벨리는 자신의 테마를 50명의 작곡가에게 보내 단 한 개의 변주곡을 작곡해줄 것을 의뢰했다. 그것을 모아 하나의 작품으로 묶어 출판하고자 하는 상업적 발상에서였다. 하지만 이런 의뢰를 흔쾌히 받아들이거나 동조할 베토벤이 아니다. 그는 처음 이 주제를 보고 “구두 수선공의 가죽 조각 같다”고 혹평하며 거절했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마음을 바꿔 이 주제를 기초로 33개의 변주를 만들어냈다. 어쩌면 50여 명과 함께 작품을 공유한다는 발상에 자존심 상한 베토벤의 오기가 만들어낸 작품일 수도 있지만, 그 결과는 누구도 예상치 못한 굉장한 음악적 산물이 되었다. 베토벤은 연주 시간이 50분을 훌쩍 넘기는, 그의 기악 작품 중 가장 긴 대곡을 만들었고 이 작품은 지금까지도 변주곡 문헌의 기념비적 위치를 차지한다.
베토벤 말년에 작곡한 ‘디아벨리 변주곡’은 완숙한 스타일과 치밀하고 탄탄한 구조의 명곡일 뿐 아니라 베토벤의 유머·은유·풍자적 의미가 포함되어 있어 베토벤 교향곡 3번 ‘영웅’·6번 ‘전원’ 등 철학적 의미에 더 큰 무게를 둔 다른 작품과는 조금 다른 성격의 음악이다.
33곡의 변주곡이 세 개의 큰 부분으로 나뉜 이 작품의 백미는 22번 변주에서 모차르트의 오페라 ‘돈 조반니’ 중 아리아 ‘밤도 낮도 피곤하다’의 선율을 인용했다는 것이다. 육체가 쇠잔하고 삶의 마지막을 느낀 베토벤의 심적 피로감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대목이라는 짐작이 가능한 부분이기도 하다. 삶의 마지막 구간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표현한 듯한 이 작품은 베토벤 스타일의 집약체라고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이 음악을 통해 우리는 베토벤이 만들어낸 작은 우주를 만날 수 있다.
피아노 변주곡 중에 브람스의 ‘헨델 주제에 의한 변주곡과 푸가’ Op.24도 빼놓을 수 없다. 베토벤의 ‘디아벨리 변주곡’이 노장의 마지막 진술 같은 작품이라면 브람스의 변주곡은 패기와 에너지 가득한 젊은 날의 자화상이라고 할 수 있다.
브람스의 나이 28세에 작곡한 ‘헨델 주제에 의한 변주곡과 푸가’ Op.24는 평생의 뮤즈였던 클라라 슈만의 42번째 생일 선물로 만든 작품이다. 자신보다 14년 연상의 미망이었던 클라라는 브람스에게는 지켜야 하는 책임과 지켜주고 싶은 애정의 대상이었다. 그들의 관계가 더 이상 발전하지 않은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음악을 사이에 둔 진지함이 그들을 감정의 순수한 범주에 머물게 한 결정적 이유였을 것이다.
30분 이상의 연주 시간이 소요되는 이 작품은 젊은 브람스의 사랑·동경·희망 등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25개의 변주 후 등장하는 푸가는 음악을 향한 브람스의 진지함과 엄격함의 표현이다. 옛 형식인 변주곡의 대미를 장식하는 마지막을 가장 엄격한 형식인 푸가로 마감하는 브람스의 음악은 연주자에게도 동일한 엄격함과 진지함을 요구한다.
기교적인 유희보다는 청명한 음색을, 현란한 손가락의 과장보다는 진솔한 감정의 온전한 몰입만이 브람스가 의도한 피아노 소리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제대로 준비한 브람스의 푸가 연주가 그 어떤 곡보다 길고 진한 여운을 남기는 이유이기도 하다.
글 최현숙(피아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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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오코너 피아노 독주회
3월 12일 오후 8시 금호아트홀
베토벤 폴로네즈 Op.89, ‘디아벨리 변주곡’ 외
* 존 오코너가 건강상의 이유로 내한 공연을 취소했다.

리즈 드 라 살 피아노 독주회
3월 19일 오후 8시 금호아트홀
브람스 ‘주제에 의한 변주곡’ Op.18b, ‘헨델 주제에 의한 변주곡과 푸가’ Op.24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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