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만나는 동시대 예술

현재진행형으로 달리는 예술가, 소통의 가능성을 타진하고 새로운 실험을 시도하는 현장이 있는 곳. 동시대 예술이 생동하는 ‘오늘’로 들어가 본다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5년 4월 1일 12:00 오전

오늘 만나는 동시대 예술

현재진행형으로 달리는 예술가, 소통의 가능성을 타진하고 새로운 실험을 시도하는 현장이 있는 곳. 동시대 예술이 생동하는 ‘오늘’로 들어가 본다

시대와 같이 움직이는 동시대 예술

컨템퍼러리 아트(Contemporary Art)는 흔히 ‘동(同)시대 예술’로 번역되곤 한다. 때로는 ‘현대 예술’로 혼용되기도 한다. 깊이 파고들면 이야기는 더 복잡해진다. 일례로, 미술·음악·무용에서 통용되는 ‘Contemporary’는 그것을 일컫는 개념이나 시기, 시대사조로 구분 짓는 방식까지… 미묘하면서도 모호하게 다르다.
어떻게 불리든, 대부분의 관객은 그 의미를 ‘난해한 예술’로 받아들이는 듯하다. 갤러리에서 작품을 보고 쉽게 이해되지 않으면 ‘현대미술이라 그런가’ 하며 대충 넘겨짚거나 건너뛴다.
콘서트홀에 앉아 공간을 울리는 잔향 속에서 어떤 의미를 발견해야 할지 고민하고, 무대 위에서 움직이는 무용수를 보며 과연 누구를, 무엇을 위한 예술인지 의아해하기도 한다.
그래서일까. 최근 10여 년간 대한민국에서 태어나는 작품의 상당수는 세간의 관심-그것이 호평이든 혹평이든-을 받으며 세상에 나오기보다, 무관심 또는 몇몇 지지자의 박수만을 받아왔다. 어쩌면 평생 난해와 불통의 지역에서만 자생해야 할 것 같아 보이기도 했다.
지금 우리와 함께 숨 쉬며 ‘예술 행위’를 만드는 이들은 오늘에 두 발을 뿌리내리고, 두 팔로 내일을 향해 질문을 던진다. 그들의 시선은 다가올 미래와 다음 세대에 맞춰져 있다.
작업실과 작품 안에서만 저울질하고 실험하던 이들은 자신의 경계 밖으로 또 다른 행위 주체자, 그리고 수용자들과 소통의 가능성을 타진하고 새로운 실험을 시도하고 있다.
살아 있는 자의 생명력 넘치는 예술은 그래서 끊임없이 변화 중이다.
올봄, 현재진행형인 작품으로 무대 위에 오를 이들에게 우리는 질문을 던졌다. 우문 같지만, 동시대 예술에 대한 나름의 정의를 내려달라고.
안무가 올리비에 뒤부아의 답은 간단했다. ‘그저 살아 있음을 의미’한다는 것. 안무가 신창호와 김판선은 각각 ‘시도’와 ‘공감’이라 정의했다. 지휘자 최수열은 고전 레퍼토리에 비해 두 배 이상 긴 리허설, 익숙지 않은 소리에 대한 궁금증을 쏟아내는 연주자들과 함께 고민하는 풍경을 들려줬다. 바이올리니스트 강혜선은 의문이 들면 활을 내려놓고, 바로 작곡가에게 연락해 연주를 들려주며 의견을 주고받는다. 지금, ‘살아 있는’ 음악을 내놓는 작곡가 김인현은 타인과의 소통 속에서 현대음악의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 다원예술축제 페스티벌 봄의 이승효 예술감독은 새로운 화두를 던졌다. 기존 서구 중심의 ‘컨템퍼러리 아트’와 공존하는, 지역적 맥락에 따른 ‘로컬 컨템퍼러리’에 대한 시선이 바로 그것이다.
각각 그리는 모습은 달라도, 이들의 공통분모는 그 ‘어떤 가능성’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 가능성은 미정인 상태이자 변화를 내포한 미지의 존재다. 때문에 음악과 무용은 ‘어떤 가능성’을 줄기 삼아 날마다 새로운 ‘음’과 ‘움직임’으로 뻗어나가고 있다.
덧붙여 ‘동시대’라는 단어에서 ‘같다’는 의미의 ‘동(同)’은 움직일 ‘동(動)’에 비견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시대를 ‘같이’ 호흡하며 부지런히 변하고 ‘움직이는’ 동시대 예술 말이다.
‘객석’ 기자들이 미리 들려주는 이야기는 여기까지다. 남겨진 부분은 다음 페이지를 넘길 독자의 몫으로 돌리려 한다. 동시대 예술과 호흡할 당신 또한 ‘어떤 가능성’과 마주하게 될 테니.

창작자 7인에게 묻다
‘오늘’의 예술이 갖는 의미


▲ ⓒFrancois Stemmer

현대무용 ‘Tragedie(비극)’
안무가 올리비에 뒤부아

 

오늘의 세계에서 저는 자연인이자 예술가로서 창작하고, 저항하고, 웃고 또 살아갑니다. 가능한 한 예민함을 유지하면서 최대한 급진적이고자 하죠. 그런 제가 만든 작품을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사실 그건 제 소관이 아닙니다. 순간의 감정은 각자의 것이며, 예술사는 인류의 것이기 때문이죠.
‘컨템퍼러리’라는 단어에서 누군가는 어떤 유행을 떠올리겠지만 제겐 그저 살아 있음을 의미합니다. 생각하건대, 오늘날 예술가들이 겪는 첫 번째 어려움은 어느 직종이나 그렇듯 경제적인 부분일 것입니다. 프랑스는 문화·예술·창작에 대한 지원을 지속적으로 해오고 있어요.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수준의 지원이죠. 하지만 국가 보조금과 예술가들의 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시기가 됐다고 봅니다. 이런 경제적 관계에서 변화를 모색하는 것은 우리 예술가들의 몫이겠죠. 프랑스와 프랑스의 구조, 여기에서 비롯된 네트워크가 예술가들의 자유로운 창작 활동을 보장할 수 있도록 만드는 까다로운 일은 과거가 아닌 지금의 세대에게 맡겨진 것이 분명합니다. 다만 과거나 현대를 비교하는 개념엔 큰 관심이 없습니다. 우리는 매 순간 세상에 질문을 던지는 데 집중할 뿐이니까요.
성남아트센터에서 아시아 초연되는 ‘Tragedie(비극)’에선 처음부터 끝까지 무용수 18명이 옷을 입지 않은 상태로 무대에 섭니다. 이들은 연령도, 신체적 특징도 다양합니다. 각각의 몸에는 개인의 역사와 문화가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지요. 다시 말해 인간성이라는 비밀, 우주 속에 사는 인간이라는 수수께끼의 답이 담겨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춤을 추는 남자, 여자들과 함께 세상에서 숨겨진 것이나 다름없는 울림을 만들어내고 싶었어요.
이 작품의 의도는 철학적이고 비물질적인 인간성을 본능적이고 육체적으로 보여주는 데에 있습니다. 이는 신체적 특징을 보여주는 것에서 출발하죠. 또 사람이라는 사실만으로 인간성이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이것이 인간적 비극이죠. 함께하는 사람을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나에게 속하지 않은, 우리라는 관계 속에서 이뤄지는 접촉 속에 인간성이 존재합니다.
‘Tragedie(비극)’은 니체의 ‘비극의 탄생’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안무 구성은 고대 그리스 비극에 나타나는 코러스의 원칙을 따르고 있어요. 퍼레이드, 에피소드와 함께 우리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모든 것을 재고하게 만드는 돌발적인 사건, 그리고 재생을 위한 파괴에 해당하는 카타르시스, 마지막으로 대단원인 경주에 다다르죠. 알렉산드리아의 12음절 운율법을 적용한 시적인 무용보와 여기에 수반되는 수사학적 규칙에 따라 표현했습니다.
제 작품에 즉흥은 거의 존재하지 않습니다. 무용보가 주는 꽉 짜인 느낌을 좋아하거든요. ‘Pour Tout l’or du Monde(지상의 모든 금을 위하여)’(2006) 이후 굉장히 세세하게 기록된 무용보를 짜왔는데, 이건 지금도 동일합니다. 저는 하나의 무용보를 표현해내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는 무용수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좋습니다. 이것은 무용수를 뭉그러트리기보다 오히려 드러나도록 해주죠. 작품에서 요구하는 것의 무게가 상당하기에 무대 위에서 작품이 끝날 때쯤이면 무용수들의 위대함과 인간적 깊이는 더 잘 드러납니다. 결국 관객은 무용수가 아닌 춤추는 남자와 여자를 마주하게 될 겁니다.

올리비에 뒤부아는 파리 출생으로 스무 살이 넘어 무용을 시작했다. 그의 작품에는 늘 호평과 혹평이 동시에 따른다. 첫 안무작 ‘Pour Tout l’or du Monde(지상의 모든 금을 위하여)’(2006)에 무용수로 등장해 스트립쇼와 자위 등을 연상시키는 안무를 선보였고, ‘Apres-midi d’un Faune(목신들의 오후)’(2008)에서는 바츨라프 니진스키의 천재성과 당시의 시대상을 어둡고 기이하게 그려내며 극과 극의 평가를 받았다. 한국에는 앞선 두 작품과 함께 2011년 부산국제연극제에서 ‘프랑크 시나트라의 음악과 사랑’을 선보인 그가 4월 ‘비극’을 들고 네 번째로 방한한다. 기존의 형식과 표현에 저항하는 안무가인 그가 가장 관심을 보이는 소재는 세계, 타자들 그리고 자기 자신이다.

올리비에 뒤부아의 ‘Tragedie(비극)’은 2012년 프랑스 국립 안무 센터 발레 뒤 노르와 아비뇽 페스티벌이 공동 제작한 작품. 사회적 속박의 발산과 사라져간 사람들 사이의 공통적 인간성을 몸과 춤을 통해 재발견한다. 9명의 남성과 9명의 여성이 90분간 나체로 등장해 성별·권력· 욕구·소속·계보에 관해 이야기한다. 걷기·똑바로 서기·마주하기를 활용한 기본 동작을 끊임없이 반복하는 가운데 인간은 결국 인간일 뿐이라는 본질을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4월 10일~11일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

인터뷰·정리 김선영 기자(sykim@gaeksuk.com)

LDP무용단 ‘Graying(노화)’
안무가 신창호


▲ ⓒLG아트센터

제 작품의 주제는 사회적 이슈에서 시작됩니다. 대중의 관심에서 시작해 관객의 ‘필요’를 찾아내고, 예술적 공감 능력을 향상시킬 상상력을 찾죠. 첫 공연을 올리는 순간까지 끊임없이 주제에 대한 리서치를 하고, 충분히 고민하는 편입니다. 작품 구성의 밀도와 관객의 공감이 여기에 달려 있죠.
2002년에 초연한 ‘No Comment(노 코멘트)’의 경우,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이라크의 상황을 모티브로 삼았습니다. 여기에 춤의 역동성, 무용수의 땀이 더해졌죠. 이 모든 것이 하나 되어 카타르시스적 자극이 발생합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 공감할 수 있는 주제를 공유하는 것이 현대무용이라 생각합니다.
LDP무용단이 초연하는 ‘Graying(노화)’은 고령화를 주제로 리서치를 시작했습니다. 시간이 느껴지는 낯선 장소나 어릴 적 기억에 남아 있는 공간을 찾아다니는 동안 ‘공간이 늙어간다’는 생각에 다다랐죠. 많은 현상이 생성되는 시점부터 소멸되는 시점까지 연속적으로 일어나는 것에서 아이디어를 착안해 이번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스크린과 비디오아트를 활용해 다각도의 시선으로 현상 그 자체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과거 예술가들이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펼쳐내기 위해 고민했다면, 오늘의 예술가들은 한계를 넘어서는 새로운 예술의 창작을 만들어내는 시도를 계속하고 있죠. 결국 예나 지금이나 같은 고민과 시도가 이어지고 있는 셈입니다. 현재 제 고민은 예술가들이 정당한 대우를 받고 작업을 할 수 있는 기회를 후배 예술가들에게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예술 행위에는 한계가 없습니다. 다만 혼자만의 예술이 아니라 누군가와 공감할 수 있을 때, 예술의 가치가 나타나는 것이겠죠.

신창호는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재학 중 영국 트랜지션 댄스 컴퍼니 단원으로 활동했다. 동 학교 무용원 전문사 과정 졸업 후, LDP 단원으로 춤과 안무를 병행하며 20~30대를 보냈다. 2002년 발표한 ‘No Comment(노 코멘트)’는 많은 작품이 초연으로 그치는 국내 현대무용계에서 이례적으로 계속 재연되고 있다. 2009년부터 그는 LDP무용단 대표로서 지난해까지 해외 진출 공연을 추진했다. 그의 안무작 ‘No Comment(노 코멘트)’와 ‘Platform(플랫폼)’은 독일 인스브루크 무용단의 레퍼토리이기도 하다.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후학을 양성하는 그의 관심사는 신(God), 고고학 그리고 오지 탐험이다.

12MHz’
안무가 김판선
예술가들은 창작을 통해 새로운 자아를 찾고 희열을 느끼죠. 요즘 저는 무한한 상상력, 호기심을 자극하는 시각, 촉각으로 인한 자극에 흥미가 있습니다. 2010년부터 함께하고 있는 프랑스 에마누엘 가트 컴퍼니는 즉흥적 요소를 뽑아내 안무로 이끌어내는 작업 방식이 주를 이룹니다. 처음에는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지만, 이젠 익숙해졌습니다. 제가 가진 극과 극의 성향 사이에서 생기는 부족함을 채워준다고 할까요.
올해 신작 ‘12MHz’로 오랜만에 LDP무용단과 작업하게 됐습니다. 그간 LDP 무용단에도 여러 변화가 생겼고, 단원들의 기량 또한 발전했다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12MHz’에는 모차르트 ‘레퀴엠’과 전자음악이 함께 등장합니다. 소리·파장·진동이 가장 큰 모티브가 된 작품이죠. 전자음악은 12개 주파의 파장을 민감하고 세밀하게 표현합니다. 모차르트 ‘레퀴엠’은 선율 자체의 변화가 많은데요, 음악에 매료되면서 모차르트의 작곡 메소드와 성향을 이해하게 됐고, 무용수 저마다의 캐릭터와 각 주파의 관계를 나타내기에 적합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거기에 ‘사람과의 관계’ ‘물질과의 관계’에서 비롯된 심리적 요소와 깊이를 더해 ‘12MHz’에서 표현하고자 합니다.
무대에는 24대의 스피커가 설치됩니다. 스피커 소리에 무용수들이 움직임으로 반응하고, 관객은 스피커 사운드를 눈과 귀로 보고 듣게 됩니다. 스피커라는 오브제를 통해 관객과 공감하고 소통하는 작품을 만들고자 합니다.
제가 정의하는 컨템퍼러리는 공감입니다. 무대에서 표현하려는 것을 사람들과 공유하고 소통하기 위해 가능한 한 이해하기 쉬운 주제로 시작하고, 낯설지 않은 오브제를 설치해 관객에게 다가가려고 노력합니다. 저는 새로운 창작 작품을 통해 관객과 소통하고 교류하기 위한 안내자입니다.

김판선은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재학 중이던 2004년 프랑스 현대무용 안무가 장클로드 갈로타의 ‘마맘’ 오디션에 합격하며 주목받았다. 2006년 유니버설발레단 ‘컨템퍼러리 발레의 밤’ 안무가로 참여해 나초 두아토·오하드 나하린과 함께 ‘Confusion(혼돈)’을 선보였다.
현재 프랑스 현대무용단 에마누엘 가트 컴퍼니 무용수로 활동 중이며, 2015년 6월 프랑스 샤요 국립극장에서 솔로 안무작을 선보일 예정이다

김판선의 ‘12MHz’, 신창호의 ‘Graying(노화)’을 LDP무용단이 초연한다. 김판선의 ‘12MHz’는 그의 안무작 중 가장 큰 규모의 작품으로 그는 사람과 공간, 사람과 물체,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 주목하고 그 대립에서 나오는 여러 가지 파장을 주파수에 비유한다. 모차르트 ‘레퀴엠’과 전자음악에 맞춰 공간 속에 울려 퍼지는 감정의 소리를 열두 명의 무용수가 온몸으로 시각화한다. 신창호의 ‘Graying(노화)’은 여섯 명의 남성 무용수가 등장해 ‘늙어감’을 사회적 현상 그 자체로 표현한다. 소멸이 아닌 새로운 생성을 위한 순환으로서 ‘어떻게 늙어갈 것인가’에 대한 화두를 던진다. 무대는 스크린과 비디오아트를 활용해 표현의 확장을 시도한다. 4월 4~5일 LG아트센터

LDP무용단의 ‘댄싱9’ 주역 5인이 말하는 Contemporary
류진욱 자신의 소신을 갖고 표현할 줄 아는 것
이선태 멈추지 않고 변화하는 그 과정
윤나라 표현(expression)
임샛별 현재 자신이 느끼는 것. 모든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감정
안남근 내가 말하고 싶은 메시지를 가장 나답게 표현하는 방법

인터뷰·정리 장혜선 기자(hyesun@gaeksuk.com)

현대음악 프로젝트 ‘아르스 노바’
지휘자 최수열

어린 시절 제 귀에 처음 닿은 음악은 현대음악이었습니다. 음악에 대한 첫인상은 그리 좋지 않았죠. 돌이켜 생각해보니, 그 음악회가 친절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감정을 느꼈다는 걸 알게 됐어요.
현대음악을 연주하는 곳에는 그것을 낯설어하는 청중을 위해 다양한 소통의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론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2시간가량의 음악회를 잘 감상할 수 있을지 곰곰이 생각하는 중입니다. 좀 더 세련된 방식으로, 다루는 작품에 따라 어떻게 차별성을 두면 좋을지 고민하며 프로그래밍하는 등 여러 가지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올해로 9년째인 현대음악 프로젝트 ‘아르스 노바’는 관객과의 소통을 근대음악과의 조합에서 찾고 있어요.
이번 아르스 노바 체임버 콘서트에서는 ‘아메리칸 매버릭스’를 주제로 미국의 급진주의 작곡가 4명의 곡과 위촉 초연곡인 박명훈 작곡가의 ‘몽타’를 연주합니다. 존 케이지·엘리엇 카터·찰스 아이브스·테리 릴리 등 각각 개성이 뚜렷한 이들의 곡에서 미국 음악의 진수를 느낄 수 있을 거예요. 테리 릴리의 ‘In C’에는 지휘자가 아닌 멜로디언 주자로 참여합니다. 테리 릴리는 53개의 악구를 만들고, 일정한 비트 속에서 원하는 악기로 원하는 만큼 반복하도록 작곡했어요. 미니멀리즘의 결정판으로, 듣다 보면 최면에 걸린 것 같은 느낌이 들죠. 저희는 금관·목관악기와 타악기를 편성했어요. 지금으로선 연주자들이 발코니나 객석에서 연주하는 색다른 공연을 선보이고 싶은 바람입니다.
아르스 노바 공연은 다른 연주회에 비해 리허설 시간이 2배 정도 많습니다. 이 외에도 연주자마다 개별 연습을 수차례 하죠. 익숙하지 않은 소리를 들으며 연주하니 단원이 예민해질 때가 많아요. 지휘자 역시 보다 치밀하게 리허설을 운영해야 합니다. 휴식 시간에도 결코 쉴 수 없죠. 단원마다 각자 궁금한 것이 많다 보니 휴식 시간만 되면 “줄을 서시오!”를 외쳐야 하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하지만 이런 과정을 통해 연주하는 우리의 음악에 청중이 공감하는 것을 느낄 때 가장 보람이 크죠.
저는 현대를 살아가는 예술가로서 시대를 공유하는 작곡가들의 곡을 악보가 아닌 연주로 남기기 위해 오늘도 고민하고 연구합니다.

최수열은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정치용 교수를 사사했고, 드레스덴 국립 음악대학 최고 연주자 과정을 마쳤다. 2010년, 국제 앙상블 모데른 아카데미(IEMA)에 선발되어 1년 6개월 동안 공동 작업에 임했다. 2013년부터 성남아트센터에서 마티네 콘서트 시리즈의 음악감독 겸 지휘자로 활약하고 있으며, 2014년부터 서울시향의 부지휘자로 활동하고 있다. 2011년부터 어시스트 지휘자로 아르스 노바와 함께해온 그는 이번 공연에서 처음 포디엄에 오른다.

바이올리니스트 강혜선

파리 국립 음악원에서 만나는 학생들에게 저는 항상 ‘새로운 히스토리를 만들라’고 강조합니다. 현대음악가들이 과거의 예술에만 매달린다면 창작과 발전은 멈출 거라고 생각해요. 시대마다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은 예술가가 있었기에 음악의 역사가 이어져온 것 아닐까요? 현재의 삶과 철학이 깃든 수많은 작품이 시간의 흐름 속에 묻히지 않도록 저는 오늘도 부지런히 연주합니다.
1993년, 파리 오케스트라 악장을 6개월 만에 내려놓은 건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보고 듣고 느껴야 음악가로서 발전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 때문이었어요. 이후 지금까지 20년 넘게 앙상블 앵테르콩탕포랭의 연주자로 활동하며 세계 여러 나라의 동시대 작곡가를 만난 건 큰 행운이었습니다. 이번 아르스 노바 관현악 콘서트에서 선보일 곡도 거기서 만난 작곡가 파스칼 뒤사팽의 작품입니다.
뒤사팽은 두 곡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작곡했는데 첫 번째 곡이 제게 헌정한 곡이고, 두 번째 곡은 이번에 연주할 ‘상승’입니다. 작품 초반에 발현된 에너지가 끝까지 이어져 기술적으로 쉽지 않은 작품이에요. 처음 연주해보는 작품인지라 작곡가와 많은 소통을 하고 있습니다. 연주하다 궁금한 것이 생기면 바로 연락해 직접 연주를 들려주며 의견을 나누기도 하죠. 작곡가와 연주자 각자의 경험과 정서가 뒤섞여 하나의 작품이 완성되기에 현대음악 연주에서 이러한 과정은 중요한 부분입니다.
아르스 노바 공연은 2007년과 2009년에 이어 세 번째로 참여하는데 매번 달라진 분위기에 놀랍니다. 오케스트라 단원의 기량도 눈에 띄게 좋아졌고, 청중의 관심 역시 커진 것을 느껴요. 정기 연주회 외에 마스터 클래스 등 이미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예술학교와 연계된 프로그램이 생겼으면 합니다. 지난해에 파리 국립 음악원은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의 음악대학 학생들과 각각 프로젝트 앙상블을 만들어 연주 활동을 했어요. 어린 나이에 쌓은 폭넓은 경험이 다양한 음악을 편견 없이 받아들일 수 있게 해주죠.
현대음악의 가치는 지금 당장 판단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지금 많은 사람이 즐겨 듣는 스트라빈스키나 버르토크의 곡도 당시에는 많은 비난을 받았죠. 예술 작품은 30~40년쯤 지난 후에야 조금씩 가치가 드러나는 것 같아요. 현재 명성이나 인기를 누릴 수 없을지라도 미래의 걸작이 ‘나’로 인해 남는다고 생각하면 이보다 보람 있는 일이 또 있을까요.

강혜선은 15세에 파리 국립 음악원에 입학해 크리스티앙 페라를 사사했고, 로돌포 리피체르 콩쿠르·카를 플레슈 콩쿠르·ARD 콩쿠르·예후디 메뉴인 콩쿠르에서 입상했다. 1993년 파리 오케스트라의 최연소, 첫 여성 악장으로 임명된 그녀. 이후 오케스트라를 나와 앙상블 앵테르콩탕포랭 독주자로서 피에르 불레즈·파스칼 뒤사팽·이반 페델레·미하엘 아렐 등 세계 유명 작곡가의 곡을 세계 초연했다. 현재 자신이 공부한 파리 국립 음악원에서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아르스 노바’ 체임버 콘서트는 ‘아메리칸 매버릭스’를 주제로 존 케이지의 ‘거실 음악’, 엘리엇 카터의 목관 5중주, 찰스 아이브스의 ‘톤 로즈’ 발췌곡 외에 테리 릴리의 ‘In C’와 위촉 초연곡인 박명훈의 ‘몽타’를 연주한다(4월 1일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 ‘명상&신비’를 주제로 내세운 관현악 콘서트는 강혜선 협연, 정명훈 지휘로 앙리 뒤티외의 ‘메타볼’, 파스칼 뒤사팽의 바이올린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상승’, 올리비에 메시앙의 ‘승천’을 연주한다(4월 7일 LG아트센터)

인터뷰·정리 김호경 기자(ho@gaeksuk.com)

마라톤 콘서트 ‘Right Now Music’
작곡가 김인현


▲ ⓒAlarm Will Sound

현대음악은 살아 있는 작곡가가 만든 살아 있는 음악이죠. 생각을 던지고, 스스로를 자극하는 현재진행형 음악입니다. 또 우리가 계속 지켜주고 환경을 만들어줘야 할 음악, 미래의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음악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살아 있는 작곡가와 살아 있는 음악가가 소통하며 함께 만들어가기에 오늘의 현대음악과 마주하는 것은 늘 즐겁습니다.
스무 살, 뉴욕에서 현대음악 앙상블 뱅 온 어 캔(Bang on a Can)의 ‘마라톤 콘서트’를 처음 봤습니다. 그때 ‘객석’에 실린 스티브 라이히의 미니멀리즘 음악에 대한 글을 읽고 막연히 찾아간 공연장에서 스티브 라이히의 작품이 연주되고 있었죠. 록 콘서트인 줄 알았어요. 살아 있는 작곡가들의 작품을 연주하는 걸 보며 충격을 받았죠. 뱅 온 어 캔 창단 멤버인 줄리아 울프를 만났고, 맨해튼 음악대학에 들어가 그와 함께 공부했습니다. 이후 자연스럽게 뱅 온 어 캔의 작업에 참여하게 됐고, 그들의 영향을 받은 제 동기들은 알람 윌 사운드(Alarm will Sound)라는 그룹을 만들었죠. 뱅 온 어 캔이 잘 가꾼 토양 위에서 알람 윌 사운드는 그들의 손으로 음반 레이블이나 라디오 방송, 잡지를 좀 더 편하게 만든 세대입니다.
지난해에 처음 내한한 뱅 온 어 캔뿐 아니라,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상주 음악 단체인 알람 윌 사운드처럼 현재 뉴욕에서 주목받는 상당수 음악가는 자신을 소개할 때 어디서 누구와 함께 작업했다는 이야기를 건넵니다. 경연 대회에 알레르기가 있는 이 세대는 자신이 받은 상을 나열하지 않아요. 자신의 곡을 자체 레이블로 발표하고, 그것이 호응을 얻으면서 알려지는 걸 자연스럽게 여기죠. 동시에 이들은 편견을 없애려는 시도를 많이 합니다. 뱅 온 어 캔은 라디오헤드의 조니 그린우드, 알람 윌 사운드는 ’어둠 속의 댄서’의 비외르크와 함께 작업하면서 서로 도전과 자극을 주고받죠.
현재 해외에 이름을 알리고 있는 젊은 국악 연주자들에게서 뉴욕에서 벌이는 작업과 비슷한 면모를 느낍니다. 누군가는 그들의 음악이 전통이냐 아니냐, 그 음악이 대표성을 띨 수 있느냐 반문하겠죠. 하지만 다양한 사람이 존재하고 시공을 초월한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지는 시대에 자신이 연주할 수 있고 표현할 수 있는 악기로 보여주는 음악을, 그 자체로 인정하고 즐기면 되는 것 아닐까요.
4월, 하루 8시간씩 이틀간 열리는 마라톤 콘서트 ‘Right Now Music 2015’는 말 그대로 우리가 지금 당장 들어야 하는 음악을 의미합니다. 단순히 해외 음악가의 노래를 들려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컨템퍼러리를 하는 음악가가 함께하는 자리예요. 다양한 음악을 하는 아티스트들이 자유롭게 교류하고, 생각을 공유하거나 비판할 수 있는 자리입니다. 참여하는 관객도 마찬가지고요. 이번에 알람 윌 사운드의 공연 프로그램 ‘트윈드(Twinned)’에선 스티브 라이히가 라디오헤드의 음악에서 영감을 받아 작곡한 곡을 연주하고, 신중현의 ‘미인’을 재해석한 제 작품을 세계 초연합니다. 한날 한 장소에서 각기 다른 아티스트들이 자유롭게 소통하는 음악 현장. 궁금하지 않으세요?

작곡가 김인현은 현재 뱅 온 어 캔·알람 윌 사운드·플럭스 콰르텟·맨해튼 색소폰 콰르텟 등 뉴욕의 대표적 앙상블의 위촉 작곡가로 활동 중이다. 20세에 뉴욕으로 건너가 맨해튼 음악대학에서 줄리아 울프·수전 보티·레이코 퓌팅을 사사했다. 조던 버크 메모리얼 작곡상·뉴욕예술재단 작곡상을 받았으며 캐리어 레코드에서 현대음악 유망 작곡가로 선정되어 음반을 발표했다. 2010년 뉴욕 정부 산하 음악 단체인 이어 투 마인드 뉴 뮤직(Ear to Mind New Music)을 설립하고 예술감독으로서 젊은 음악가를 발굴해 카네기홀과 링컨센터를 비롯한 여러 무대를 통해 소개했으며, 현대음악 잡지 ‘이어 투 마인드’를 발행해왔다. 2013년 ETM 코리아를 세워 2014년 뱅 온 어 캔의 첫 내한 공연을 추진하는 등 서울과 뉴욕을 잇는 다양한 공연 기획을 진행 중이다.

‘Right Now Music 2015’는 미국·독일· 몽골·슬로베니아·한국의 개성 강한 음악가들이 한날 한자리에 모여 경계와 장르를 허물고 새로운 음악을 공유하는 자리다. 하루에 8시간씩 이틀간 펼치는 이번 마라톤콘서트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상주 음악 단체인 알람 윌 사운드(Alarm Will Sound)가 공연의 시작과 끝을 담당하고, 베를린의 고음악 단체인 앙상블 U3(Ensemble U3), 슬로베니아의 클래식 기타리스트 마크 그르기치, 한국의 작곡가 원일, 국악 듀오 숨(su:m)·거문고팩토리, ·정마리·정재일이 참여한다.
4월 11일~12일 문화역서울 284

국제다원예술축제 ‘페스티벌 봄’
디렉터 이승효


▲ ⓒBKrieg 1832

올해 페스티벌 봄의 화두는 ‘로컬 컨템퍼러리’ ‘상호 참조’입니다.
그간 컨템퍼러리의 기준은 철저히 서양 예술사에 맞춰져 있었습니다. 그 중심에는 유럽이 있습니다. 한국엔 컨템퍼러리 아트라는 개념이 없었으나, 서양에서 차츰 가져와 그 중심 가까이에 다다랐죠. 지금까지 사람들은 서양의 기준을 중심으로 한국이나 일본, 동남아시아에서 만든 작품을 바라봤습니다. 예를 들어 그 기준에 따라 한국에서 만든 작품을 볼 때 굉장히 오래된 예술처럼 보이는 것이 있고, 이따금 소위 ‘유럽에서 좀 통할 것 같아 보이는’ 것, 오히려 너무 미래적이어서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있어요. 전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 벌어지는 건 한국적 맥락에서 비롯된 것이니까요. 한국엔 한국의 컨템퍼러리 아트가 있고, 일본엔 일본의 컨템퍼러리 아트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기존의 컨템퍼러리 아트는 유럽의 컨템퍼러리 아트로 규정할 수 있겠죠. 각 ‘로컬 컨템퍼러리’를 공존의 차원에서 동등하게 봐야 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우리가 현상을 파악할 땐, 개념이 있어야 분석하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개념을 분석할 때 사용하는 참조점과 레퍼런스가 필요한데, 지금까진 모두 서양의 것이었습니다. 한국에는 자체 레퍼런스가 없었죠. 그래서 한국에서 컨템퍼러리 작업을 하는 개개인의 예술가를 볼 때, 서양의 기준에 근거해 이런저런 분류를 했고, 그 기준 없이는 이들을 읽어낼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한국에서 얼마나 큰 의미를 지닐 수 있을까요.
한국에서 다원예술이라는 용어는 컨템퍼러리 아트 안에 쪼개져 있는 영역들의 통섭이 이뤄지는 부분을 포섭하기 위해 생겼습니다. 하지만 현장에서 10년 정도 다원예술이 지속되는 동안 컨템퍼러리 아트의 경계 밖, 주변부에 있던 사람도 들어오게 됐어요. 지금의 다원예술은 한국 컨템퍼러리 아트를 하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 신이 됐습니다. 저는 다원예술을 새로운 형식이 아니라 새로운 태도로 정의하고 싶어요. 즉 지난 10년간 한국에서 벌어진 새로운 무브먼트를 의미하는 거죠. 이를테면 컨템퍼러리 뮤직, 컨템퍼러리 댄스 같은 개념처럼 말이죠. 그 아래엔 다원 연극, 다원 무용, 다원 음악 등이 있을 수 있고요.
지금 서양과 유럽에서 통용되는 개념에 대한 규정은 한 명이 단번에 내린 것이 아닙니다. 이론가, 예술가 등 여러 사람이 자신이 생각하는 규정을 던지고, 그것이 쌓이면서 사회적으로 합의점이 형성되죠. 거기서 또 시간이 흐르고 그 역사 안에서 다수가 동의하는 규정이 생깁니다. 그런 과정이 여러 차례 반복되면서 지금에 다다른 것인데, 우리는 아직 그런 것에 익숙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저는 ‘-ism’의 시대는 이제 끝났다고 봅니다. 그 개념으로 포섭할 수 없는 개별 아티스트가 존재하고, 그들이 곧 레퍼런스가 되는 시대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이 장르가 되고, 그것이 모인 것이 다원예술이고, 곧 한국의 동시대 예술입니다. 예를 들어 이은결은 마술사에 한 획을 그었고, 그만의 쇼를 만들었죠. 이후 이은결이 만든 것이 계속 이어지고 있어요. ‘한국의 컨템퍼러리 마술’에선 이은결이 곧 레퍼런스가 되는 겁니다. 하지만 지금 자신의 세계를 구축하고 그 분야의 선두주자로 그를 지지하는 다수의 그룹을 지니고 있는 예술가 중 상당수는 그 영역에만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이들이 만나 서로를 참조할 때 무엇이 이뤄지고, 어떤 질문을 던질 수 있는지 보고 싶습니다.
새로운 패러다임은 계속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무언가는 미래가 될 것입니다. 또 미래가 될 수 있으니 한번 시도해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페스티벌 봄에서 제가 하고 싶은 건 결국 미래를 보여주는 겁니다. 그래서 실험을 하는 것이고요.
현대 예술의 가치는 지금 당장은 아무도 모를 수 있지만 시간이 흐른 뒤 자연스럽게 퍼져 있고, 미래를 바꿔나가는 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미래가 성립하기 위해선 질문이 필요하죠. 제가 관심을 갖는 건 한국 사회입니다. 지금 한국 사회가 어디에 있느냐, 한국 사회가 어떻게 나아가야 할 것이냐에 관한 질문이고, 그런 질문이 모여 어떤 질문은 사람을, 미래를 바꿀 수도 있을 겁니다.

국제다원예술축제 ‘페스티벌 봄’은 무용·연극·미술·음악·영화·퍼포먼스·마술 등 현대 예술 주변부의 전 장르를 아우르며 매년 봄, 서울을 중심으로 다양한 국내외 예술가를 소개하는 자리다. 올해는 11개국 50여 명의 아티스트가 참여해 30여 개의 작품을 선보인다. ‘상호 참조’를 주제로 작가와 작품, 관객이 그들 자체로 레퍼런스가 되어 서로 해석하고 연결되는 장이 마련된다. 3월 27일~4월 19일 문래예술공장·서교예술실험센터·서강대 메리홀·인디아트홀 공·귀소공간·홍은예술창작센터·구로아트밸리·살롱드팩토리·제비다방 외

이승효는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부를 거쳐 도쿄 예술대학교 음악대학원에서 예술 환경 창조를 전공했다. 페스티벌 도쿄, 이자요이 요시다마치 스튜디오에서 기획자로 활동했으며, 2013년 가네샤 프로덕션과 페스티벌 봄 예술감독으로 취임했다. 융복합 프로젝트 ‘확장하는 다원예술’, 백남준아트센터 2013년 공연 프로그램 등을 기획했으며, 현재 IT와 예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융복합 예술에 관심을 갖고 다양한 기획을 펼치고 있다.

인터뷰·정리 김선영 기자(sykim@gaeksuk.com)

동시대 예술 현장 속으로!

화음쳄버오케스트라 오작교 프로젝트

2014년 8월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작곡가 창작 환경 발전과 현대음악 연주자 양성을 위한 ‘오케스트라-작곡가 교류 프로젝트’(오작교 프로젝트)를 위한 다섯 개의 단체를 선정했다. 단체별로 워크숍부터 연주회·강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가운데, 화음쳄버오케스트라가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지난 3월 13일 현대음악 강연을 진행하는 현장을 찾았다. 이 프로그램은 현대음악 관객 개발을 위해 마련한 것으로 강일고등학교와 동덕여자고등학교에서 각각 진행했으며, 강연을 화음쳄버오케스트라 전 운영감독 홍석주 씨가 맡았다.
‘클래식 음악’이 낯선 학생들에게 ‘현대음악’이 어려운 것은 당연하다. 이날 강사로 나선 홍석주 씨는 ‘음악 이론’을 ‘재밌게’ 설명하기 위해 프레젠테이션 자료와 유튜브를 적극 활용하며 음악의 3요소인 리듬·멜로디·하모니를 중심으로, 이것이 현재에 가까워지면서 어떻게 변형되어왔는지 보여줬다. 무용과 어우러진 스트라빈스키 ‘봄의 제전’ 영상이 스크린에 뜨자 학생들의 시선이 단번에 집중된다. 지휘자가 지휘봉을 들었지만 정적이 흐르는 존 케이지의 ‘4분 33초’에선 갸우뚱한 표정부터 실소를 감추지 못하는 모습까지 다양하다. 학생들은 현대음악이 자연스럽게 녹아든 CF 영상을 통해 예술이 일상 곳곳에 존재함을 간접경험한다.
이론과 간접경험은 이해를 위한 중요한 도구다. 하지만 본질과 정수를 느끼기 위해선 실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직접경험이 따라야 한다. 그것이 음악이고 예술이라면, 박물관에 박제된 것이 아닌 지금 생동하는 것이라면 더더욱 당연하다. 이날 강연 후, 다음 날 공연하는 화음쳄버오케스트라의 현대음악 입문 연주회인 이카루스 콘서트에 참여할 수 있도록 공지한 것도 이런 연장선의 의도였을 것이다. 아쉽고 안타까운 것은, 각자에게 주어진 시간과 시스템에서 비롯된 간극이다.
이날 강연이 이뤄진 각각의 교실은 음악 전공자 그룹과 비전공자 그룹으로 나뉘어 있었다. 비전공자 그룹에서도 어릴 때부터 직간접적으로 음악을 접한 몇몇은 강의에 흥미를 보였지만, 이날 난생 처음 현대음악을 듣는 사람도 있었다.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어린 시절부터 다양한 채널과 경로를 통해, 노출된 횟수에 비례해 관심과 이해를 갖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임을 가슴으로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누구에게든, 현대음악의 매력을 50분 안에 설명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동시에 오랜 세월 동안 내려온, 오늘날 전 세계에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을 이야기하는 데 주어진 시간이 단 50분이라는 것은 참으로 슬프고 안타까운 일이다. 누군가에겐 평생 한 번일지도 모를, 더 나아가 다음 세대를 위해 쏟는 시간이 그러하다면 말이다.

글 장혜선 기자(hyesun@gaeksuk.com)

국립현대무용단
2015 시즌 프로그램 ‘밑 끝 바깥’

국립현대무용단은 지난해부터 시즌 프로그램을 도입, ‘역사의 기억’이라는 주제를 통해 과거를 돌아보고 동시대를 점검했다. 올해는 동시대 춤의 가능성을 확장하고자 시즌 주제를 ‘밑 끝 바깥’으로 정했다. ‘밑도 끝도 없는’ 상상력으로 관점을 전환해 예술의 형식과 방법을 다각도로 실험하고 동시대를 유연하게 가동한다는 취지다.
동시대 창작무용의 저변 확대를 위해 1년 동안 여섯 편의 신작 공연이 무대에 오른다. 신작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안애순 예술감독의 신작 공연 ‘별별천지’(5월 15~17일), 국내 외 안무가 초청 공연, 젊은 안무가에게 창작 환경과 공연 기회를 제공하는 안무랩(9월 9~13일)을 진행한다.
국립현대무용단이 창단 5주년을 기념해 무대에 올리는 ‘어린왕자’(10월 9~11일)도 현대무용의 대중성을 위한 신선한 시도다. 생텍쥐페리 동명 소설을 모티브로 한 ‘어린왕자’는 시대와 세대를 뛰어넘어 가족 모두 즐길 수 있도록 구상한 작품이다.
춤을 좋아하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무용학교 봄·가을 프로그램’(4월 1일~6월 30일, 9월 1일~11월 26일)과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에 무용 영상을 감상하고 인문학적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인문학과 무용 시리즈’(4월 29일~2016년 3월 30일) 등의 교육 프로그램도 마련되어 있다.

서울국제즉흥춤축제
4월 5~12일
아르코예술극장·문래예술공장 외

올해 15주년을 맞이한 서울국제즉흥춤축제는 일반 관객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보다 중점적으로 편성해 눈길을 끈다. 어른·아이·노인·외국인을 위한 각각의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단순한 관람에서 더 나아가 아티스트와 함께 공연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은 즉흥춤의 큰 장점일 것.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즉흥 공연 양식 중 가장 어렵다는 ‘컨택 즉흥’이다. 한국의 무용가 김설진과 차진엽을 비롯해 일곱 명의 다국적 아티스트가 1시간가량 즉흥춤을 선보인다. ‘컨택 즉흥’은 11일 오후 4시부터 아르코소극장에서 공연된다.
더불어 프랑스 안무가 쉬상 비르주를 초청해 무용수를 위한 강연과 워크숍을 연다. 10개국에서 200여 명의 아티스트가 참여해 모두 함께 즐길 수 있는 이번 축제는 서울에 이어 부산(4월 12~13일)과 대구(4월 14~17일)에서도 진행한다.

로사스 무용단
‘로사스 댄스 로사스’ ‘드러밍’
5월 7·9·10일 LG아트센터

안무가 아너 테레사 더 케이르스마커르가 이끄는 로사스 무용단이 5월, 다시 한국을 찾는다. 2005년 ‘비치스 브류/타코마 협교(2003)’ 이후 10년 만의 내한 공연이다.
아너 테레사는 1983년 로사스 무용단을 창단, 1992년부터 2007년까지 브뤼셀 모네 극장의 상주 안무가로 활동했다. 2005년 공연이 당시 아너 테레사의 최근 작품을 선보인 것이라면, 이번 공연은 그녀의 대표작인 ‘로사스 댄스 로사스(1983)’와 ‘드러밍(1998)’을 선보이는 자리다. 그녀를 ‘반복의 미니멀리스트’로 각인시킨 ‘로사스 댄스 로사스’는 네 명의 무용수가 억압·좌절·해방에 대한 욕구 등이 연상되는 강렬한 움직임을 편집증적으로 반복하며 카타르시스를 불러일으킨다. ‘드러밍’에서는 마치 스티브 라이히의 음악이 이 작품을 위해 작곡된 듯 음악과 춤이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세종 카메라타 오페라 리딩 공연
4월 21~26일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

국내 창작 오페라 개발을 위해 2012년 서울시오페라단이 결성한 세종 카메라타. 이곳에 모인 네 명의 작곡가와 네 명의 극작가는 말과 음의 이상적인 조합에서 비롯된 우리 오페라를 꿈꾸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워크숍을 통해 2013년 첫 리딩 공연에 총 네 편의 작품을 소개했고, 그중 ‘달이 물로 걸어오듯(작곡 최우정·극작 고연옥)’이 수정·보완 작업을 거쳐 지난해 성공적으로 정식 초연했다.
올해 리딩 공연에서는 총 세 작품이 소개된다. 구약성서에 등장하는 사울과 사무엘의 이야기를 모티프로 창작한 ‘검으나 흰 땅’(작곡 신동일·극작 박춘근), 고대 그리스 비극에서 비롯된 바로크적 표현 양식과 한국 고유의 샤머니즘 표현 양식이 결합한 ‘마녀’(작곡 임준희·극작 고재귀), 한 명의 성악가가 홀로 작품을 이끌어가는 모노 오페라 형식의 ‘열여섯 번의 안녕’(작곡 최명훈·극작 박춘근)이 관객과 만난다.

케이 클래식 피아노 투어
11월 26일까지 용인문화재단 큰어울마당 외

2015 케이 클래식 피아노투어가 지난 3월 10일 안동문화예술의전당에서의 공연을 시작으로 올해 말까지 서울·수원·부산·통영·제주를 비롯한 전국 14개 도시에서 공연된다. 케이 클래식 피아노투어의 큰 특징은 새로운 창작음악의 발굴과 작곡가·연주자 간 교류 활성화를 위해 신·구작을 막론하고 연주자가 직접 작품을 선정하거나 위촉했다는 점이다. 더불어 한 명의 작곡가당 한 개의 작품을 원칙으로 한국 작곡가 100명의 작품 100곡을 연주한다. 피아노 작품을 중심으로 피아노 독주·피아노 앙상블·실내악·가곡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으로 구성한 이번 공연은 창작 작품의 초연조차 쉽지 않은 국내 현실에서 매우 이례적인 프로젝트다. 4월에는 용인문화재단 큰어울마당(18일)과 제주 서귀포 예술의전당(23일)에서 공연한다.

두산아트센터 컨템퍼러리 토크
7월 25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영화·공연·미술 분야에서 활동하며 동시대를 살고 있는 예술가들은 ‘컨템퍼러리’를 어떻게 바라보며 실행하고 있을까. 7월 25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진행하는 컨템퍼러리 토크는 현재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예술가·프로그래머·큐레이터의 고민과 비전을 직접 들어보는 자리다. 

한 달에 한 번 토요일 오전에 열리는 컨템퍼러리 토크는 총 7회에 걸쳐 진행하며, 매회 두 명의 아티스트가 강연자와 대담자로 자리해 대화를 주고받는다. 1시간 반가량 진행하는 ‘토크’는 참여자의 성향과 화두에 따라 컨템퍼러리에 대한 고민과 비전, 작품 소개의 비중이 달라지니 참고할 것. 4월 25일에는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미술 작가 김성환이 강연자로, 뮌헨 예술의 집 큐레이터로 활동 중인 율리네 로르츠가 대담자로 나선다.

글 임형준 인턴 기자(editor1@gaeksuk.com)
사진 심규태, 국립현대무용단, LG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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